근황

지인들에게 내 소식을 알리는 두서없는 글이라 근황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앞으로도 종종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블로그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소통하고자 한다. 주중에 시간을 내어 사람을 만나는 일은 당분간 불가능하고 주말이라는 시간이 워낙 한정적이다 보니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초보 개발자로서의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점심 , 저녁식사를 제외한 시간에 쉼없이 개발에 몰두해야 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 자체가 재미있을 뿐더러 실제로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수인 이대리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업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차주부터는 더욱 열심히 해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파견 나오기 전에 입사동기들끼리 무슨 팀이에요? 라고 물으면 OS팀이요, JVM팀이요, DB팀이요 등등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지만, 요즘의 대답은 계좌팀, 매매팀, 상품팀 등등 일만큼 다들 파견근무에 적응한 것 같다. 난 상품팀에서 펀드에 관련된 온라인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제는 김전임이라고 불리는 것이 자연스럽고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다. 항상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보람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스스로 옳다고 믿는 가치를 삶속에서 지켜나갈 수 있도록 긴장의 끈을 놓치말자.

서현 라이프

사택에서 회사 연구실을 오갈 때 서현역 삼성플라자를 지나가게 된다. 평소에는 밤늦게 다니느라 몰랐는데 일요일 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사택을 떠나 서현역 앞에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이렇게 대단한 번화가가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을 줄이야!

강남역 주변을 뺨칠 정도로 이쁜이(?)들도 많고, 물가도 비싸다. 사택이 있는 곳은 거주지역으로 조용하고 평화로워서 좋고 조금만 나오면 이것저것 없는것이 없는 번화가가 있어서 좋다. 개인적으로는 교보문고가 가장 마음에 든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교통이 편리하다는 사실. 서현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면 웬만한 곳에 다 갈 수 있다. 심지어 막히지 않으면 광화문도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고 강남역, 양재역 등에도 편하게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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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연구실은 서현역 삼성플라자에서 5분 거리에있다. 연구원들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2인 1실의 환경을 제공한다. 아침, 점심은 식당에서 1000원, 2000원에 깔끔하게 해결 할 수 있고 저녁과 야식은 공짜로 먹을 수 있고 주말에 연구실에 나오면 역시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다.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기는 좋은 환경이지만, 파견근무가 끝나야 연구실 생활이 가능하다.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고 연구실에 복귀할 수 있도록 내일부터 정신차리고 열심히 해야겠다.

파견근무

이번주 월요일부터 분당에서 과천으로 출근하고 있다. 2월 입사한 신입연구원 전원이 모증권사 프로젝트로 한달동안 파견되었기 때문. 사택에서 매일 아침 6시 30분쯤 일어나 버스를 타고 과천을 향한다. 김밥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제품교육을 받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회사에서 개발한 미들웨어와 프레임워크를 적용하여 기존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다.

수업(?)을 듣는 것은 정말로 지루한 작업이다. 내용을 놓치고 있진 않지만 요즘 수면이 부족해 꾸벅꾸벅 졸면서 듣고 있다. 차라리 빨리 작업에 들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막상 다음주부터 작업을 시작하면 지금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

9시에 과천에서 퇴근하여 분당 연구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략 10시쯤. 연구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금방 11시 30분이 되어 사택으로 돌아간다. 지루한 교육은 내일로 끝나고 다음주부터는 진짜 개발이다. 리얼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사실이 나를 흥분시키기도 하지만 정해진 분량과 시간 그리고 나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조금은 불안하다.

여하튼! 구정연휴가 눈앞이구나. 내일 밤에는 집으로 …

연구실의 평온한 일상은 안드로메다로 …

평온한 일상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다양한 이벤트로 가득한 한주가 지나고 집에 돌아와 평온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월요일에서 입사하여 수요일까지는 서울 코엑스 근처의 교육장에서 경력사원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매일 아침 9시까지 코엑스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한동안 늦잠을 즐기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고 하루 종일 피곤했다. 게다가 정장차림은 나를 더욱 지치게 했으니  빨리 사택에 입주하여 연구실에 걸어서 출퇴근하게 될 날이 간절히 기다려졌다.

드디어 목요일에 연구실 첫 출근!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승호형과 같은 팀이 된 관계로 다른 동기들과 달리 내 자리가 어디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착할 수 없었던 이유는 연구실 출근 첫 날 내가 속해 있는 Core실의 워크샵이 있었기 때문. 원래 9시쯤 출발할 예정이였으나 비가 와서 스키장을 포기하고 일정은 늦춰져 오후 3시에 출발하게 되었다. 컴퓨터가 없는 신입들은 회의실에 모여 오랫동안 회사의 미래와 비전과 개인의 경험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죽일 수 밖에 없었다. 방이 정해진 나는 새로온 컴퓨터를 세팅하고 짐을 풀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지만 결국 켜보지 못하고 워크샵을 떠나게 되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활발한 승호형이 축구를 제안했고 많은 사람들이 바지, 신발 다 버려가며 진흙탕에서 축구를 즐겼다. 축구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삼삼오오모여 카드게임 및 보드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신입동기인 형들과 함께 어색하게 둘러 앉아 있다가 고스톱을 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고스톱을 칠 줄 몰랐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배우자는 심산으로 열심히 배웠는데 이렇게 재밌을수가! 7시까지 고스톱을 치고 식당으로 이동하여 통돼지 바베큐에 술을 마셨다. 실원이 모두 남자다 보니 남자들만 있을 때 가능한 분위기(?) 속에서 신입사원의 소개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실장님이 익숙한 이름을 부르셨는데 숭실대 다닐때 많이 뵜던 전상훈 선배님이 계셔서 이 바닥이 좁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신입사원 소개 할때 소주 3잔을 연달아 마신 것을 포함하여 한병 반정도를 마신 상태로 다시 숙소로 돌아와 고스톱을 재개!  새벽 3시넘어서야 게임을 마무리 하고 4시 30분쯤 잠들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숙소를 떠나 찜찔방을 향했는데 도착해보니 대명비발디파크 안에 있는 사우나 및 찜질방이였다! 눈 앞에 펼쳐진 슬로프를 보며 승호형과 나는 “여기까지 왔는데 스키(보드)를 못타다니!”라고 이야기 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극적으로 찜질방 매표소 앞에서 스키(보드) 타고 싶은 사람은 회사에서 3만원을 지원해 줄테니 자비로 타도 된다고 해서 6명이 그렇게 스키장을 향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초급 슬로프를 3번 타고 바로 중급 슬로프인 재즈로 이동했다. 보드를 잘 타시는 형이 있어서 배우면서 재밌게 탈 수 있었다. 이제는 중급 슬로프도 겁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 겨우 3시간 정도였지만 새롭게 만난 Core실 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연구실로 돌아와 컴퓨터 세팅을 마치고 사택에 가서 자리를 잡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토요일인 오늘에는 청계산 산행이 있었다. 생각보다 금방 매봉에 올랐는데 내가 속한 Core실 신입 5인방이 가장 먼저 매봉에 올라 강한 체력과 단결력을 과시(?)했다. 하산한 후 식당에서 토종닭 요리에 막걸리를 마시고 대낮에 빨간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일주일 내내 하루에 6시간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관계로 집에서 완전히 뻗어버렸다.

원래의 스토리는 여기서 마무리 되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연구실에 출근해야 하는 것이지만, 어제 비팍의 재즈에 올라 핸드폰을 꺼낸 순간 반갑지 않은 문자를 확인했다. 앞으로 한달동안 연구실을 떠나 외부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파견나가야 한다는 …

진짜 기업에서 수행되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인지, 우리회사의 제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나는 하루라도 빨리 연구실의 평온한 일상에 적응하고 싶다. 일단 주어진 미션을 충실히 달성해야겠지!

티빡이

어제 교육과정에서 조편성을 한 후 저녁식사를 하며 서로 친해졌고, 오늘은 본격적으로 “팀빌딩”이라는 교육과정을 체험했다. 여느 대기업에서 하는 것에 비하면야 아주 약소하지만, 오랜만에 팀명을 정하고 팀구호와 팀가를 만드는 쑥쓰러운 작업을 해냈다.

우리가 정한 팀의 이름은 바로 티빡이!

마빡이의 배경노래를 개사하여 팀가를 만들고 실제 노래를 부를때는 마빡이 율동(?)을 어설프게 따라했고, 마지막 팀 구호에서는 티빡이라 외치며 우리가 만든 티빡이 자세를 부끄럽게 취해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어떤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 회사 옮겨야겠다.”

다들 나처럼 내성적(?)인 분들이 모인 집단이라 그런지 우리는 쑥쓰러움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로 서로 무마하며 자리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