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꼼꼼한 레슨

오늘은 야먀하 음악교실로 옮기고 첫번째 레슨을 받았다. 레슨 30분전 미리 자리를 잡고 연습을 시작, 매일 똑같은 곡들만 반복해서 연습한 것이 일주일이 넘었으니 이제는 꽤나 지루할 때가 되어서 레슨 시간이 다가올 무렵에는 제멋대로 빠르게 혹은 느리게 치며 지루함을 달랬다.

레슨 시간이 다되어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업라이트 피아노보다 좀 더 무거운 건반 터치감에 당황했는지, 레슨 직전에 장난스럽게 빠르게 친 것 때문인지, 하농 시작부터 손이 꼬이기 시작하여 선생님 앞에서 박치가 되어버렸다. 이어 체르니 30번의 1번과 소나티네 클레멘티 Op. 36 No. 1의 3악장에 대한 레슨을 받았다.

레벨테스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너무나 정직하고 점잖게 연주한 덕분에 음이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손목을 부드럽게 좌우로 많이 움직이고 손가락 각각을 이용해서 연주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일주일 동안 지겹도록 연습하면서 ‘이쯤이면 다음곡으로 넘어가겠지’하는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였다.

어떤 순간에 어떤 건반을 정확하게 누르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부드럽게 음악적으로 표현하느냐를 중요시 하시는 것 같다. 덕분에 동네 피아노 학원에서 전혀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있다. 굳이 내가 전공자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배워야 하나 싶을 정도로. 처음 몇달간은 진도가 매우 더디겠지만 음악을 음악답게 아름답게 연주할 수 있는 그 날을 기약하며 내겐 너무 꼼꼼한 레슨을 견디어 내야겠다.

결국 진도는 못나가고 같은 곡을 일주일 더 연습할 수 밖에 없게 되어버렸지만, 또 다른 차원의 세계가 열렸기에 선생님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해야 하겠다.

장거리 운전

어제는 일주일동안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신 어머니와 꼬맹이를 서현역에 만나 (주행거리가 16만km에 육박하는) 프린스를 몰고 창원까지 장장 6시간을 운전했다. 최근에 좋지 않은 자세로 하루 종일 앉아 있다보니 허리가 많이 아팠는데, 장시간 운전하고 창원집에 도착하니 거의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 이르렀다.

다음과 같은 길을 따라,

경부고속도로 – 영동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경부고속도로 – 구마고속도로

6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는데, 영동고속도로에서 많이 막혀서 고생을 좀 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탄 이후로는 130km/h를 넘나들며 열심히 달렸는데, 다만 졸린 것과 허리 아픈 것을 참는 것이 힘들었다. 한번은 깜박 졸다가 터널 안에서 벽에 부딛 힐뻔 하기도 했다.
 
2002년 8월에 면허를 취득했으니, 이제 운전경력이 5년을 넘어섰다. 면허증을 받자마자 겁도 없이 티코를 몰고 나가서, 옆으로 지나가는 덤프트럭에 몸서리 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 몇년간 운전은 참 재밌었는데, 점점 운전은 힘들기만한 노동이 되어버리는 듯.

부족한 손가락 힘, 그리고 부족한 집중력

요즘에는 하농 1, 2번을 이어서 4번 연주하고, 쉬었다가 다시 4번 이어서 연주하는 것으로 연습을 시작하고 있다. 하농 노가다가 계속될 수록 양손의 싱크가 맞아 떨어지고 음이 명확하게 나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좀 더 시간이 흘러 손가락 힘의 부족으로 피로가 몰려오면 다시 엉클어지곤 한다.

아주 쉬워보이는 하농 1번도 완벽히 박자를 맞춰 한음 한음 또박또박, 그 것도 빠르게 연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치면 칠수록 깨닫고 있다. 하농이나 체르니를 연습할 때면, 특히나 새끼 손가락으로 연주해야 할 부분에서 손가락의 힘이 부족하여 한템포 느리거나 혹은 빠르게 연주해버릴때가 있다. 심지어 오랜 연습으로 피로를 느낄때면 머리는 움직이라고 명령하는데 손가락이 못따라주는 경우도 있다. 손가락 힘이 부족해 생기는 미스는 하농 노가다를 꾸준히 해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또 한가지 미스를 양산하는 중대 요인 중에 하나는 집중력의 부재. 다른 생각에 빠져있을 때 미스가 자주 발생하는 것 같다. 오로지 악보와 건반에만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생각에 빠져 미스를 낼때면 산만한 내가 밉다. 집중력하고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연주하면서 악보를 읽을때 뒷마디의 악보를 미리 읽다가 현재 마디에서 틀리는 일 또한 자주 발생하는데, 어떤 순간에 어디에 시선을 두고 어디에 집중해서 연주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음주에 레슨하면 선생님께 여쭤봐야 할 듯.  

한가지 덧붙여, 요즘에는 완벽하게 치기 위한 노력의 일안으로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의 음을 정확히 들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연주하곤 한다. 듣는 능력 역시 피아노 연주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p.s.
세상에 쉬운게 어디있겠냐만은, 연습하면 할수록 더 못하는 것 같을 때 드는 낭패감이란 …

카이스트 MBA, 열정

카이스트 비지니스 스쿨에서 MBA를 공부했던 세명의 학생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익숙하지 않은 경영학, 경제학 관련 단어가 난무하고, 비슷비슷한 그들의 생활 이야기가 반복되어 지루한면이 없지 않아 끝까지 읽지는 않았다.

현재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지만, 긴 안목으로 인생을 바라볼때면 인생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곤 한다. 우선은 엔지니어로서 몇년간 경력을 쌓아야겠지만, 언젠가는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때문에 MBA에 대한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대략 MBA가 어떤 것을 공부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오던 인재들이 카이스트 비지니스 스쿨에 모여 밤낮없이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어려운 공부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열정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나태한 일상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나보다 뛰어나면서도 나보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재들이 참 많은 것 같다. 현실을 냉정히 인식하는데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법. 언젠가 사회적 성공을 이루고 싶다면 나의 삶과 나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