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툽

maktub

마크툽은 아랍어로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는 뜻으로 아랍 사람들이 신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체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라고 한다. 이 책은 179개의 아주 짧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스승, 친구들, 스쳐지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파울로 코엘료가 글로 남긴 것이다.

절반 이상의 이야기들이 신의 섭리를 이야기하고 있어, 불가지론자인 나에게 이 책은 대체로 나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어떤 이야기는 내가 부족해서인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찾아내는데 실패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에 무릎을 탁 치게 하거나, 울림을 주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018
“엄지손가락 빠는 버릇을 고칠 수가 없습니다.”
크롤리가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냥 각각의 요일마다 다른 손가락을 빠세요.”
환자는 그 조언을 따르려고 애썼다. 손을 입으로 가져갈 때마다 그날 빨 손가락을 의식적으로 선택했다. 일주일이 못 되어 그는 버릇을 고쳤다.
리처드 크롤리는 이렇게 말한다.
“악덕에 습관이 들면 맞서 싸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습관이 새로운 태도, 결정, 선택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그 습관이 그런 노력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요.”

019
“눈앞에 기회가 나타났을 때 지나치게 재지 마라. 그것이 삶의 기술 중 하나다.”

021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면 우월해 보이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천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030
단단함을 주변을 파괴하지만, 부드러움은 조각을 완성한다.

032
우리의 일상은 나날이 기적이다. 그러니 축복을 받아들여라. 오늘 너의 작은 예술 작품을 창조해라. 그러면 내일 새로운 축복을 받을 것이다.”

044
“너희가 꿈의 길을 가고 있다면 그 길에 온전히 몸을 바쳐라. 빠져나갈 문을 마련해놓지 마라. 이를테면 이런 변명 말이다. ‘이건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니야.’ 이런 말에는 실패의 씨앗이 내포되어 있다.
더 잘할 수 있을 때도, 불확실한 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도 그 길을 스스로 감당해라. 현재의 가능성을 받아들인다면, 앞으로 틀림없이 발전할 것이다. 반대로 한계를 설정한다면, 결코 거기서 해방되지 못할 것이다. 용기를 가지고 너희의 길을 살펴라. 남들의 비판을 두려워하지 마라. 특히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고 주눅 들지 마라.

048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 곧 비겁하다는 뜻은 아니다. 두려움은 어떤 상황에서 용감하고 위엄 있는 행동을 하게 해준다. 두려움을 느끼지만 주눅 들지 않고 전진하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다. 반대로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 맞서는 사람은 무책임한 사람이다.”

057
서커스단의 동물 조련사가 코끼리를 길들이는 매우 간단한 방법을 고안했다. 코끼리가 아직 어릴 때 단단한 나무에 코끼리의 발 하나를 묶어놓는다. 그러면 코끼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코끼리는 나무가 자기보다 강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완전히 자라 힘이 무척 세져도 나무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077
삶에는 적절한 리듬과 방법으로 완수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 법이다.

087
오래된 물건들을 계속 가지고 있으면, 새로움이 차지할 공간이 없어진다.

090
저마다 자신이 획득한 것을 판단하면 된다. 우리는 이웃의 꿈을 심판하는 사람이 아니다. 믿음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길이 잘못되었음을 밝혀낼 필요는 없다.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은 자신이 가는 길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138
실수할까봐 두려워하면 평범함이라는 성안에 자신을 가두게 된다. 그 성문을 부숴버릴 때 비로소 자유를 향한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151
써라! 편지를, 일기를. 아니면 전화 통화하면서 종이에 메모라도 해라. 어쨌든 써라! 쓰는 행위는 우리를 신 그리고 이웃과 가까워지게 한다. 이 세상에서 너희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잘 이해하고 싶다면 글을 써라.
아무도 그 글을 읽지 않는다 해도, 또는 너희가 비밀로 간직하려 한 글을 결국 누군가가 읽는다 해도, 글을 통해 너희의 영혼을 작동시키도록 애써라. 글을 쓰는 단순한 행위가 생각을 정리하고 주위의 일들을 명확히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가 기적을 일으킨다. 그것은 고통을 치유해주고, 꿈을 실현해주고, 잃어버렸던 희망을 일깨워준다. 글에는 힘이 있다.

174
“사람도 한계 이상으로 달리면 의지가 무너집니다. 일과 휴식 사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지 못하면 의욕을 잃게 되고, 더 멀리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사피엔스

비슷한 시기에 리디북스 페이퍼를 구입한 회사 동료들과 함께 읽은 첫 번째 책이다. 흥미를 가지고 읽기 시작하였으나 워낙 내용이 방대해서 끝까지 읽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사피엔스의 미래에 대해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힙겹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저자의 마지막 질문이 자꾸 떠올랐고, 여기에 쉽게 답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끝없이 진화해온 현생 인류 즉 사피엔스가 고민해야 할 주제이지만 개인의 삶에 대입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먼 과거의 인류는 여느 동물과 다르지 않게 여러 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호모 사피엔스만이 지금까지 살아 남아 현생 인류가 되었다. 왜 네안데르탈인이 아니고 사피엔스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사피엔스의 강력한 무기로 ‘언어’를 꼽았다.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언어’를 말이다.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신화, 종교 등을 이야기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고, 이는 사피엔스가 경쟁력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야기를 지어내어 협력을 이끌어내는 사피엔스만의 능력은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규모나 목적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야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고자 하는 리더는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떤 신화를 창조하고 어떻게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

농업혁명의 핵심은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수렵채집 시절의 인류는 농업 혁명 이후보다 더 행복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3~4시간만 일하면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었고, 다양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더 건강했다. 인류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을 계속해 나갔지만 결과는 아이러니 하게도 인류를 불행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여기서 배운 교훈을 개인의 삶에도 대입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시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선택들이 모여 거시적으론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농업혁명 이후 산업혁명 그리고 과학혁명의 결과로 만들어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자살로 인한 사망자의 수 보다 적을 정도로 평화로운 시기에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표면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의 평화로운 시기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볼 수 있고, 인류가 아닌 다른 종은 상당 수가 사피엔스로 인해 멸종되었고 가축화된 소, 돼지, 닭은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또 한 번의 선택을 하기 전에 이것이 사피엔스가 원하는 것인지 충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과학혁명의 파급효과가 산업혁명보다 훨씬 강력했던 것 처럼, 그 다음의 변화, 즉 사피엔스의 다음 선택은 인류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세상으로 옮겨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