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온도

수원터미널 NC몰 영풍문고에서 아내는 바이올린 교재를 고르고 있는 사이에 베스트셀러 책장에 놓인 이 책을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 한동안 전차책만 읽다가 오랜만에 손에 쥔 종이책의 감촉이 좋았다. 그 자리에서 에피소드 두어 개를 읽어보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고 그렇게 이 책은 내 손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이다.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자각하게 하고, 그런 느낌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였다면 아무런 생각과 느낌없이 지나쳤을 일상의 풍경들에 저자는 긴밀히 반응했고, 그 흔적을 책으로 옮겨 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따뜻하고 사려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지나친 바램이라면,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주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눈과 귀와 가슴을 갖고 싶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신경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3년 동안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로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이 책의 1부는 강제수용소 생활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고, 2부는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

강제수용소 생활에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발현할 수 있는 폭은 굉장히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성자와 돼지의 커다란 간극이 발생했다. 거의 모든 것을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삶의 의미를 추구한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프랭클 박사는 책에서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평생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에 삶에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독서, 여행, 사색을 통해 언젠가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이 책을 읽은 후 삶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삶의 의미는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삶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던지는 질문은 때에 따라 다를 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올바른 태도와 올바른 행동으로 책임감 있는 대답을 내어 놓아야 한다. 지나온 과거와 주어진 환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삶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새롭게 주어진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 교수 아니 이제는 김정운 화가의 책을 읽을 때면 자주 피식피식 웃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한 번쯤은 마음속에 품었을 법한, 남에게 드러내기에는 왠지 부끄러운 속내를 과감하게 글로 남겨, 읽는이로 하여금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글과 그림과 사진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구성되어있다. 사진에 이어지는 짧은 문장 혹은 그림 위에 남겨진 짧은 문장이 때로는 울림을 때로는 웃음을 주었다.

저자의 경험과 사색, 여러 심리학자들의 이론이 잘 버무려져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고, 자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결과 잘 나가던 교수를 그만두고 정말 하고 싶었던 일, 그림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나는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가족 또는 회사가 내게 기대하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만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봐야겠다.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2015년에 방통대 경제학과 가을학기에 경제사상과이론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아담 스미스로부터 리카도, 맬서스, 마르크스, 케인즈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경제학자가 시장과 사회를 어떻게 해석하고 해법을 내놓았는가에 대해서 배우는 과목이었는데, 강의 자료와 내용이 산발적이라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아서, 스스로 교재를 읽으며 정리하다가 힘에 부쳐 중도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강의를 듣던 시기에 유시민 작가가 쓴 이 책 읽기를 병행하였다면 흥미를 잃지 않고 공부를 잘 마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에 대한 것이었다. 특정 시기의 사회 경제 상황을 지켜보고 경제학자들이 내린 진단과 대안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역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증명되었다. 더군다나 경제학자들이 각자 내세운 사상은 출생, 직업, 계층 등 그들이 살아온 환경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위대한 경제 사상가의 주장에 교조적인 믿음을 가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 많은 경제학자들은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꿈 꾸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해법은 서로 다르지만 그 시기에는 모두 시사하는 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때로는 박해를 받으면서까지 노력했던 경제 사상가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 중 로버트 오웬에 매료되었다.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갈망한 추종자 중 한 명인 로버트 우웬은 1815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근처 산골마을 뉴라나크에 방적공장을 세워 유토피아를 실험하였다. 자본주의의 반항아였던 오웬은 자신의 열정과 재산을 다 바쳐 위대한 희망을 실현하려고 했다. 자신의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온건적인 방법으로 평생 노력했던 오웬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경제를 다룰 때 어떤 경제학자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경제학자는 그렇지 않았다. 분배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사회는 존재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모든 사람이 개인의 노력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경제학자들의 의견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현실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 할 것이다.

카네기 인생과 직업

누군가 나에게 인생책이 무어냐 물어보면 나는 카네기 인간관계론 이라고 답한다. 회사생활을 시작하기 약 1년 전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었고, 정확히 어떤 내용이 도움이 되었다고 꼭 집을 수는 없지만,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자연스럽게 내재화된 지혜가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카네기 인간관계론과 카네기 행복론의 주요 내용을 가져왔다.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주로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만한 수많은 일화와 교훈이 담겨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원리는 단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자신을 중요하게 느끼도록 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을 칭찬하는 것도, 비난하지 않는 것도, 고상한 동기에 호소하는 것도 모두 끊임없이 자신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싶은 인간 내면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면 이 원리 하나만 기억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리더 자신도 자신의 중요성을 인정 받는데 몰두하다보면, 구성원을 바라볼 여유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혹을 이겨내고 구성원들 개개인의 중요성에 눈을 뜰 수 있다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