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싸이클 다이어리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아르네스토 게바라를 혁명가 체 게바라로 만든 남미 대륙 여행을 담은 영화. 강 건너 위치한 나환자촌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과 자신의 생일 날 밤 목숨을 걸고 수영으로 강을 건너 나병 환자들에게 다가갔던 모습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이건 영웅담이 아닌, 단지 일치된 꿈과 열망으로 가득차 있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꿈이 너무 편협했던가? 그래서 경솔하게 끝난 것일까? 우리들의 결정이 너무 경직된 것이었나? 그럴지도. 이번 여행은 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이전의 내 모습은 아니다.

8년이 지나 그들은 다시 만났다. 1960년에 그라나다는 연구원 자격으로 초대받아 쿠바로 간다. 이 초대는 그의 오랜 친구인 푸세로부터 받았으며, 푸세는 쿠바 혁명의 몇 안 되는 영향력을 가진 ‘사령관 체 게바라’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는 콩고와 볼리비아에서 자신의 이상을 위해 싸웠으며, 그곳에서 CIA의 승인 하에 정부군에 의해 체포되어 1967년 10월에 총살되었다.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항상 친구 푸세를 신뢰했으며, 그가 설립한 “산티아고 약물학교”에 머물렀다. 지금은 아내인 델리아, 세 명의 아들들 그리고 손자들과 아바나에 살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

시골의사 박경철이 회사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면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실제로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올해 초여름 아내와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즉흥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오기로 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빌려 읽게 되었다. 3분의 1쯤 읽고 반납기한이 다 되어 읽기를 중단했다가, 약 한 달 후에 구입해서 나머지를 읽게 되었다.

그렇게 한 번을 다 읽기가 힘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책에 집착하고 이상을 쫒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었고, 그런 주인공을 한심히 여기는 조르바가 꼭 나에게 호통치는 것 같았다.

두 다리를 단단히 땅에 뿌리 내리고 자연과 사람들과 온전히 호흡하는 조르바의 삶이 당당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상상 속에서 스스로 그린 자신의 이미지는 그저 허상일 뿐,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는지, 내 눈 앞에 어떤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달빛을 받고 있는 조르바를 보고 있으려니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어쩌면 저렇게 쾌활하고도 단순하게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는지! 그의 몸과 영혼은 얼마나 조화로운 하나를 이루고 있는지! 또 여자와 빵과 물과 고기와 잠 등 모든 것은 그의 몸과 너무도 행복하게 결합하여 저 조르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우주와 인간이 그처럼 다정하게 맺어진 예를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p194)

나는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p222)

어린아이처럼 그는 모든 사물과 생소하게 만난다. 그는 영원히 놀라고, 왜, 어째서 하고 캐묻는다. 만사가 그에게는 기적으로 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그는 놀란다. (p223)

나는 조르바라는 사내가 부러웠다. 그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들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p327)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자, 갑시다! (p415)

프랭클린 자서전

정규교육을 2년밖에 받지 못한 프랭클린은 평생 수 많은 업적을 이루어냈고 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1. 인간에 대한 이해
  2. 완벽한 삶 추구
  3. 끊임없는 자기계발

프랭클린은 인간의 속성을 잘 파악했고 이를 잘 활용했다. 회원제 공공 도서관의 회원을 모집할 때 그는 아무리 유익한 계획이라도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가능한 자신을 숨기고 몇몇 친구들의 계획이라고 말했고, 이 방법은 잘 먹혔다. 그는 논쟁을 함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또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였다.

프랭클린은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고자 하는 계획을 마음에 품고, 책에서 보았던 수많은 덕목들을 열거하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리했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경, 겸손

그리고 종이에 날마다 지키지 못한 덕목을 표시하면서 완전히 몸에 익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면서, 독학으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아랍어를 익혔고, 도서관과 대학을 설립했고, 피뢰침, 시계초침 등을 발명하였으며, 정치인, 외교인으로도 활약했다. 스스로에게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이었고 후손들도 그 길을 따르길 바랬다.

그의 성공요인을 하나로 압축하면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했고 그렇게 찾은 방법을 기록하고 실천에 옮겼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그의 삶을 따르고 싶지만 너무나 높은 경지여서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송지호 해수욕장

여름이 끝나기 전에 바다수영을 하고 싶다는 아내와 함께 송지호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숙소는 올해 새로 지었다는 다인펜션. 네이버 예약 서비스를 통해 편리하게 방을 잡을 수 있었다.

3층 숙소에서 보이는 바다뷰가 참 좋았는데, 바다물 속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 불안했다. 튜브는 차에 두고 일단 탐색차 해수욕장으로 가보았다.

모래사장에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그 누구도 물 속에 들어가지 않아서 안전요원에게 물어봤더니 너울성 파도 때문에 위험해서 입수 금지라는…

너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작전을 바꿔 숙소에서 돗자리와 우산과 간식거리를 가지고 다시 해변을 찾았다. 몇 시간을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파도소리를 듣고 낮잠도 즐겼는데 그래도 마냥 좋았다.

저녁식사라도 만족스러웠으면 하는 바램으로 백도수산 가리비 직매장에 전화했더니 오늘은 가리비가 다 떨어졌다고…

너무 아쉬웠지만 역시 어쩔 수 없었다.

송지호 해변 근처 음식점 중 사람이 많아 보이는 곳에서 아쉬운대로 조개구이를 먹고,

그래도 아쉬워 해변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감자튀김에 생맥주까지 마셨다.

마지막 파티는 숙소에서…

밤새 파도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고 일어나 돌아오는 길에는,

서울 양양 고속도로 내린천 휴게소에 들렀다. 차가 막힐까봐 마음이 바빠서 여유있게 둘러보진 못했지만 뻥 뚤린 풍경과 맑고 시원한 산 바람이 너무 상쾌하고 좋았다.

총 주행거리는 499km. 가는 길도 오는 길도 어느정도 정체 구간이 있었으니 일반적인 BMW 320i M Sport의 장거리 여행 연비는 15-16km/l, 기름을 가득 넣고 달릴 수 있는 거리는 850-900km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어떤 장소에서 여행은 꼭 하나씩 아쉬움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찾아올 이유를 만들기 위해서. 이번 여행은 운이 따라주지 않아서 여느 여행보다 아쉬움을 많이 남겼으니 다음에 꼭 다시 와서 아쉬움을 풀어 보고 싶다.

블리드 포 디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주인공 비니는 교통사고로 목뼈가 부러져 halo를 착용한 채로 다시 링에 오르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훈련 중 잘못되면 영원히 걷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권투를 할 수 없는 그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는 다시 살아가기 위한 선택을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것,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을 나는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복잡하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해보자고 그렇게 생각했다.

아래는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기자와 인터뷰 내용이다.

본인이 들었던 거짓말은 뭔가요?
권투를 하면서 깨달은 건 또 뭐죠?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왜죠?

아뇨. 그게 제가 들은 가장 큰 거짓말이에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이 말을 끝없이 듣게 되죠.

간단하지 않은 게 뭔데요?

뭐든지요.
모든 게요.
그래서 사람들을 포기시키는 거죠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그러면 진실은 뭐죠?

간단하다는 거에요.
불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어느 순간 끝이 나고
얼마나 간단한지 알게 돼요
처음부터 불가능은 없었던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