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브앤테이크

흔히 남을 잘 돕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남을 이용해서라도 자기 것을 챙기는 사람은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자를 기버, 후자를 테이커라고 부르며 우리가 가진 통념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기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작게는 호감 크게는 존중과 존경을 얻는다.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 등으로 한 사람의 평판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전파된다. 자기 자신보다 늘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기버의 행동은 성공의 씨앗을 미리 뿌려두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일에서 기버는 주변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협력과 응원을 받게 될 것이다.

모든 기버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테이커를 가려낼 줄 알아야하고 때로는 받는 만큼만 베푸는 매처처럼 행동할 줄도 알아야한다. 성공한 기버는 야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을 돕는 활동으로 인해 자신의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리더는 기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리더는 자신을 감추고 공동의 목표에 집중하며 구성원들을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에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었다고 느꼈고, 리더의 역할을 그만두고 예전의 역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은 노력으로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서 열정을 느끼고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보람이었지만, 자신의 커리어는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겹쳐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이 책의 조언을 받아들여 앞으로는 구성원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복지에도 신경쓰고 상황에 따라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탈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더 오랫동안 리더로서 기버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정신자살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재밌게 읽어서 도진기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성도서관에 있는 『정신자살』을 상호대차하여 읽게 되었는데 계속 손이 갈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는 too much라는 느낌이 강했다. 오답률 100%에 도전한다는 책 소개 문구가 책을 덮은 후에 더 와닿았달까.

소설을 읽을 때 인물을 파악하는 것이 여긴 귀찮은 게 아닌데,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에 만났던 변호사 고진과 형사 이유현이 등장해서 처음부터 읽기가 편했다. 이 두 사람과 미녀가 등장하는 점이 도진기 작가 작품의 공통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재미로 읽기에 나쁘진 않았지만 남는 건 그다지 없는 것 같아서 추리소설에는 당분간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대학교 다닐 때 만원 버스, 만원 전철타고 학교 다니는 것이 힘들어 대학원은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진학하고 싶었다. 대학원 기숙사 생활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지금 수원에서 서울까지 약 30km 거리를 매일 출퇴근 한다. 플렉서블 타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차가 막힐까봐 매일 새벽같이 출근한다. 야근이라도 안 하면 그나마 다행.

팍팍한 일상이 이제는 좀 지겨워 대안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 지방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디지털 노마드』에 이어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을 읽게 되었다.

제주도,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로 떠난 9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들의 직업은 의외로 예술, 문화 쪽이 많았다. 이 책의 출판사 남해의 봄날은 통영에 위치한 지역 출판사인데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출판사의 사장님이어서 흥미로웠다. 한편으론 나와 같은 SW 개발자의 이야기가 없어 아쉬웠다. SW 개발자가 지방에 정착한 사례를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귀농, 귀촌 이야기가 아닌 서울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용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 용기 덕분에 그들은 서울보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웃들과 함께 진짜 삶을 살아가고, 누군가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출퇴근이 조금 힘들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지만, 언젠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나도 그들과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경제적인 여유과 삶의 여유를 바꿀 수 있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내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선택할 수 있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기에 먼 미래에 예상되는 일이라도 미리 관심을 가지고 틈틈히 준비를 해두면 좋을 것 같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마음이 힘들었던 최근 1년 나는 길을 잃은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을 몰랐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아볼 엄두도 내지 못한채 그저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에 끌려 다니며 괴로워하기만 했다. 다행히도 9월 초 안식휴가, 10월 초 긴 추석연휴를 통해 충분한 휴식을 가질 수 있었고, 이때 만난 불교의 가르침은 나를 현재로 옮겨 놓았고 덕분에 지금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내소사 템플스테이에서 이 책을 처음 만나 조금 읽어 보고 주문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 보았다.

자애,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

주제별로 혜민 스님의 수기와 짧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괴로움 속에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따뜻함으로 가득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짧은 문장들은 살다가 가끔 다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몇 개는 자주 볼 수 있는 곳에 옮겨 적었다.

생각에 사로잡혀 힘들었던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문장 몇 개를 여기에 옮겨 본다.

지금 스트레스가 많고 힘든 이유가 혹시 내 마음 안에 너무 많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생각이 들어와 있어서 그런 건 아닌지 한번 살펴보세요. 단식을 하듯 며칠간 전화와 인터넷을 끊고 내 몸과 마음에 귀 기울여보세요. 내 마음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돌아옵니다.

가끔씩 혼자 조용히 있을 때 느끼는 마음의 고요는 마음에 주는 약과도 같습니다. 홀로 조용히 있을 때 자신의 중심을 되찾으며 내 안의 신성과 만날 수 있습니다. 고요함의 약을 스스로에게 처방하세요.

마음에 고민이 많아 우울하고 힘들 때 머리를 들고 앞에 있는 사물을 아주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사물을 보는 순간 생각의 진행이 멈추면서 조금 전 마음의 고민이 그냥 ‘생각 덩어리였구나.’하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생각들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지 말고 ‘고작 생각들이었어.’하세요.

생각에서 빠져나와 현재로 돌아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숨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회사에서 복잡한 일들로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할 때 이제는 들어오고 나가는 숨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나를 되찾고 생각의 존재를 알아채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늘 평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추석 연휴를 위해 빌린 4권의 책 중 한 권. 제법 두꺼워서(484쪽)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재밌어서 추석 전날에 다 읽어 버렸다.

현직 판사가 쓴 법정 추리소설로 법정 공방의 묘미를 잘 살렸다. 도진기 작가는 변호사 고진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연달아 내고 있고 이들을 엮어 드라마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판사라는 본업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얽히고 설킨 이야기를 상상하고 유려한 글로 풀어낼 수 있을까 감탄했다.

이 작품에서는 청부살인의 가능성은 처음부터 배제했다는 점이 개인적으론 아쉽게 다가왔지만, 독자들을 미궁에 빠지게 국제적인 스케일의 트릭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당분간 변호사 고진 시리즈를 찾아 읽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