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시골의사 박경철이 회사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면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실제로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올해 초여름 아내와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즉흥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오기로 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빌려 읽게 되었다. 3분의 1쯤 읽고 반납기한이 다 되어 읽기를 중단했다가, 약 한 달 후에 구입해서 나머지를 읽게 되었다.

그렇게 한 번을 다 읽기가 힘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책에 집착하고 이상을 쫒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었고, 그런 주인공을 한심히 여기는 조르바가 꼭 나에게 호통치는 것 같았다.

두 다리를 단단히 땅에 뿌리 내리고 자연과 사람들과 온전히 호흡하는 조르바의 삶이 당당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상상 속에서 스스로 그린 자신의 이미지는 그저 허상일 뿐,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는지, 내 눈 앞에 어떤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달빛을 받고 있는 조르바를 보고 있으려니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어쩌면 저렇게 쾌활하고도 단순하게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는지! 그의 몸과 영혼은 얼마나 조화로운 하나를 이루고 있는지! 또 여자와 빵과 물과 고기와 잠 등 모든 것은 그의 몸과 너무도 행복하게 결합하여 저 조르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우주와 인간이 그처럼 다정하게 맺어진 예를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p194)

나는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p222)

어린아이처럼 그는 모든 사물과 생소하게 만난다. 그는 영원히 놀라고, 왜, 어째서 하고 캐묻는다. 만사가 그에게는 기적으로 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그는 놀란다. (p223)

나는 조르바라는 사내가 부러웠다. 그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들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p327)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자, 갑시다! (p415)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