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경마공원

오래전부터 경마공원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지난 주말에 다녀왔다! 경마공원역을 빠져 나오는 길부터 경마지를 한권이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의 아우성 덕분에 괜히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상인에게 천원을 건내고 경마지와 수성싸인펜을 받았다.

경마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경마지를 펼쳐 해독(?)을 시작하였으나 여의치 않았다. 전열을 가다듬고 차분히 읽기 시작하자 조금씩 경마지의 구성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날 열리는 12경기에 출전하는 말의 최근 전적과 조교들의 평가, 그리고 경마지의 자체평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많이 남겨둔체 입장권을 구매하고 경마공원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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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장으로 들어서기 전에 바로 다음 경기의 출전할 말과 기수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처음이라 어리둥절했지만 차분히 작은 트랙을 도는 말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우울해 보이는 말, 활기차 보이는 말, 산만해 보이는 말 등등.

경마지의 설명을 읽고, 말의 상태를 직접 보면서 이 녀석으로 해야겠다고 정한 후, 경마장 안으로 들어섰다. 마권을 사는 방법도 몰라 어리둥절 한체로, 연습삼아 단승식에 500원을 걸었다. 그리고 시간이 다 되어 1층 트랙쪽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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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럼 1층에서는 연인들도 보이고 뭔가 가족적인 분위기가 그럭저럭 괜찮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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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처럼 위층에서는 어두운색의 잠바를 입은 수많은 아저씨들 사이로 자욱한 담배연기가…

드디어 우리의 첫번째 경주(2월 2일 5경주)는 시작되었고, 내가 걸었던 말은 거짓말처럼 일등으로 들어왔다. 덕분에 500원은 2350원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다음경주에 앞서 경마초보교실에 가서 복승식, 쌍승식, 복연승식등의 다양한 경마규칙을 배운 후, 말의 상태를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첫번째 경주에서의 쏠쏠한 배당금으로 용기백배한 나는 연승식(1~3등으로 들어오면 배당)에 과감히 2000원을 투자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했던 두 마리의 말은 모두 1~3등안으로 들어와 5600원을 배당금으로 챙길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자만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여, 드디어 7경주에서는 복승식(1, 2등 말을 순서 없이 정확히 맞추면 배당)에 3000원을 투자했다. 1등이 유력한 말 한마리(13번)와 2등을 할 것 같은 세 마리(3번, 8번, 9번)의 조합으로 각각 1000원씩 걸었는데, 3번, 8번, 9번말이 1~3등으로 들어왔다. 13번 말(5등쯤 한듯)의 배신으로 3000원은 허공으로… 연승식으로 했다면 꽤나 쏠쏠했을텐데…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보수적인 접근으로 돌아와 8경주에서는 다시 연승식에 2000원을 투자하였고, 본전치기나 다름 없는 2350원을 배당 받았다.

경마장에 오기전 했던 다짐은 딱 만원만 쓰는 것이여서, 마지막 9경주에 2500원을 쏟아 부었다. 마지막이라 조금 재밌게 해보려고 쌍승식(1, 2등 말을 순서대로 정확히 맞추면 배당)과 복승식을 섞어 마권을 구입했다. 결과는 7경주때와 마찬가지로 1, 2등이 유력했던 말 한마리과 완전히 뒤로 처지는 바람에 완전히 망했다.

함께한 묘령의 아가씨(?)는 마지막에 연승식으로 5번말에 걸었는데, 마지막 결승점에서 4번말과 5번말이 세번째로 동시에 들어오는 바람에 식안으로 등수를 가려낼 수가 없었고, 전광판에도 한참동안 3, 4등의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만약 5번말이 3등으로 인정받게 되면 44배(44000원)를 받을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아쉽게도 4번말이 말발의 차이로 먼저 들어오는 바람에 44배의 고배당은 안드로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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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루의 경마를 결산해 보면 단승식, 연승식으로 배팅한 경우 모두 배당금을 탈 수 있었으며, 복승식, 쌍승식으로 마권을 구입한 경우에는 모두 잃었다. 총 10,000원을 배팅하여 10,400원을 배당금으로 챙겼고, 게다가 큰 즐거움을 얻고 돌아 왔으니 가히 남는 장사라 할 수 있겠다.

한경주에 500원 1,000원등의 소액으로, 영화표값 정도 냈다 생각하고 욕심 없이 경마에 임한다면 충분히 그 값어치 이상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경험상 큰 욕심 부리지 않고 보수적으로 단승식, 연승식에 배팅한다면 적어도 투자한 금액의 절반정도는 배당금으로 되찾을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선택한 말이 결승선 향해 질주할 때의 흥분과 짜릿함이 너무나 커서, 지금도 경마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정도니, 경마에 중독되어 매주 경마장을 찾는 사람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다음에는 안전하게 단승식, 연승식으로만 배팅해서 더 큰 즐거움과 수익을 동시에 노려보겠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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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인문의 힘을 빌려 경영에 필요한 통찰의 힘을! 오늘날 모든 분야를 통틀어 가장 필요한 것은 ‘통찰의 힘’이다. 사람경영, 자아경영, 기업경영, 국가경영 등 그 어떤 분야의 통찰의 힘을 시급하고 긴요하다. 그렇다면 통찰의 힘을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바로 인문학(人文學), 즉 ‘후마니타스(humanitas)’다. 인문학적 깊이가 건널 수 없는 차이를 만든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는 불확실한 현대 비즈니스 사회에서

    <br />책을 읽고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길 때, 보통은 강렬한 느낌을 주었던 부분을 중심으로 나의 감상을 정리하는 식이였는데, 이 책은 워낙 긴 기간에 걸쳐 조금씩 읽어 제대로 된 글을 남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br /><br />책을 구입할 때는 몰랐는데,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이전에도 만난적이 있는 분이였다. "완벽에의 충동"이라는 책의 저자 정진홍님이였는데, 책의 상세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강렬한 느낌만은 아직도 기억한다. <br /><br />최

근 나의 독서를 논하자면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독서를 성공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 여기고, 의무감에서라도 책을 찾게
되는 이유는, 스스로 경험하고 깨닫는 것과 다른 사람들으로부터의 배움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력,
그리고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한 지침을 얻을 수 있고, 긴장 없이 살아가다가도 책으로부터 삶을 돌아볼 기회를 갖을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인문학 독서는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과 안목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급변하는 경영환경을 온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경영자에게 필수인 것이다.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시작은 역사로 청나라의 강건성세를 이루었던 강희제, 옹정제, 건륭제의 역사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어 창의성, 디지털, 스토리, 욕망, 유혹, 매너, 전쟁, 모험, 역사로 인문학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각각의
주제별로 저자의 다양한 인문학 독서로 쌓인 지식들이 체계적으로 잘 정리되어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역사속의 인물들로부터 경영자로서
눈여겨 보아야 할 여러가지 덕목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 보람이 있었다.

임동혁 라벨 라 발스

요즘 가장 즐겨 듣는 곡이다. 현대 음악이라 그런지 난해한듯 하면서도, 계속 들으면 들을 수록 매력적이라 자꾸 찾게 된다. 원래 피아노 곡이 아닌 것을 피아노 버젼으로 편곡한 곡이라 그런지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곡이라고 한다. 매일 CD로 듣다가 이렇게 임동혁 군이 직접 연주하는 동영상을 찾게 되어 기쁠 따름. 좀 더 일찍 이 세계(?)를 알았다라면 공연장에서 직접 감상했었을텐데 너무 아쉽다.

열정과 도전, 서혜경의 라흐마니노프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연을 어제 밤에 단신으로 다녀왔다. 새롭게 시작한 일때문에 매일 오전 회의가 이어지는 바쁜 요즘이지만, 밤을 새는 한이 있어도 공연은 꼭 봐야겠다는 심정으로, 공연 후 회사로 돌아와 일을 하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세번째로 찾아가는 예술의 전당은 낯설지 않았다. 공연이 곧 시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수 많은 인파가 음악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홀로 길을 재촉하여 음악당에 도착한 후, 클럽발코니 코너에서 예매한 표와 프로그램 북을 받았다. 20분 전에 도착해서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었지만, 프로그램 북을 찬찬히 읽어볼 요량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내 주변에 앉은 분들 역시 나 처럼 혼자 오신 분들이라 혼자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같이 간 사람이 지루해 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

로시니
오페라 ‘도둑까치’ 서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Op.18

-인터미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Op. 30

공연은 KBS교향악단의 ‘도둑까지’서곡으로 시작되었다. KBS교향악단에게는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서혜경 선생님(?)의 라흐마니노프를 빨리 듣고 싶은 마음에 ‘도둑까치’서곡이 빨리 끝나길 바랬다. 바램대로 ‘도둑까치’서곡이 끝난 후, 드디어 서혜경 선생님이 무대로 걸어나오셨고, 환호와 갈채가 터져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라흐 피협 2번의 피아노 솔로 시작부분이 꿈처럼 들려왔다. ‘건반 위의 활화산’이라는 별명 답게 그녀의 연주는 힘이 있었고, 그 순간 나의 시야는 흐려졌다. 불굴의 의지로 암이라는 병마를 이겨내고 다시 당당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그녀의 삶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여서 그랬는지, 음악이 주는 감동의 크기가 내가 받아들이기 벅차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하게 연주하는 부분, 빠르게 연주하는 부분에서 그녀의 모습은 정말 열정적이였다.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역시나 익숙한 2번은 큰 감동을 주었다. 인터미션에서 잠깐 만난 상운이와 나는 1악장에서 피아노 소리가 너무 작아서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인터미션이 지나고 드디어 3번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45분을 연주하는 3번의 경우 많이 들어보지 않아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잠결에 들었던 부분들이 가슴에 남아 있었는지 충분히 선율을 느낄 수 있을만큼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역시나 최고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건반 위를 수놓는 손의 움직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방사선 치료를 마친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3번의 3악장이 끝났을 때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최고의 박수와 찬사를 보냈다. 그녀가 연주한 음악 자체의 훌륭함에 더하여, 자기를 이겨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최선의 연주를 마친 그녀의 모습이 숭고했기 때문이였으리라.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는 그 끝을 알 수 없도록 계속되었다. 몇 번의 고사 끝에 그녀는 마이크를 손에 들고 나왔고,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것 처럼 박수를 멈추고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녀는 암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손을 다시 쓸 수 있도록 극진히 치료해준 노동영 교수님에게 쇼팽의 야상곡을 바친다며 앵콜곡의 연주를 시작했다. 모든 조명이 꺼지고, 피아노 주변에 얇은 붉은 빛이 감돌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감미로운 선율.

야상곡을 연주하는 그녀의 손이 건반을 완전히 떠났을 때, 관객들은 어김없이 환호화 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무대를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마이크를 손에 들고 말했다.

“암이 다시 재발하지 않고, 여러분들에게 좋은 음악 들려드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감미로운 선율에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연주하는 모습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웠던지, 그 순간을 지금 다시 되돌리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트로이메라가 끝난 후 다시 마이크를 잡은 그녀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고 관객들은 그제서야 따뜻한 마음으로 그녀를 놓아 주었다.

오늘 아침 미팅 준비를 위해 11시 조금 넘어 회사로 돌아와 심야야근을 해야 했지만, 나는 행복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아름다운 음악과 아름다운 사람들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나는 내 삶에 그러한 행운이 주어진 것에 감사한다.

라흐 피협 3번 벼락치기

드디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내일 공연을 대비하여 어제부터 라흐 피협 3번을 열심히 벼락치기로 듣고 있다. 2번이 워낙 좋아서 계속 2번만 듣다 보니, 3번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계속 돌려 듣다보니 나도 모르게 1, 2, 3, 4번을 다 듣게 되었는데 모두 괜찮았다. 물론 최고는 2번이라고 생각되지만. 3번은 처음 시작하는 선율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건 그렇고 여러가지로 바쁜 요즘이다. 지난해 10월말에 집중회의 발표를 했는데, 새로 맡게된 일로 인하여 얼떨결에 다음주에 집중회의를 발표하게 될 것 같다. (보통 1년에 한번 하는 것인데…) 게다가 주말에는 토요일, 일요일 모두 약속이 있고, 목, 금은 회사 연구실 워크샵, 금, 토는 오즈 엠티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 듯. 그나마 학부시절 걱정돌이였던 내가 많이 대범해졌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지금도 별 걱정없이 막연히 잘 될꺼라고 생각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