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B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과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이 함께 쓴 책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탄력성을 다루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셰릴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셰릴의 친구이자 학자인 애덤이 제시한 여러가지 사례와 연구결과는 셰릴이 던지는 희망에 메시지에 신뢰를 더한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살면서 큰 역경을 겪지 않아서 이 책을 읽을 때 크게 공감하진 못했다. 그러나 평생 슬픔, 상실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작은 사건에도 크게 흔들리는 자신을 떠올리며, 이 책이 주는 교훈을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했다.

  • 역경이 자신의 잘못이고,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고,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 버리기
  • 축복 받은 일, 감사한 일, 감사한 사람 기억하기
  • 슬픔과 고통을 피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 일기에 하루 동안 잘한 일 세가지 적기
  • 행복해 지길 기다지말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기
  • 성장형 사고방식 가지기
  • 공동체와 희망, 경험, 이야기를 공유하기
  • 비판에 열린태도를 가지고 실패에서 배우기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갸아 햔다. 언젠가 나에게도 견디기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이 책이 주는 위로와 응원이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최근 책장을 정리하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 중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찾았다. 올해는 과거에 좋았던 책을 몇 권 다시 읽고 그 시절과 다른 감상과 배움을 가져볼 생각이다.

이 책은 류비셰프가 남긴 일기, 서신, 시간통계 등의 자료를 참고하여 그의 사후 작성된 전기로 2008년에 처음 읽고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긴 바 있다.

류비셰프는 5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통계 노트를 작성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활용했다. 비록 살아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지만 그는 70권의 학술 서적과 총 1만 2,500여장 에 달하는 연구논문, 방대한 분량의 학술 자료들을 남겼다. 그의 업적을 돌아보면 매우 건조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는 매일 8시간 이상을 자고 운동과 산책을 즐기고, 한 해 평균 60여 차례의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고 문학 작품을 즐겨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고 동료, 후배들과 애정 어린 편지를 주고 받았다.

류비셰프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쓴 저자(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검토하며 이 책을 썼을 것이고, 류비셰프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 말미 옮긴이(이상원)의 말에서 옮긴이가 류비셰프에게 배운 점이 내가 배운 점과 다르지 않아 여기에 남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을 읽고 옮기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늘 시간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것이 흔히 생각하듯이 각박한 일이기는 커녕 가장 여유로운 삶의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일할 때, 친구와 이야기할 때, 휴식할 때, 여행할 때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그리하여 시간과 행복하게 공존하게끔 해주는 방법 말이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닌 그런 흐지부지한, 그러면서도 마음 불편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딥워크』를 읽고 영향을 받아 2017년 말부터 윈키아 플래너를 이용해 시간 계획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매번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시간계획 없이 지내던 과거보다는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류비셰프만큼 완벽히 시간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나만의 시간관리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다.

영어책 필사

오래 전에 구입해놓고 읽지 않았던 마지막 강의 영한대역 책을 펼쳐 필사를 시작했다.

하루에 한 페이지, 느리지만 꾸준히

만년필을 쓰는 재미는 또 하나의 덤

한 문장씩 외워서 쓰려고 노력하다보면 영어 문장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시제와 어떤 전치사를 사용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

이 책을 쓴 랜디 포시 교수님이 재직했던 CMU에서 5주 동안 공부한 경험도 있고,

YouTube에서 마지막 강의 동영상도 인상 깊게 보아서,

책에 담긴 그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한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어서 필사는 나에게 단순한 영어공부보다 더 의미가 큰 작업이다.

올해는 영어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익히고 싶다. 그래서 한 권의 책, 한 편의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표현들을 습득하려고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며…

2017년 회고

2017년의 마지막 날 지난 일년을 돌아본다. 요약하면 “힘들었지만 그럭저럭 잘 해냈다.” 정도가 될 것 같다.

파트 리더 역할을 처음 수행하면서 스트레스가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여러사람들의 회사생활이 나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니 잠시도 쉴 수가 없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로 일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개인의 삶을 일부 포기하며 노력했지만 사용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회사를 오가는 시간이라도 즐거워야한다는 생각에 차를 크루즈5에서 320i로 바꿨다. 기대했던대로 출퇴근 시간은 늘 설렘과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장마철이 되자 옷이 잘 마르지 않아 쉰내가 났다. 회사 일도 힘든데 쉰내나는 옷을 입고 다니자니 너무 우울해 전기 건조기를 구입했다.

긴장한 상태로 몇 시간 연속으로 앉아 일을 하다보면 물 섭취량이 부족해 목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마트에서 매번 생수를 사는 것도 피곤한 일이어서 정수기를 구입했다.

마지막으로는 4년 반 쓴 맥북에어를 맥프레로 바꿨다.

모두 오래 고민하고 감행한 지출이라 후회는 없다. 돈을 아끼는 것보다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이 절실했다.

지금까지 회사생활의 힘든점만 언급했지만 파트 리더 역할을 하면서 느꼈던 보람은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파트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즐겁게 회사생활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무엇보다도 파트 리더를 하면서 문화를 바꾸고 싶었다. 리더가 아닌 구성원이 주인공이 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보스가 아닌 리더가 되고 싶었다. 좋은 구성원과 함께 노력한 덕분에 어느정도 좋은 문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개인 공부도 그럭저럭 열심히 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딥러닝』의 전반부를 공부해 팀 세미나를 한 것을 계기로 스터디가 형성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함께 공부하고 있다.

Coursera에서 Andrew Ng 교수님의 Machine Learning 강의를 들었고, Youtube에서 김성훈 교수님의 모두를 위한 머신러닝/딥러닝 강의를 들었다.

『골빈해커의 3분 딥러닝』은 혼자서 공부했는데 텐서플로 코드에 익숙해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론부터 코드까지 공부는 이제 충분히 한 것 같고, 내년에는 개인적인 연구에 혹은 업무에 적용하는 노력을 기울여 볼 생각이다.

영어 공부와 관련해서는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구입해 100일치 에피소드를 외웠다. Alexa Skill까지 만들어 자주 듣고 복습하고자 했는데 기대만큼 잘 되진 않았다. 2018년에는 처음부터 누적해서 다시 외워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

하반기에는 주5일 오전 7시부터 10분씩 YBM 전화영어 수업에 꾸준히 출석했다. 매일 오전 7시 전에 회사에 도착해서 전화영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도움이 많이 되어서 앞으로도 계속 수업을 들을 생각이다.

38권의 책을 읽었다. 50권 이상 읽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쉽지만 2016년 29권 보다 많이 읽은 것에 만족한다.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는데 소설의 재미와 가치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1. 부하직원이 말하지 않는 진실

  2.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3. 숨결이 바람 될 때

  4. 대한민국이 묻는다

  5. 그릿

  6. 여행은 최고의 공부다

  7. 영어책 한권 외워봤니?

  8. 완벽한 공부법

  9. 카네기 인생과 직업

  10.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11.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12. 죽음의 수용소에서

  13. 언어의 온도

  14.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15.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16. 기사의 편지

  17. 82년생 김지영

  18.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19.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20. 삼십살

  21. 프랭클린 자서전

  22. 그리스인 조르바

  23. 청춘의 문장들

  24. 다녀왔습니다

  25. 7년의 밤

  26.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27.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자유, 디지털 노마드

  28.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

  29.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30.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31. 정신자살

  32. 기브앤테이크

  33. 종의 기원

  34. 공터에서

  35. 딥워크

  36. 내 심장을 쏴라

  37. 데미안

  38. 남아 있는 나날


57편의 영화를 봤다. 기억에 남는 영화가 많지만 영화관에서 본 덩케르크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1.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2. 판도라

  3. 빅 피쉬

  4. 더 킹

  5. 싱글라이더

  6. 패신저스

  7. 딥워터 호라이즌

  8. 공조

  9. 미씽: 사라진 여자

  10. 로건

  11. 동주

  12. 레지던트 이블 6

  13. 재심

  14.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

  15. 해빙

  16. 보통사람

  17. 프리즌

  18. 겟 아웃

  19. 히든 피겨스

  20. 임금님의 사건수첩

  21. 보안관

  22. 옥자

  23. 얼라이드

  24. 케빈에 대하여

  25. 덩케르크

  26. 인셉션

  27. 노무현입니다

  28. 블리드 포 디스

  29.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30. 라스트 홀리데이

  31. 나쵸 리브레

  32. 파이트 클럽

  33. 살인자의 기억법

  34.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

  35. 진격의 거인 파트1

  36. 진격의 거인 파트2

  37. 택시운전사

  38. 뷰티풀 마인드

  39. 블레이드 러너

  40. 킹스 스피치

  41. 그래비티

  42. 블레이드 러너 2049

  43. 아이 캔 스피크

  44. 대장 김창수

  45. 닥터 스트레인지

  46. 특별시민

  47. 엽문3

  48. 범죄도시

  49. 남한산성

  50. 희생부활자

  51. 라이프

  52. 킹스맨: 골든 서클

  53. 혹성탈출: 종의 전쟁

  54. 강철비

  55. 스파이더맨: 홈커밍

  56. 인투 더 와일드

  57. 웰컴 투 마이 하트


9월 초 안식휴가 기간에 내소사 템플스테이 다녀온 것이 올해 가장 큰 전환점이 되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회사를 잠시 빠져나와 3박 4일동안 세상과 단절된 곳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긴 시간 책 읽고, 산책하고, 생각하고, 글쓰며 남과 다르다는 생각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내소사에서 下心을 배운 후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욕심이 많았다. 초보 파트 리더로서 본분에 충실했어야 했는데, SW 면접관으로 활동했고 아키텍트 멘토링에 참여했으며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사내강사도 하려고 덤볐다. 들어오는 일들을 너무 의욕적으로 수용해서 구성원들을 힘들게 했고, 일을 처리해내는 속도와 양으로 승부를 본 한 해였다.

내년에는 다르게 해보고 싶다. 우직하게 노력하기 보다는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잘 활용하여 고생하지 않고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2018년 회고에서는 더 많은 성취와 더 큰 만족감을 기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아 있는 나날

영국 명문가의 집사로 평생을 살아온 스티븐스의 인생 회고록. 품위를 지닌 최고의 집사가 되기 위해 평생 노력했으나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애써 외면했고, 명망 있는 주인을 완벽하게 모시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겼으나 그 또한 떳떳한 인생의 보람으로 삼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떤 계기로 갖게 된 가치관에 대한 교조적인 믿음이 인생 말년에 큰 후회로 남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되도록 자주 백지에서부터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

데미안

지나친 윤문을 피하고 다소 건조하더라도 가급적 원문에 밀착하여 번역한 옮긴이의 노력과 작품 자체가 지닌 상징성 덕분에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끝까지 다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이 책만큼 많이 한 적이 또 있을까? 살면서 한 번씩은 데미안을 떠올리며 자신에 이르는 길을 잘 걷고 있는지 돌아보게 될 것 같다.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 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기울여야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듣겠니?

붕대를 감을 때는 아팠다. 그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와.

내 삶의 데미안은 무엇이었을까? 나를 스쳐간 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하는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지금까지 읽어온 많은 책들이 나에게 데미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내 삶에 존재한 덕분에 이제는 그들이 없어도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나를 느낄 수 있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 이르는 길을 걸어야 하고 나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데미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른 누군가에게 데미안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윈키아 플래너 입문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OmniFocus, Confluence, WorkFlowy 등의 앱을 활용하여 할 일 관리를 해왔으나 접근성의 한계를 느끼고 종이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리저리 알아보다 플랭클린 플래너의 한국 현지화 버전이라 할 수 있는 2018 윈키아플래너 소프트커버 네이비 미디움(A5)를 구입했다.

이 플래너를 선택한 이유는 24시간 7일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도 그럭저럭 열심히 살았지만 빈틈이 많았던 것 같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목표의식 없이 무의미하게 흘려버린 시간이 적지 않았다. 2018년에는 플래너를 늘 손에 들고다니며 꽉 찬 한 해를 보내고 싶다.

내 심장을 쏴라

도입부가 잘 안 읽힌다는 심사평처럼 처음엔 다소 지루했다. 책은 덮어두고 영화를 볼까 하는 유혹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꼭대기에 다다르기만 하면 나머지 길은 활강장이 된다는 심사평처럼 끝으로 달려갈 수록 가슴은 뜨거워졌다.

일주일의 폐쇄병동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작가에게 환자들이 남긴 말은 ‘우리 한을 풀어달라’였고, 이 책은 작가의 대답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명,
승민, 만식씨, 김용, 십운산 선생, 거리의 약사, 경보 선수, 한이, 지은이, 우울한 수험생을 통해 그들의 삶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소설을 읽음으로써 나는 또 한 번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음에 감사했다.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화가 났다. 잘 놀고 있다가 별안간 따귀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존재의 징표’에 대해 물은 거라면, 내놓을 것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유령이었다. (p240)

승민의 모습은 희미해졌다가 땅거미 속으로 빨려들었다. 헤드랜턴의 빛만 두어 번 깜박거렸다. 이윽고 그마저 사라져버렸다. 언덕에는 죽음 같은 정적이 흘렀다. 싸늘한 바람이 밤을 몰아왔다. 몸이 떨려왔다.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한 떨림이었다. 목과 가슴 사이에선 불처럼 뜨거운 것이 오르내렸다. 그 뜨거운 한기에는 두 개의 이름이 있었다. 자신의 세상을 향해 날아간 자에 대한 ‘경외’, 갈 곳이 없는 자의 ‘절망’. (p328)

온전히 나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무난히 잘 살아가고 있지만 진짜 너의 인생을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 최근 고민은 나에게 지워진 부담을 가볍게 하는 데에만 있었지, 내가 주체가 되어 내가 짊어질 부담을 스스로 선택하는 데에 있지 않았다. 눈 앞에 닥친 현실을 처리하는 데에만 급급해서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데에 인색했다. 내소사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딥 워크

어쩌면 올해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웃룩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기 때문이다. 파트장의 역할이 명문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니어서 매순간 고민에 빠진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무엇을 해야할까?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은 이벤트 드리븐이다. 대기하고 있다가 오프라인, 온라인 가리지 않고 누군가의 요청을 받으면 즉시 처리한다. 이벤트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므로, 바쁘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도 늘 함께 남았다. 이게 최선일까?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다르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피상적인 일들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피상적인 일들로 인해 깊이 사고 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시간분배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남다른 성과는 분주히 움직이는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깊이 몰입하는데서 온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우쳤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이후 시간에는 일을 하지 않고 가족과 보내면서도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 낸 저자(칼 뉴포트)처럼 딥 워크를 실천해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싶다. 우선은 분 단위의 시간 계획을 통해 할 일을 신중히 선택하는 훈련부터 진행하고 있다.

공터에서

1900년대 대한민국을 살아온 마씨 집안 이야기. 1910년 태어나 1979년 세상을 떠난 마동수의 이야기를 세상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던 아버지를 외면하고 싶었던 두 아들 마장세, 마차세가 이어간다. 시대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던 세대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이북에서 피난 길을 나서야했던 나의 할아버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집안을 일으켜야했던 나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선대의 노력 덕분에 나와 동생 세대는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어쩌면 당연한 권리를 누리고 있지만, 아버지 세대를 바라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마음에 작은 티끌하나 없이 자신의 삶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