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드라이브

차를 산 설레임 때문인지 몰라도, 요즘에는 피곤해도 새벽에 눈을 뜨는 편인데, 일요일인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BMW 320i M Sport를 출고 받았지만, 아직 틴팅도 못했고, 블랙박스도 설치 전이라 운행을 하지 않고 있는데, 한가한 일요일 아침 도로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차를 몰고 길을 나섰다.

출고 날에는 거의 고속도로만 조심히 운전해서 차의 특성을 느끼기 어려웠는데, 오늘은 한가한 국도를 달리며 차의 특성을 조금은 맛볼 수 있었다.

1,350rpm부터 터지는 최대 토크 덕분에 평소 크루즈가 힘들어했던 오르막길을 평지처럼 달리는 등 확실히 출력이 좋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편평비가 낮은 런플랫 타이어에 스포츠 서스팬션의 영향으로 노면이 고르지 못한 구간에서는 차가 통통 튀었다. 단단한 세팅을 좋아해서 혼자탈 때는 좋을 것 같은데, 누군가를 태울 때는 조금 신경이 쓰일 것 같다. 크루즈를 탈 때 가장 아쉬운 것이 미션이었는데, 느끼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부드러운 변속은 감동을 주었다.

네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처음 주행해 보았는데, HUD에 경로가 표시되니 정말 편리했다. 메뉴얼에 따르면 2,000km까지는 4,500rpm 이하, 160km/h 이하로만 주행하라고 하니 주행에서 즐거움을 누리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루즈에 없던 편의사항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BMW 320i M Sport 출고

  • 5월 26일 계약 (11대 배정, 대기 2번)
  • 5월 30일 배정
  • 5월 31일 결혼 3주년
  • 6월 1일 전시장 도착
  • 6월 2일 출고

급박한 일정으로 오랜 고민 끝에 선택한 BMW 320i M Sport를 출고 받았다. 색상은 M 패키지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에스토릴 블루. 찾아보니 에스토릴은 포르투칼 휴양 도시의 이름이다.

2012년부터 5년 7만km 넘게 타고 있는 크루즈5 1.8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어서, 다음으로 고려했던 차량은 올뉴말리부 2.0터보였다. 그러나 너무 큰 차체가 부담스럽고, 인테리어도 아쉬워서, 크루즈에서 올뉴크루즈로 옆그레이드도 고려해봤다. 핸들링도, 출력도, 변속기도 지금보단 나을테니까…

프로모션을 고려하면 올뉴말리부 2.0터보 풀옵션과 가격차가 크지 않은 BMW 3시리즈까지 포함해서 한 달 넘게 고민했다.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주차장에서 차를 만나 시동을 걸고 달리는 순간을 상상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은 차를 선택하자는 것.

기분이 좋으려면 디자인이 멋져야 하고, 진동 소음이 적어야 하고, 달리기 실력이 좋아야 한다. 그렇게 선택한 모델이 BMW 320i M Sport다.

외제차를 타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좋은차를 타고 싶었던 것이라, 국산차 중에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차가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진다. 내가 선호하는 차는 컴팩트하지만 고급스럽고 기본기가 좋은 차다.

흔히 3종이라 불리는 틴팅, 블랙박스, 하이패스가 없는 상태여서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하며 집으로 오는 길에 고급휘발유로 첫 주유를 했다. 메뉴얼을 철저히 지키는 성격이라 고급휘발유만 주유할 생각이다. 다행히 집 근처에 고급휘발유 가격이 일반휘발유와 1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주유소가 있다.

첫 느낌은 차가 참 예쁘고, HUD가 매우 편리하다는 것. 틴팅과 블랙박스를 설치한 후에야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겠고, 길들이기가 끝나는 2,000km를 돌파해야 온전히 성능을 느껴볼 수 있겠다.

타코미터가 우측에 있는 차를 타는 꿈을 생각보다 일찍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