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U Architecture Program

2016년 5월 23일 ~ 6월 24일 일정으로 CMU에서 아키텍처 교육을 받았다. 복귀 후 바빴다는 핑계로 2016년의 마지막 날 기억을 더듬어 후기를 남긴다.

참고로 LG전자에서는 매년 30명 정도의 아키텍트 후보를 선발해, 그 해 여름 CMU에서 아키텍처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피츠버그로

교재 2권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수업이 진행된다고 들었으나, 바쁜 업무를 핑계로 거의 읽지 못해 비행기에서 열심히 읽었다. 결론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었다. 강의가 시작된 순간부터 항상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카고 공항에서 환승했는데, 시카고에서 피츠버그로 가는 비행기에서 옆자리 아저씨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놀랍게도 CMU 교수님이었다. CS 쪽은 아니었지만.

공항 버스를 타고 숙소로 오는 길 피츠버그의 첫 인상은 유럽의 소도시 같았다. 미국 동부는 처음이었는데 확실히 서부와 느낌이 달랐다.

긴 여정 끝에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기대 이상으로 넓고 깨끗했다.

짐을 풀고 같은 팀 멤버들과 마트에 다녀왔다. 피츠버그에 있는 동안 다이어트를 하려고 샐러드를 구입했는데, 먹을 기회가 별로 없어 대부분 버렸다.

시차 적응을 위해 현지 시간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도 둘러볼겸 조깅을 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CMU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만날 수 있었다.

미식 축구장은 실제로 처음 봤는데 탁 트인 느낌이 좋았다. 트랙을 2바퀴 뛰어 보았다.

CS 학과에서 사용하는 Gates Hillman Centers도 볼 수 있었다. 이 날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순 없었지만, 나중에는 팀 모임을 갖거나 혼자 공부할 때 자주 이용했다. 내부 구조가 미로 같아서 익숙해 지는데 시간이 필요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건물이 가장 좋았다.

오후에는 다 같이 버스를 타고 이동해 Duquesne Incline을 방문했다. 언덕 위에서는 피츠버그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언덕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팀 별로 멘토를 만날 수 있었다. 우리팀 멘토는 Daniel Plakosh로 웃음 소리가 유쾌한 분이었는데, 피츠버그 외곽에 살면서 몇 대의 클래식 자동차를 가지고 있고 직접 정비도 하신다고 했다. 어색한 대화의 끝은 항상 먹는 이야기로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피츠버그의 첫 번째 주말을 보내고, 강의는 다음 날부터 시작되었다.

강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90분짜리 강의를 2개씩 들었다. 전체 강의의 60% 이상은 아키텍처 관련 내용이었는데 Anthony Lattanze 교수님이 맡아 주셨다. 항상 유머와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여 주셔서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강의도 많이 해보셔서 그런지 영어도 듣기 편했다.

Project Management, Software Testing 관련 강의는 다른 교수님에 의해 진행되었는데, 도요타 급발진 사건에 참여했던 Philip Koopman 교수님의 강의가 기억에 남는다.

과정의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프로젝트에 올인하면서 강의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피로도 많이 쌓여서 점점 더 자주 커피에 의존해야 했다.

시험

매주 금요일 오후에 서술식 시험을 보았다. 시험 범위는 한 주 전에 공지 되었는데, 그 주에 배울 내용과 관계된 paper, article이 제시되었다.

강의가 끝나면 오후에는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저녁식사 후 숙소로 돌아온 다음에야 비로소 시험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영어 읽기가 느리고 요령 없이 공부하는 편이어서, 주말에 다음 주 시험범위를 미리 공부하기 시작해도, 평일에 매일 자정 가까이 공부를 해야했다.

프로젝트

“Learning by Doing”을 강조하는 CMU에서 프로젝트는 강의보다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교재, 강의, 시험에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볼 수 있었다. 멘토의 조언도 도움이 되었다.

사진에 보이는 하드웨어와 informal 요구사항이 적힌 문서를 가지고, 5주 안에 stakeholder(Anthony Lattanze)가 만족할 수 있는 주차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5~6명 단위의 팀별로 주어진 프로젝트였다.

정확한 요구사항을 도출하기 위해 stakeholder와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project management, design, implementation, documentation, presentation까지 평가에 포함되었다.

5개의 팀 중 우리팀에만 인도에서 온 친구가 있어, 의사소통 문제로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영어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발표를 맡아 주었고, 코딩도 잘 해서 팀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쉬움이 없을 순 없겠지만 우리 팀의 프로젝트 결과물은 그럭저럭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받은 피드백도 나쁘지 않았다.

음식

평일 아침은 숙소에서 준비해 준 음식으로 강의장에서 먹었다. 그냥저냥 먹을만한 수준이었고 종류는 매일 바뀌었지만 1~2주 간격으로 같은 음식이 반복되었다.

늘 시간에 쫒겨서 점심은 주로 교내 식당에서 해결했다. 인도 음식이 입맛에 잘 맞아서 자주 먹었다.

5주 동안 지내다보니 학교와 숙소가 있는 Shadyside 지역의 웬만한 식당은 다 가본 것 같다. 초기에는 저녁에 Stack’d에서 햄버거와 생맥주를 자주 먹었다.

후기에는 대부분 Korea Garden에서 저녁을 먹었다. 픽업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국의 웬만한 식당보다 음식이 맛있어서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날 정도다.

주말에는 숙소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각자 방에서 요리한 음식을 가져와 모여서 먹는 식이었다. 사진에 보이는 소세지 토마토 파스타는 내가 만들었는데 실패하기 어려운 음식이라 모두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다.

여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3개의 event를 준비해 주었다.

  1. 나이아가라 폭포 관람
  2. MLB 경기 관람
  3. 아울렛 쇼핑

참가 여부는 자유여서 아울렛 쇼핑에는 참가하지 않고 홀로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팀 단체 활동이 많아 그러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게 느껴진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기대 이상이었다. 배를 타고 폭포 근처에 갔을 때 그 흥분과 환희를 잊을 수 없다. 아내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

MLB 경기를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 중 하나여서, 피츠버그 오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피츠버그 구장은 기대 이상으로 멋졌지만 경기를 보는 재미는 한국만 못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경기에 관심이 없어 보였고, 아는 선수도 없고 응원 문화도 없다보니 다소 지루했다. 강정호가 슬럼프를 겪는 시기여서 별다른 활약이 없어 아쉬웠지만 오승환과 MLB 첫 맞대결 순간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주말을 이용해 피츠버그 시내를 돌아볼 수 있었다. 사진은 피츠버그 대학 배움의 전당이라는 이름의 건물안에서 찍은 것이다. 공간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나중에 공부하러 와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실천에 옮기진 못했다. 이 건물 안에는 각 나라별로 교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는데, 최근에 생긴 한국관도 둘러 보았다.

카네기 자연사 박물관은 정말 볼거리가 많았는데, 일행과 같이 움직이다보니 천천히 둘러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Just Ducky Tours도 기억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자동차 모드로 시내를 돌며 피츠버그의 건물, 다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배 모드로 강 위에 있을 때는 피츠버그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주말에는 숙소에서 BBQ 파티를 가졌다. 맥주와 고기를 양껏 먹을 수 있었다. 한국에선 굽는 고기에선 왜 이런 맛을 볼 수 없을까?

회고

영어 실력도 그렇고 사전 공부 수준도 그렇고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열심히 한 덕분에 과정을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준비가 잘 되어 있었더라면 더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었을 것이다.

소중한 경험할 수 있게 기회를 준 회사와 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년에는 CMU에서 배운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활용할 것이다.

종무식

오늘 종무식을 끝으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의 업무가 끝났다. 연초의 기대에 비하면 성과가 미흡해서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내년엔 더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2013 맥북에어 생명연장의 꿈

맥북에어를 사용한지 벌써 3년이 흘렀다. 3년 사용하고 맥북프로로 교체하려 했지만, 레티나 아닌 화면 빼곤 부족함이 없어서 조금 더 사용해보려고 한다. 좌측 방향키가 고장난 것이 유일한 문제인데 입력이 안 되는 것은 아니고 키감이 형편없는 상태다. 최소한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불편함이 없도록 비교적 저렴한 레오폴드 기계식 키보드 FC660M 클릭 모델을 구입했고, 지금 사용 중인데 굉장히 만족스럽다. 청축은 처음 사용해 보는데 청량한 타자음이 참 듣기 좋다. 2017년에는 집에서도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성격검사

특별한 동기 없이 회사 동료 따라서 2가지 종류의 성격검사를 받게 되었다.

  • EPID 에니어그램 심리역동검사 (비진단 검사)
  • TCI 기질 및 성격검사 (진단 검사)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상담도 받았는데, 검사 받길 잘 한 것 같다. 비교적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막연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확인하고 나니, 앞으로 사회생활하면서 그 부분을 조심하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에니어그램

에니어그램에 따르면 나는 6유형의 사람이다. 안전을 추구하고 로열티가 높은 타입으로서 대기업에 어울리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검사 결과지에 나타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논리, 정보, 근거에 의한 객관적인 의사결정
딱딱하고 논리적인 말투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
안전하고 성실하게 준비하는 것을 즐겨하며 꼼꼼하고 잔걱정이 많음
의심, 불안 때문에 소심해져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향
깔끔하고 정돈된 것을 좋아함
주어진 것들을 신중하게 여러 번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주변으로부터 믿을만하다는 평가를 듣는 편

인터넷 검색 결과 아래와 같은 특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임감이 강하고 안전을 추구하는 유형으로서 친구나 자기가 믿는 신념에 가장 충실한 사람들이다.
전통이나 단체에 강한 충성심을 갖고 있으며 공동체에 대한 헌신이 대단하다.
신중하며 거짓말을 모르는 그들은 협조적이며 조화를 이루며 믿음직스럽다.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유형이다.
‘책임감이 있다’, ‘성실하다’, ‘충성스럽고 믿을 만하다’는 말에 가장 큰 만족을 얻는다.

TCI 기질 및 성격검사

평소에 느끼던대로 전반적으로 자존감,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타고난 기질로 판단해 보았을 때 호기심이 부족한 편이고, 사회적 민감성이 대단히 높아 타인으로부터 영향을 잘 받는 편이라고 한다. 정서적 감수성과 개방성, 친밀감 점수가 높게 나왔는데, 인간관계를 넓게 가져가진 않지만 마음이 통하는 소수에게는 내 속의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편이다.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지만, 관습과 원칙을 따르려는 모습 때문에 다소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인물로 비춰질 수 있음

대체로 좋은 내용이 많이 나왔지만 권위주의적이라는 지적은 소프트웨어를 하는 사람으로서 뼈아프게 다가왔다. 꼰대가 되기 쉽다는 것 아닌가?

Wrap-up

두 종류의 검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나라는 사람을 제법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는 것 같다. 덕분에 그동안 생각해왔던 나의 강점과 약점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재미로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 타고난 호기심이 적은 편으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보다 현재 마주한 문제에 몰두하는 연구자 타입이다.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해야겠지만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커리어를 가져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성실, 원칙, 규율 등의 가치는 좋은 것이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조금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프로그래머가 자발성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조직 단위의 원칙, 규율은 적을수록 좋다. 엄격한 규칙은 자신에게만 적용하자. 다른 사람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자.
  • 걱정이 굉장히 많은 편이었는데,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내려 놓으려고 노력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지금 바로 노력을 시작하는 습관을 들이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 타인의 반응에 영향을 잘 받는 편이었는데, 이 역시 불교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면서 많이 좋아졌다.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일이 생겨도 이제는 그 사람 나름대로 그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사람을 미워하는 일이 없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버리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해주는 것 만으로도 기쁨을 얻을 수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4년을 마무리하며

어느덧 2014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큰 성취는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한 해였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이벤트를 잘 치뤄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혼 전에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아파트 입주도 잘 마쳤고요.

여러가지 원대한 목표를 세워놓고 의지박약으로 실패하기를 반복하면서, 아직 젊으니 일년에 한 가지만 제대로 해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013년에는 운동과 건강을, 2014년에는 영어공부를 테마로 잡았습니다.

2013년에 꾸준히 노력한 덕분에 쉽게 살찌지 않는 건강한 몸을 가지게 되었고 2013년을 마무리할 때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4년 목표한 영어공부는 결혼준비를 핑계로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영어공부를 테마로 2015년을 의미있게 살아보려 합니다.

2013년, 2014년에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그 과정에서 만난 법륜스님의 말씀 덕분에 욕심과 타인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내려놓음으로써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대체로 행복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마음 속 한 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 허전함의 정체는 아마도 서울대 최인철 교수님이 말씀하신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욕구 중 다음 3가지가 충족되지 않아서인 것 같습니다.

  • 얼마나 존중받는가 (존중)
  • 성장하는 느낌은 있는가 (성장)
  • 잘하는 일을 했는가 (유능감)

가정에 충실하고, 쓸데없는 욕심으로 괴로워하지 않을 범위 안에서는,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서 위의 3가지 핵심욕구를 채워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2015년에는 노력할 것입니다. 그 노력이 때로는 고단하더라도 스스로의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자발적인 행동이라는데에 생각이 미치면 결코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좋은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그 결과가 저와 저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