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다

운명이다 (반양장본)10점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돌베개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입니다. 언젠가 그가 직접 쓴 진짜 자서전을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자서전은 고인이 남긴 다양한 자료를 근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책의 전반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어린시절부터 변호사가 되기까지, 사회문제에 눈을 뜨고 정치인이 되기까지, 그리고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는 일신의 영달을 위하여 변호사가 되었지만, 부림사건을 기점으로 사회문제에 눈을 뜨고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해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책의 후반부는 대통령 재임 당시 많은 논란이 있었던 여러가지 사건(이라크 파병, 대연정 제안, 탄핵 등)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이야기합니다. 그 당시 내린 선택에 후회하기도 하고, 그 선택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선택에 대해서는 긍지를 내비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그를 미워했던 사람들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잘못된 정책에 대한 정당한 비판은 노무현 대통령도 기꺼이 받아 들이겠지만, 언론에 의해 굳게 쌓아올려진 미움과 오해의 벽은 허물어졌으면 합니다.

왜 일하는가

왜 일하는가8점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신정길 옮김/서돌
인터파크에서 책 쇼핑하다가 우연히 제목이 눈에 띄어 구입하게 된 책입니다. 새로운 직장에 어느정도 적응할 무렵이라 한번쯤 동기부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교세라를 일류기업을 키운 이나모리 가즈오의 이야기 입니다. 그는 일본 3대 경영자 중 한명으로 “카르마 경영” 등 책을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을 전파하는 몇 안되는 경영자 중 한명입니다. 
지방대학 출신으로 망해가는 기업에 겨우 입사하여 사회생활에 첫 발을 내딛은 그에게 맡겨진 일은 파인 세라믹 분야를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수의 대기업 연구진들도 엄두를 못내는 연구를 월급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회사에서 신입사원에게 맡긴 것입니다. 한마디로 망해가는 기업에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고 일거리를 던져준 셈입니다. 
사회생활의 시작부터 패배주의를 가져야 했던 그는 인생에 있어서 중대한 선택을 합니다. 의식적으로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 때의 선택과 평생의 노력으로 그는 교세라를 초일류 기업을 키워냅니다. 
그는 일을 삶의 최고의 축복, 최고의 가치로 생각합니다. 그 자체가 자아실현이라는 것입니다. 어느정도는 저도 그러한 견해에 동의합니다. 전 직장에서 도저히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하루하루 힘들고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는지 모릅니다. 하루하루 일과 시간은 정체되어 있었고, 퇴근 시간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물론 유사한 상황에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혼자의 의지로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새로운 직장에와서 일의 중요도를 떠나서 저에게 맡겨진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심히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내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행복하고 충만하게 느껴지는지 모릅니다. 사람은 역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떤 일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타오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10점
오연호 지음/오마이뉴스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3일에 걸쳐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그 어떤 책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 역사의식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으며, 우리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민감한 주제, 이를테면 이라크파병이나 한미 FTA에 대한 답변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을 보면 눈시울이 뜨꺼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를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움은 강렬해져만 갑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은 연인을 떠나보내는 느낌이랄까요? 그만한 대통령을 다시 만나볼 수 없을 것 같은 아쉬움일까요? 
노무현 대통령에 열광하고 슬퍼하면서도 솔직히 그가 가진 역사의식, 정치에 대한 생각, 그가 꿈꾸는 사회에 대하여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를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 역시 그를 제대로 알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이 가진 역량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이라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쉽지않은 질문에 대해서도 깊은 공부와 성찰을 바탕으로 나오는 잘 정돈된 논리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의 한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 의제를 정확히 집어 내고 그 것에 집중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너무 시대를 앞선 정치인이였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뒷받침된 사회에서 그가 대통령이였다면 그가 가진 역량이 빛이 났을텐데… 결국은 시민권력이라는 그의 믿음을 실현하지 못하고 떠난 것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꼭 한번 그를 제대로 알아보았으면 합니다.

생각의 좌표

생각의 좌표10점
홍세화 지음/한겨레출판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로 알려진 홍세화님은 저에게 사회 문제에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입니다. ‘나는 빠리의 택시의 택시 운전사’ 이후로 그가 쓴 책은 거의 다 읽어보았습니다. 최근에 발간된 ‘생각의 좌표’도 예외는 아니였죠.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여러 글들을 묶어 놓은 책입니다만… 생각의 좌표라는 제목으로 책을 엮어 내면서, 특히 우리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지, 우리의 생각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이고, 그렇게 형성된 생각으로부터 생겨나는 사회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 고찰해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형성이 될까요? 교육, 책, TV, 신문. 경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책을 많이 읽던 예전에는 그래도 비교적 사색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기회가 많았습니다만, 다양한 종류의 미디어로부터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요즘에는, 그렇게 흘러 들어오는 정보를 비판 없이 받아 들이기 쉬운 것 같습니다. 
그럼 생각을 형성하는 다른 요인으로서의 교육은 어떨까요? 흔히 우리나라의 교육을 주입식 교육이라고 합니다. 이를테면 학생들에게 사형제도에 대하여 사색하고 토론하고 글쓰기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를 던져 줍니다. 다음 중 사형제도가 가장 먼저 실질적으로 폐지된 나라는? 1. 한국 2. 프랑스 3. 미국 … 
성급한 일반화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사회 의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소소한 예를 하나 들자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골목길에서 담배피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담배피는 사람도 물론 많습니다. 십중 팔구도 아니고 십중 구십은 담배 다 피우면 땅에 꽁초를 내던집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겠지요. 
지배층은 그들이 원하는 의식을 우리에게 주입하고 있고, 우리는 그렇게 그들이 주입한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면서, 부자를 위한 정당에 투표를 하고,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에는 삐딱한 시선을 보냅니다. 사람들마다 중요시 하는 가치가 다르겠지요. 하지만 그 가치라는 것을 스스로 형성한 것인지 누가 만들어 준 것은 아닌지 곰곰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을 생각한다

삼성을 생각한다8점
김용철 지음/사회평론

아주 오랜만에 독서후기를 남깁니다. 그 동안 새 직장에 들어가서 적응하느라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네요. 
삼성을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상당히 오래 되었고, 아직도 다 읽지 못하였지만, 비슷한 이야기,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어 지루함을 참지 못하고 80% 정도 읽은 상태에서 손에서 책을 놓으려 합니다. 가끔은 지루한 책으로 인해 독서의 흐름이 끊어지기도 합니다. 저의 게으름이 가장 큰 문제이겠지만…
서론이 길었네요. 저자인 김용철 변호사는 검찰에서 검사로 재직하다 삼성으로 자리를 옮겨 구조본에서 재무팀, 법무팀에서 일했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적용되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회사인줄 알고 삼성에 합류한 그는 많은 고심끝에 삼성을 퇴사한 후 양심고백을 하게됩니다. 
그가 삼성에 재직하는 동안, 많은 혜택을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몸 담았던 조직을 고발하는 것에 사람들은 배신자라고 손가락질 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면서까지 옳지 않은 것을 바로 잡으려고 한 그의 용기를 높게 사고 싶습니다. 
오히려 그는 반문합니다. 자신의 양심고백이 진정 삼성을 위한 길이라고… 정치, 경제, 언론 등 분야를 따지지 않고 뻗치는 전방위 로비와 노조의 설립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보다 더 치밀하고 광범위한 감시망… 이성, 합리, 정도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바로 잡아야…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삼성의 모습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조직을 위해 비리를 저지른 임원이 승승장구하는 모습, 삼성에서 주는 돈은 뒷탈이 없을꺼라며 꺼리낌 없이 받는 정부관료들…
대세를 따르라… 곧 다수가 옳다고 하면 그 것이 진리가 되는 사회… 옳고 그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는 사회는 힘있는 자의 부조리를 견제할 힘이 없습니다. 삼성이라는 기업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것이 크다고 해서, 크고 작은 비리를 눈감아 준다면, 누가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용기를 가질 것이며, 누가 열심히 일할 의욕을 가져 볼 수 있을까요? 
김용철 변호사를 위시한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면 아마도 삼성의 부조리함을 바로 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최소한 문제의식이라도 가져보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삼성의 구성원들이 의식을 갖게 된다면, 차츰 좀 더 건강한 기업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