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신경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3년 동안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로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이 책의 1부는 강제수용소 생활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고, 2부는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

강제수용소 생활에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발현할 수 있는 폭은 굉장히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성자와 돼지의 커다란 간극이 발생했다. 거의 모든 것을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삶의 의미를 추구한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프랭클 박사는 책에서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평생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에 삶에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독서, 여행, 사색을 통해 언젠가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이 책을 읽은 후 삶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삶의 의미는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삶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던지는 질문은 때에 따라 다를 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올바른 태도와 올바른 행동으로 책임감 있는 대답을 내어 놓아야 한다. 지나온 과거와 주어진 환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삶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새롭게 주어진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