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서 걸려온 전화

몇달 전에 인터넷 한겨례를 읽다가 “나도 상류층과 결혼할 수 있을까?” 광고 문구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무리 세상이 그렇고 그렇다지만 한마디로 어이없고 기가찼다. 대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상류층과 결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보려는건지 궁금해져서, 일종의 설문조사에 응했었는데, 질문은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연봉?
부모님 재산?
본인 재산?
직업?

요즘 결혼정보회사가 장사가 잘 안되는지, 그때 그 광고를 냈던 웨디안에서 매우 평범한 직장인인 나에게 어제 전화를 걸어왔다. 당황스러웠지만 침착하게 현재는 결혼할 생각도 없고, 결혼할 준비도 안되있고, 그런 곳에서 배우자 될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 했다. 아직 나이가 어리니까 나중에 또 연락하겠다는 웨딩플래너의 말에 안그러셔도 될 것 같다고 화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니가계부를 적으러 가끔 모네타(http://www.moneta.co.kr/)를 들르곤 하는데, 여기에 인기글 목록을 보면 재태크와 관련없는 인생상담 글이 절반정도를 차지한다. 결혼과 현실에 대한, 남자면 남자 여자면 여자들의 고민과 많은 덧글들을 읽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은,

‘아, 이건 아닌데…’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건 좋은 선이 들어와서 고민하는 여성,
남자는 다 똑같다며 조건 좋은 사람만나라고 부추기는 주변 사람들,
결혼은 현실이라며 어려운 환경의 남자친구와 헤어졌던 경험자의 덧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인 조건이 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하지만, 두 사람의 노력으로 그 것을 맞추어 나갈 수 있다면, 나는 결코 경제적인 조건이 결혼생활의 행복을 결정할 수 없다고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그 최소한의 경제적인 조건을 스스로의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아직 준비가 한참 덜 되었지만.)

현재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다 가진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내가 언젠가 배우자를 만난다면 항상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 내가 이상주의적인 몽상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