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건우씨

이주일에 한번씩 어김없이 중국학생들이 연구실로 찾아온다. 같은 석사과정인 그들의 연구를 도와주는 것이 내가 할 일. 전자과학생인 그들에게 전산과의 일을 할당하다 보니 관점이 다른 것을 자주 느끼게 된다. 그럴 때 마다 매우 짧은 영어회화 실력을 가진 나로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그들이 처음 왔을 때는 그나마 영어회화 학원을 한참 다녔을 때라 부담이 덜하였고, 학원을 관둔지 오래된 지금은 영어의 감은 떨어졌지만 제법 친근한 느낌 덕분에 부담이 덜하다. 다른나라 사람과 교류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다소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오기로 한 날마다 랩사람들 앞에서는 우는 소리를 하면서 어떻게 하냐고 징징대긴 하지만.

한참 대화를 하다가 적당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제일 난감하다. 개념만 머리 속을 맴도는 그 단어하나만 기억나면 부드럽게 대화가 전개 될 것 같은데 끝내 기억나지 않아서 당황스러울때가 많다. 반면에 논문에서 한번 썼던 내용을 다시 이야기 할 때면 대화가 술술 풀리는 쾌감을 맛볼 수 있었다.

연구에 대한 대화가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한번은 일본을 싫어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많이 싫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중국사람이 일본사람을 싫어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봐서 드라마 정무문을 봐서 안다고 했다. 이야기는 어떤배우가 진진역을 맡았는지로 계속 이어지고 …

오늘은 특히 교수님이 따로 미팅을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내가 모든 것을 전달해야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다.  미팅이 끝나고 친절한 건우씨는  버스정류장에까지 가서 택시를 잡아타는 그들을 위해 찬양콜택시를 불러주었다. 그들을 보낸 지금의 나는 다시 나의 논문을 걱정할 때. 소프트웨어로 신호를 보내도 요지부동인 LED를 바라보면서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는구나.

한비야의 중국견문록


한비야님의 책을 읽을 때 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이 겪어 보지 못할 다양한 경험을 했으니 정말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구나. 그녀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에 대한 열정은 너무나 부럽다. 나도 그렇게 살 수 없을까?

세계여행을 끝내고 월드비젼에서 긴급구호 활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하기 전, 단지 중국어가 배우고 싶었다는 “마음의 소리”에 따라 1년동안 중국에 체류하며 중국어를 공부하게 된다. 그 1년 동안 한비야님이 중국에서 만난 사람들, 다양한 경험들, 그녀의 생각을 솔직하고 정감넘치는 언어로 쓰여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가장 큰 것을 한비야님은 가지고 있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거침없이 대화하고 친해질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그 것. 그녀가 책의 후미에 소개해놓은 “한비야의 외국어 학습법”에 따르면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아주 사교적이다.
2. 낯이 두껍다.
3. 모국어 실력이 뛰어나다.

나의 경우 1,2번 항목에서 선천적으로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다! 여름방학 부터 영어회화수업을 듣게 될텐데,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고, 서툴러서 틀리더라도 열심히 부딛혀봐야겠다.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한비야님의 글을 읽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책을 많이 읽는 것,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것,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것 모두 내가 배워야 할 것 들이다. 다음에는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어봐야겠다!

새로 시작하는 길, 이 길도 나는 거친 약도와 나침반만 가지고 떠난다. 길을 모르면 물으면 될 것이고 길을 헤매면 그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지도란 없다. 있다 하더라도 남의 것이다. 나는 거친 약도 위에 스스로 얻은 세부 사항으로 내 지도를 만들어갈 작정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 늘 잊지 않는 마음이다.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곳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씩 걸어가려 한다. 끝까지 가려 한다. 그래야 이 길로 이어진 다음 길이 보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