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 셋째 날 (세석대피소~장터목대피소~천왕봉~중산리)

마지막 날은 세석대피소에서 출발, 장터목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천왕봉에 오른 후 로터리대피소를 거쳐 중산리로 내려오는 일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박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정말 추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히 시리얼바로 영양소를 보충하고 출발! 장터목대피소로 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힘들지만 능선에서 구름이 내 몸을 지나갈때 황홀한 기분을 느껴봅니다.

장터목대피소 도착!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비박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입니다.

아침식사로 참치라면과 햇반을

천왕봉에 오르기 전 마지막 전의를 불태워 봅니다.

그러나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드디어 천왕봉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천왕봉에 오른 나를 위한 선물,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깐포도 통조림

한참 차례를 기다려 기념사진 촬영

다리 근육의 피로감이 한계를 넘은 덕분에 하산길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중산리 도착! 장장 42.7km의 여정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격한 감동을 느끼게 한 감자전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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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여행

지난 월요일 집을 출발하여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시작하였다. 최초의 목적지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나의 청소년기를 보낸 경상남도 창원! 서울역에서 동대구역을 향하는 KTX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기분좋게 앉아서 음악을 들으며 기차여행의 운치를 즐기고 있었는데, 광명역에서 부터 알수없는 냄세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옆좌석을 보니 이슬람교도의 복장을 한 이국인 두명이 앉아 있었는데, 땀냄세인지 인종특유의 냄세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 30분 정도 지나니 코가 마비되어 괴로움(?)이 덜하였다.

동대구역

난생 처음 기차 환승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동대구역에서 다음 무궁화 열차를 기다리며 초코바를 먹고 있는데, 얼마전 사진으로 본 초등학교 동창인 동희가 사진의 바로 그 옷을 입고 내 눈앞에 나타났다! 서로 알아보고 깜짝 놀랐는데 알고보니 서울에서 부터 같은 열차를 타고온 것이였다. 창원역 내려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역시 초등학교 동창인 원준이가 마중나와서 함께 아버지가 계시는 동서식품 창원공장으로 갔다. 회사 내부로 들어가 휴게실에서 아버지의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공장장님께 인사드렸더니 여행에 충분한 용돈을 주셨다. 회사에서 나와서 예전에는 5일장이 열렸지만 지금은 엄청난 유흥가가 되어버린 상남동에서 등갈비를 먹으며 지역 소주인 화이트를 한잔 걸쳤다.

반주를 곁들인 저녁식사가 끝나고 아버지는 사원아파트로 돌아가시고 원준이와 나는 잠깐 산책하면서 빨개진 내 얼굴을 식혔다. 그리고 난 후 몇년만에 원준이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변함 없이 그대로이신 원준이 부모님께서 반겨주셨다. 나중에는 동희까지 놀러와서 원준이 어머니와 함께 와인을 마시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난 중간에 학원 수강신청한다고 영 정신이 없었지만 ^^;

동희를 집에 보내고 12시 30분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고, 5시 30분에 일어나서 창원을 출발했다. 지리산에 도착한 시간은 8시!  우리가 선택한 코스는 중산리~천왕봉~장터목~중산리 코스로 홈페이지 안내상으로는 총 8시간 30분으로 천왕봉을 정복(?) 할 수 있는 것이였다.

아직 한 참 멀었구나 ;;

5.4km를 오르며 들었던 생각은,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을까? 역시 앉아서 공부하는게 제일 편해. 살면서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을텐데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등등. 오를때는 꽤나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나면 다 잊어버리는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 오를 때는 잠시후에 느끼게 될 성취감을 생각하며 기대를 갖게 되는데 내려오는 것은 그렇지가 않다. 지루함과 피곤함을 견뎌내야 한다.

천왕봉 임박! 마지막 고비!

차에서 출발한 시간이 8시, 등산을 마치고 차로 돌아온 시간은 5시! 산행이 끝나고 나서 한발짝 물러나서 생각해보면 설악산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함께 한 원준군도 같은 생각. 정상에서 보여준 멋진 풍경이나 내려오면서 보았던 계곡의 비경이나 설악산이 더 아름다웠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지리산은 바위가 크고 많아서 내려오기가 수월치 않았다.

그렇게 힘들었던 산행을 마무리 하고 남해로 향했다. 가까이 보이는 모텔에 짐을 풀고 맥주와 안주를 사와서 먹고는 9시에 골아 떨어졌고 10시에 일어났다. 무릎 주변과 허벅지의 근육들은 너무나 알차게 뭉쳐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창밖을 보니 비가 억수로(?) 내리고 있었다. 약간의 드라이브를 즐기고 바다를 보며 잠깐 상념에 잠겼다가 창원으로 일찍 돌아왔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한 후 시외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옴으로써 짧은 휴가를 하루 더 일찍 마무리 했다.

비오는 남해 바다

지리산이 약간 실망을 안겨주기도했지만, 산의 정기를 받아서인지 기분전환이 제대로 된 것인지 정신적으로 충만해진 것 같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야겠지. 차분히 연구실에 앉아 있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