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제 3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으로 한창훈의 작품이다. 우연히 읽게 되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통해서 한겨레문학상을 알게 되었고, 딱히 읽고 싶은 문학작품이 없다면, 한겨례문학상 수상작을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인 한창훈은 대학시절, 휴학하고 휴학하고 양식채취선과 오징어잡이배를 타기도 했으며, 공사판 잡부에 포장마차 사장 노릇까지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이 그의 소설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었고, 홍합이라는 소설역시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여수근처의 홍합공장을 무대로, 홍합공장에서 일하는 억센 여인내들의 삶을 주제로 하고 있다. 전라도가 배경인 소설인지라,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나 아리랑을 읽을 때와 같이 한번의 눈길로 이해하기 힘든 대화체가 많이 있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정겹고 구수한 느낌이 들었다.

소설은 홍합공장에서 일하는 여인네들과 여러 곳을 전전하다 홍합공장의 운전기사로 눌러 앉게 된 문기사를 중심으로 구구절절 삶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소설에서 받은 느낌을 생생히 전달하기에는 나의 글이 너무나 짧기에 책 뒷표지에 실린 전문가의 평을 소개할까 한다. 인상 깊은 구절과 함께 … 오랫동안 문학작품과 거리를 두었던 나에게, 우리의 글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였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맛은 냉동식품이나 방부처리된 포장식품만 먹다가 싱싱한 자연산 푸성귀를 먹는 맛과 같다고나 할까. 도시적인 감수성을 여유있게 비껴가면서도 재미가 여간 아니다.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 이야기를 이렇게 정면으로, 능청스럽고도 건강하게 그릴 수 있다는 건 그의 작가적 역량도 역량이지만 남다른 체험의 소산일 듯싶다. -박완서(소설가)

공장이되 홍합공장이며, 노동자이되 중년여인들이며, 삶의 현장이되 건강미 넘치는 곳, 우리를 즐겁게 하는 장소로서의 작품이다. -김윤식(문학평론가)

이 작품은 변화의 물결에 노출된 농어촌의 삶을 그 밑바닥에서 건강하게 떠받치고 있는 토착적 생명력을 옹글게 포착해낸 문체가 돋보인다. 이러한 능력은 노동의 고통과 남성적 폭력을 웃음의 미학으로 극복해가는 아낙네들의 생활의 지혜를 그려내는 대목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황광수(문학평론가)

밤바다는 아름다웠다. 말리 돌산대교 불빛은 수면을 타고 바로 눈 앞까지 미끄러져 와 있다. 저 작은 불빛은 어둠을 기다렸다가, 사람들이 모두 그 컴컴한 어둠 속에 묻히고 나서야 제 삶을 시작하고 있었다. 항만에 묶여 있는 크고 작은 배들은 하루동안의 노동을 끝낸 놈이나 여러 날째 마냥 쉬고 있는 놈이나 사이좋게 옆구리를 대고 잔물결에 출렁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