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 안아줘

아이를 자주 안아주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안아주면 손타서 힘들다며 장모님은 걱정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알기에 30개월이 된 지금도 아이를 자주 안아준다.

아이는 마음이 불안할 때 “서서 안아줘”라고 말한다. 이제는 13kg 정도 무게가 나가다보니 특히 아내에겐 더 힘이 들어서 안기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다른 데로 돌려보려고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안아주게 된다.

울면서 보채는 아이를 대할 땐 늘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가보려고 노력한다. 불안, 슬픔, 걱정이 불현듯 다가올 때마다, 세상은 따뜻한 곳이어서 안심하고 살아가도 된 다는 것을, 서서 안아주며 체온을 나눔으로써 알려주려 한다.

가장 사고 싶은 것

요즘 가장 사고 싶은 것은 주식이다.

주식을 사고 싶은 이유는 주식이 미래에 부를 가져다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를 가지고 싶다기 보다는 자유를 얻고 싶다는 열망이 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는 곧 자유다.

최근에 주가가 꽤 떨어져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현금이 없어서 아쉽다. 휴직 중이라 월급도 없어서 더 아쉽다. 육아휴직 급여 90만원은 생활비에 보태면 남는 게 없다. 월말에 나오는 배당금이 유일한 투자재원.

광교산에 2시간 코스의 등산을 다녀와도 주차비 1,000원 만 쓰고 돌아올 정도로 돈을 쓰지 않는다. 옛날 사진을 보다가 입고 있는 반팔 티셔츠가 12년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는 길을 가다가 커피 한 잔 사먹은 기억이 없다. 주부로서 돈을 아낄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외식을 줄이고 냉장고의 재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주식을 1주라도 더 사고 싶은 심정이다. 원래도 돈을 잘 안 쓰는 편인데 주식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면서 더 짠돌이가 되었다.

우리 세식구의 생활비를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그때부터는 조금씩 여유를 부려볼 생각이다. 뮤지컬, 클래식 공연을 예약할 때 머뭇거림이 없이 R석을 선택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미워하는 마음

등산을 하다보면 미워하는 마음이 수차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스피커를 틀어 놓은 사람, 우측 통행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미움의 대상이다.

어제는 광교산 형제봉에서 부동산 투자 유튜브 방송을 들어야했다.

미워하는 마음이 열 번쯤 올라온다면 그 중에 한 두 번쯤은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생각해본다.

저들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라고. 나 역시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미워하는 마음을 지워보려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배려가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등산은 수행의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뱃살 제로

휴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최근엔, 이번에야 말로 뱃살이 없는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일 1시간 이상 걷는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광교산에 등산을 다녀오기도 한다.

Born to be fat 체질을 가진 나의 일생에서 뱃살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역대급으로 날씬했던 대학원 2학년 때도 뱃살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으로 날씬했던 결혼하던 해에도 슬림핏 셔츠를 입으면 나타나는 뱃살의 둥그스레한 실루엣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뱃살 제로 수준까지 추구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관리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데에 있다. 40대를 앞두고 건강과 체력을 챙기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한 때 0.1톤을 넘겼던 나는 조세호처럼 뱃가죽이 남으면 어떻하지 좀 웃픈(?)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다. 주말에 차로 부산에 다녀온다고 피곤하지만, 내일은 광교산에 올라야겠다.

평화란 남이 내 뜻대로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평화란 남이 내 뜻대로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그만둘 때” 라는 구절을 처음 접하고 느낀 바가 있어 자주 곱씹으며 살아가고 있다.

‘나와 같다면’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번뇌하는 어리석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지만, 그래도 10번에 한 두 번은 이 구절을 다시 떠올리며, 나의 기준을 남에게 강요함으로써 남을 괴롭히는 일까지 가는 경우를 줄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