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TBC 서울마라톤 회고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차분히 대회를 돌아본다.
레이스
7km에서 무릎 통증이 찾아왔을 때, 완주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회송차량을 타면 한참 기다려야 할 텐데. 교통카드 가져올걸. 전철 탈 돈은 어디서 구하지? 최단 경로로 뛰어가면 어떨까?’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 뒤로도 수시로 불편한 손님처럼 통증이 찾아왔지만 지속되진 않아서 계속 달릴 수 있었다.
원래 계획은 5km 이후 315~320W로 달리는 것이었는데, 무릎 통증 이후에는 보수적으로 레이스를 운영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파워 290~295W로 달리면서, 앞에서 아꼈으니까 후반에 크게 무너지지 않고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다.
하프를 지났을 때 조금 힘들다는 느낌이 있었고, 30km 이후에도 잘 뛸 수 있을까 걱정이 시작되었다. 평소에도 미래의 일을 걱정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하는데 여기서도 이러고 있네 싶었다. 30km 이후는 그때 가서 생각하고 지금은 지금의 레이스를 즐기자고 다짐했다.
30km 이후 힘든 만큼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작년에 쥐가 나서 걷기 시작했던 34km를 지나면서 적어도 작년보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멀리 가지 못했다. 35.5km부터 걷기 시작했다. 1분만 걷고 다시 달리자고 다짐하면서 걷뛰를 시전했지만 걷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다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체력적으로도 완전히 바닥이었다. 그 당시의 고통을 지금은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걷기 직전까지 고민했다. ‘정신력이 부족한 걸까? 진짜 한계일까? 여기서 계속 달리면 부상이 오지 않을까?’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끝까지 걷지 않고 달리지도 못하는데 서브330을 목표로 훈련하다니. 많이 까불었구나. 걷지 않고 완주부터 해야겠다. 한 단계씩 천천히 가야겠다.’
‘고통을 참으면서 달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훈련을 잘하는 게 진짜 아닐까? 다음에는 실패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노력을 해야겠다.’
‘2023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5천km 넘게 달렸는데 난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재능이 없어도 너무 없구나. 재능의 차이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타인의 노력을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걸까? 다른 사람하고 비교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나의 노력을 돌아보자. 부상 때문에 작년보다 적게 뛰었잖아. 그렇다면 지금 이 결과는 당연한 게 아닐까?’
그렇게 인정하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다. 작년과 같은 억울한 마음은 없었다. 노력이 부족했으니까. 올해는 32km보다 긴 거리를 달려본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마일리지도 많이 부족했으니까. 7km에서 무릎 통증이 시작되었지만 30km까지 잘 달린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두 번째 풀코스에도 실패하면서 마라톤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더 잘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놀라기도 했다. 이 어려운 걸 함께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이 걸었지만 나도 그 중 한 명이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근육 경련
다행히 쥐가 나지는 않았다. 식염포도당을 10km마다 챙겨 먹은 게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고, 작년보다 코스가 쉬운 것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후반에 많이 걸었지만 끝까지 쥐가 나지 않았다는 것은 다음 레이스를 생각할 때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보급
대회 책자에서 하프 지점에서 에너지젤을 준다고 봤다. 이걸 믿고 4개만 가져갔는데, 실제로는 받지 못했다. 부족한 에너지젤을 보충하기 위해 대회에서 주는 바나나를 두 번 먹었지만 부족했던 것 같다. 35.5km 이후 더 이상 달릴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보급 실패가 아닐까 싶다. 다음에는 대회에서 주는 젤은 없다고 생각해야겠다.
탄수화물 40g이 들어 있는 모르텐 젤 160을 늦게 주문해서 섭취하는 연습을 제대로 못 했다. 그래서 모르텐 젤 160은 1개만 가져갔는데 4개를 가져갔다면 좋았을 것이다. 8km 지점에서 섭취했는데 특별히 문제는 없었다.
목요일부터 간식으로 떡을 먹으면서 탄수화물을 평소보다 조금 더 챙겨 먹었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다음에는 탄수화물 양을 체크하면서 음식을 섭취해 볼 생각이다. 보급을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배운 것
풀코스를 준비하고 달리면서 인생을 배운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되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다.’
작년에는 풀코스를 달린 후에 우울했고 올해는 기뻤던 이유는 무엇일까? 작년에는 반드시 서브4를 달성하겠다는 마음으로 달렸고, 올해는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달리자고 생각했다. 부상이력 때문에 더 조심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즐겁게 달리고 싶었다.
“승부는 거의 출발선에서 결정된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처럼, 평소에 충분한 노력을 쌓고 실전은 80~90%로 임하고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고자 한다. 마라톤에서든 인생에서든.
돌아보면 2026 인천국제하프마라톤에서 1시간 40분 22초를 기록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가진 기량의 110%로 달리면서 햄스트링 부상이 시작되었고, 쓸데없이 눈높이만 높아져서 부상에서 회복하는 상황에서 수준에 맞지 않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춘 훈련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마지막까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로 여기까지 왔다.
풀코스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이제 겨우 두 번 도전했을 뿐이다. 나의 현재 수준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과의 비교는 그만두고 한 단계씩 천천히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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