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907 인생 2막 준비

요즘에 나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대해서 종종 생각한다. 경제적 자유에 가까워질수록 더 자주 생각한다.

학창시절에는 시험으로 평가 받는 게 지긋지긋 했다. 요즘에는 차라리 시험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혼자만의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니까.

구성원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는 건 늘 불편하다. 내 성과를 잘 받기 위해서 구성원을 고생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수도 없다. 상위 리더, 조직의 기대치가 있으니까.

자기완결형에 가까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꾸준히 쌓아나가는 느낌으로 해나갈 수 있다면 성과가 크지 않더라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안다. 오랫동안 꾸준히 쌓아 올리면 분명히 좋은 성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겠지만… 중요한 건 성과를 목적으로 삼지 않고 과정을 목적으로 삼는 거다. 그래야 지속할 수 있다.

혼자 있는 게 외롭지 않다. 나에게 인간관계는 가족이면 충분하다. 8월 첫째 주 여름휴가를 혼자 보내면서 테스트해봤다.

운이 좋아서 노력한 것보다 많은 것을 얻었다. 인생 2막은 세상에 되돌려 주는 삶을 살고 싶다.

자기완결형, 사회환원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만족하는 직업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는 투자 수익의 50% 이상을 기부하는 전업 투자자가 되는 것이다.

진짜 나에게 맞는 일인지, 잘 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해봐야 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읽고 공부하고 고민한 것들을 노션에 쌓아 나가고 있다. 3년 이상 해보면 길이 보일거다.

260907 통학·통근의 역사

초등학교 1~4학년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야 했지만,

도보 2분

초등학교 5~6학년

서울 → 경상남도 창원으로 전학

도보 8분

중학교

도보 7분

고등학교 1학년

도보 33분

자동차 5분

등교할 때는 옆 집 선생님 차를 얻어 타고 다녔다.

고등학교 2~3학년

도보 5분

거실 베란다에서 학교가 보였다.

대학교

버스 30분 + 전철 30분 (환승 1회 포함)

만원 버스, 만원 전철에 시달리면서 3~4학년 때는 새벽에 첫 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날이 많았다.

대학원은 반드시 기숙사가 있는 지방학교로 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학원

꿈을 이뤘다.

기숙사에서 연구실까지 도보 5분

티맥스소프트 (2007년 ~ 2009년)

사택에 거주했다.

도보 10~15분

판교 → LG전자 (2010년 ~ 2013년)

전철+버스+도보 40분

자동차 25분

주차권이 없어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다.

광교 → LG전자 서초·양재 (2014년 ~ 2025년 4월)

2014년에 결혼하면서 광교로 이사왔다.

이 시기에는 변수가 많다.

회사는 서초 캠퍼스에서 양재 캠퍼스로, 집은 광교호수공원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사를 했다.

대중교통 1시간 ~ 1시간 20분

자동차 30~40분 (안 막히는 시간 기준)

육아 휴직 전(~2019년)에는 주차권이 없어서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했고,

육아 휴직 후(2021년~)에는 아내 회사 어린이 집에 들렀다 출근한다고 1시간 30분 걸렸다.

광교 → LG전자 마곡 (2025년 5월 ~)

전철 1시간 30분 (환승 1회 포함)

자동차 1시간 ~ 1시간 40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집에서 바로 출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번엔 회사가 멀어졌다.

집에서 8시 20분 출발, 회사 도착 10시.

회사에서 8시 출발, 집 도착 9시 30분.

이게 맞나 싶다.

광교 → ?

집주근접을 꿈꾼다.

집을 옮길 수 없다면? 회사를 옮길 수 없다면?

방법을 찾고 있다.

260807 조은·이기훈 원화전

하계 휴가 다섯째 날에는 우연히 발견한 미술 전시회에 다녀왔다. 장소는 구의역 3번 출구 NC이스트폴 2층에 위치한 그라운드시소 이스트. 이번에도 전철로 이동하는 길에 두 작가에 대해 예습을 했다.

  • 조은: 한지와 먹을 중심으로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해, 자연과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따뜻하고 생기 있게 그립니다. 실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기억과 감정을 담은 이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며, 자신의 작업을 ‘붓으로 쓰는 수필’이자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 이기훈: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 같은 신화적 원형과 종교적 상징을 빌려 동시대 현실을 탐구하는 환상적 리얼리즘을 선보입니다. 강렬한 색채와 오일파스텔의 거친 질감, 기묘한 인물들을 통해 불안하고 종말론적인 세계를 펼치지만, 그 속에는 생명의 존엄과 희미한 희망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20분 정도 NC이스트폴을 둘러보며 11시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서울 5대 김밥집 중 하나라는 유미분식김밥에서 점심을 먼저 해결했다. 김밥은 꽤 맛있었는데 라면은 별로였다. 김밥을 두 줄 먹을 걸 그랬다.

조은 작가의 그림은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담은 풍경화였다. 외국의 풍경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그려낸 그림들은 누구에게나 예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색감이 너무 좋았다.

얼굴이 그려지지 않은 그림 속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옆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신기했다. 식물로 가득한 그림 속에서 일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문득 집에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일부 작품은 판매 중이며, 이미 판매된 작품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작품은 SEESAW COLLECT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림 속에서 유유히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수영까지 배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배움은 JTBC 서울마라톤 이후로 기약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와 초코바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이기훈 작가의 전시회 관람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라운드시소 앱을 설치하고 도슨트를 들으며 전시장을 돌았다.

가면을 쓴 어린이들이 노아의 방주를 타고 대홍수를 겪어내는 상상 속 이야기를, 폐벽지에 오일파스텔을 사용해 강렬한 질감으로 그려냈다. 그림 가까이 다가가 눈으로나마 질감을 느껴보려는 시도를 반복했다. 상상력을 자극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시의 끝부분에 두 작가에 대한 영상이 있어서 좋았다. 그림을 보는 내내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걸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은 작가의 ‘오늘의 정원’ 전시 도슨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에서 들었다. 그림과 함께 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흐릿한 그림의 잔상을 떠올리며 작품 설명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화풍과 주제의식이 서로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을 시간 간격을 두고 보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대기업 직장인으로서 나의 화풍과 주제의식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남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나만의 화풍을 소중히 가꾸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똑같이 한다면 AI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계휴가가 끝났다. 돌봄센터, 학원 빠지기 싫어하는 아이 덕분에(?) 가족여행 없이 혼자서 휴식과 정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미술 전시회 관람이라는 새로운 취미는 관점과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면 근력』을 읽으며 불안에서 벗어나 잠재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을 가져볼 수 있었다.

260805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여름휴가 셋째 날에는 미술관에 다녀왔다. 여름휴가 버킷리스트 중에 ‘미술관 가기’가 있었지만, 평소 미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전무했던 터라 우선순위가 그리 높진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미술관에 대한 영상을 접했다. 만족스러울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휴가 때 아니면 언제 가볼까’ 싶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 전철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예습을 했다. 큐비즘이 무엇이고 누가 주도했으며, 작품을 볼 때 어떤 측면을 보아야 하는지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10시 36분에 63빌딩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많아서 11시 30분에 시작하는 도슨트 투어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퐁피두센터 한화에 도착해보니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오는 길에 예매한 티켓(2.8만 원)을 취소하고 연간 멤버십(10만 원)에 가입했다. 회사를 오가는 길에 있으니 가끔 반차를 쓰고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 옆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통해 AI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그림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몰입의 깊이만큼이나 마음은 고요했다. 그 어떤 동요도 느낄 수 없었다.

큐비즘 작가들의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며 인간의 창의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모르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들이 있었다. AI 도슨트의 작품 설명이 끝난 후에는 구도·색감·질감이 느껴지는 그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해석하고 즐겼다.

오전 11시 20분쯤 입장하여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관람했다. Gallery 1까지는 모든 작품을 AI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감상했는데, 핸드폰 배터리도 다 되어가고 배도 고파서 Gallery 2, 3은 빠르게 둘러보고 나와야 했다.

큐비즘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와서 Gallery 1에서 좋았던 작품을 다시 보고, Gallery 2, 3의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할 생각이다.

전시장을 나와보니 이미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63빌딩 식당가에서 밥을 먹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이동해 멍하니 한강뷰를 보면서 라떼와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마포대교를 바라보면서 JTBC 서울마라톤을 생각했고, 한강을 바라보면서 원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를 얻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런 자유를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미술관 관람이 나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클래식 공연처럼 시간을 맞춰서 가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어 자유로웠으며,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만족감도 있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이 또 있을 것이다. 일단 경험하고, 판단은 나중에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