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주차했던 인천향교 주차장은 문이 닫혀 있어서, 플랜B로 인천문화예술회관에 주차하고 버스로 이동했다.
작년의 기억을 따라서 월드컵보조경기장으로 갔는데, 물품보관소가 한가해서 여유를 부렸다. 7시 50분에 짐을 맡기러 갔더니 10km 참가자를 위한 물품보관소였다.
급하게 북문광장으로 내려와보니 하프 물품보관소는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30분 기다려 짐을 맡겼을 때는 출발 3분 전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준비운동도 못하고 워밍업도 못하고 화장실도 못가고 A그룹에 합류하자마자 출발했다. 집에서 단팥빵 하나 먹고 왔는데 배고픔까지 느껴졌다.
목표는 1시간 43분, 4’53” 페이스로 달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꼬이다보니 에라이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계획을 무시하고 몸 가는대로 달리게 되었다. 나의 진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첫 5km를 4’47″로 달린 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두 번째 5km를 4’41″로 달렸다. 심박수가 170~180에 머물렀지만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13.5km 지점부터 4’40″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 14.5km 지점에서 양쪽에서 두 분이 나를 추월했는데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였다. 얼떨결에 페이스메이커 그룹에 합류한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후반에는 5km 참가자와 주로가 겹치면서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는 것이 더 힘들어졌다. 힘들어도 집중력을 놓치 않으려고 애썼다.
20km 지점에서 페이스메이커분이 무언가를 말씀하셨는데 노래를 크게 틀고 있어서 잘 안들렸지만, 대충 문맥으로 알 수 있었다. 1시간 39분대로 들어가고 싶으면 추월해서 가라는 이야기인 것 같았다. 페이스메이커를 추월해서 최선을 다 했지만, 문학경기장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업힐은 가혹했다.
문학경기장 트랙을 거의 한 바퀴 돌아 골인했을 때, 생각보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해서 너무 행복했다. 올해 하반기 목표가 하프를 1시간 39분대에 달리는 것이었는데 상반기에 거의 근접했다. 가민 기준으로는 1시간 40분 0초를, 스트라바 기준으로는 1시간 39분 59초를 기록했다.
지나고 나면 다 잊혀지지만, 레이스 당시에는 꽤 힘들었던 것 같다. 평균 심박수 174가 말해준다. 최선을 다 했다는 걸.
5km, 10km PB도 기록했고, 젖산역치 페이스도 4’35″로 좋아졌고, 풀코스 예상기록도 3:39:30로 좋아졌다. 한동안은 성취감을 음미하면서 보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