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2주차 달리기

2026년 여름의 절정을 달렸다. 훈련 최대 고비라고 생각했던 한 주를 무사히 소화해내서 다행이다. 마침 여름휴가와 겹친 덕분에 덜 지치고, 충분히 회복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었던 게 컸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여름보다 훨씬 수월했다. 작년 여름의 달리기는 유독 고통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올해는 그런대로 달릴 만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 같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4월부터 마일리지가 크게 줄었고, 그 여파로 5분 이상 준비운동을 한 뒤 아주 천천히 출발하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러닝벨트에 소프트플라스크를 매달고 다니며 수시로 물을 마셨다. 달리는 날은 새벽 5시 기상을 원칙으로 삼았다. 천천히 머리와 몸을 깨우고 물을 300ml 이상 나눠 마신 뒤, 5시 30~40분쯤 집을 나섰다. 격일로 달리면서 쉬는 날에는 7시간 이상 충분히 수면을 취했다.

내년 여름은 얼마나 더 더워질지 알 수 없지만, 여름 달리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볼 수 있었던 2026년 여름이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토요일부터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느껴진다.

목요일에는 두 번째 MP런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지난주 첫 MP런과 18km 롱런의 여파 때문인지 워밍업 중 햄스트링에 불길한 느낌이 스쳤는데, 다행히 몸이 풀리면서 곧 사라졌다. 지난주보다 더 편안하게, 조금 더 빠른 페이스인 5’10″으로 MP런 700m 4회를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 입추를 하루 앞둔, 올여름 더위의 절정에서 이룬 성과라 성취감이 더 컸다.

입추 다음날 토요일 롱런은 비장한 각오로 나섰다. 앞으로 점점 더 긴 거리를 달리게 되겠지만, 더위 때문에 이날의 롱런이 가장 큰 코비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거리를 달릴 때는 달리기의 끝을 생각하지 않는다. 달리는 상태가 디폴트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크루즈컨트롤 중인 자동차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달리다 보면 그런 상태에 들어설 때가 있다. 보통 10km 이상 달렸을 때, 아직 힘이 50% 이상 남아 있을 때다.

목표한 20km를 다 소화했을 때도 크루즈컨트롤 모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더 달릴 수 있었지만, 다음 주 훈련을 생각하며 멈췄다. 다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고려해 코스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작업을 소홀히 한 탓에, 영덕천 중간에서 집까지 3km를 걸어서 돌아와야 했다. 카드를 챙기지 않아 갈증을 그대로 견뎌야 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햄스트링은 80~90%쯤 회복한 것 같다. 아직은 700m 단위로 끊어서 달리고 있지만, 5분대 초반 페이스를 다시 달릴 수 있게 되어서 매우 기쁘다. 클로드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효과적으로 몸을 끌어올리고 있다. 작년보다 적은 마일리지로, 그러나 훨씬 과학적인 훈련 방법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내가 할 수 있는 one more thing은 체중 관리다. 7월 중순 이후 체중 측정을 게을리했는데, 다행히 73kg대 초반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70kg까지는 무리일 것 같고, 71kg 정도로 감량해서 작년보다 2kg 가벼운 몸으로 JTBC 서울마라톤을 달리고 싶다. 어쩌면 훈련보다 더 중요한 게 체중일지도 모르겠다.

2026년 8월 3일 – 9일 · 주간 러닝 리포트 · 32주차

거리

41.62 km

8월 누적 62.73

지난주 38.85

▲ +2.77 km

시간

4:36

8월 누적 6:54

지난주 4:11

▲ +25분

상승

149 m

8월 누적 247

지난주 190

▼ −41 m

평균 페이스

6’39”

8월 평균 6’36”

지난주 6’28”

▼ +11초

평균 심박

140.7 bpm

8월 평균 142.4

지난주 145.7

▼ −5.0 bpm

칼로리

2,956 kcal

8월 누적 4,505

지난주 2,832

▲ +124 kcal

활동 상세

8/4 화 이지런 이지런
거리9.06 km
시간1:02
상승44 m
페이스6’52”
심박135.3 bpm
칼로리648 kcal
8/6 목 MP런 700m × 4 MP런
거리9.18 km
시간0:58
상승40 m
페이스6’19”
심박148.0 bpm
칼로리664 kcal
8/8 토 원천호수-신대호수-영덕천-원천리천 롱런 롱런
거리20.06 km
시간2:10
상승63 m
페이스6’31”
심박142.9 bpm
칼로리1,420 kcal
8/9 일 리커버리런 리커버리
거리3.33 km
시간0:25
상승2 m
페이스7’45”
심박125.8 bpm
칼로리224 kcal

260807 조은·이기훈 원화전

하계 휴가 다섯째 날에는 우연히 발견한 미술 전시회에 다녀왔다. 장소는 구의역 3번 출구 NC이스트폴 2층에 위치한 그라운드시소 이스트. 이번에도 전철로 이동하는 길에 두 작가에 대해 예습을 했다.

  • 조은: 한지와 먹을 중심으로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결합해, 자연과 평범한 일상의 풍경을 따뜻하고 생기 있게 그립니다. 실제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기억과 감정을 담은 이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며, 자신의 작업을 ‘붓으로 쓰는 수필’이자 마음의 정원을 가꾸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 이기훈: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 같은 신화적 원형과 종교적 상징을 빌려 동시대 현실을 탐구하는 환상적 리얼리즘을 선보입니다. 강렬한 색채와 오일파스텔의 거친 질감, 기묘한 인물들을 통해 불안하고 종말론적인 세계를 펼치지만, 그 속에는 생명의 존엄과 희미한 희망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20분 정도 NC이스트폴을 둘러보며 11시까지 시간을 보내다가, 서울 5대 김밥집 중 하나라는 유미분식김밥에서 점심을 먼저 해결했다. 김밥은 꽤 맛있었는데 라면은 별로였다. 김밥을 두 줄 먹을 걸 그랬다.

조은 작가의 그림은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담은 풍경화였다. 외국의 풍경을 한지에 수묵채색으로 그려낸 그림들은 누구에게나 예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색감이 너무 좋았다.

얼굴이 그려지지 않은 그림 속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옆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신기했다. 식물로 가득한 그림 속에서 일상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문득 집에 그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일부 작품은 판매 중이며, 이미 판매된 작품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작품은 SEESAW COLLECT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림 속에서 유유히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수영까지 배우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배움은 JTBC 서울마라톤 이후로 기약했다.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와 초코바로 에너지를 충전한 후 이기훈 작가의 전시회 관람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그라운드시소 앱을 설치하고 도슨트를 들으며 전시장을 돌았다.

가면을 쓴 어린이들이 노아의 방주를 타고 대홍수를 겪어내는 상상 속 이야기를, 폐벽지에 오일파스텔을 사용해 강렬한 질감으로 그려냈다. 그림 가까이 다가가 눈으로나마 질감을 느껴보려는 시도를 반복했다. 상상력을 자극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시의 끝부분에 두 작가에 대한 영상이 있어서 좋았다. 그림을 보는 내내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각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걸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조은 작가의 ‘오늘의 정원’ 전시 도슨트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에서 들었다. 그림과 함께 들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흐릿한 그림의 잔상을 떠올리며 작품 설명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화풍과 주제의식이 서로 다른 두 작가의 작품을 시간 간격을 두고 보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대기업 직장인으로서 나의 화풍과 주제의식은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나름대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 같은 게 있지 않을까? 남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나만의 화풍을 소중히 가꾸어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들 똑같이 한다면 AI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이렇게 하계휴가가 끝났다. 돌봄센터, 학원 빠지기 싫어하는 아이 덕분에(?) 가족여행 없이 혼자서 휴식과 정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미술 전시회 관람이라는 새로운 취미는 관점과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면 근력』을 읽으며 불안에서 벗어나 잠재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삶에 대한 희망을 가져볼 수 있었다.

260805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여름휴가 셋째 날에는 미술관에 다녀왔다. 여름휴가 버킷리스트 중에 ‘미술관 가기’가 있었지만, 평소 미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전무했던 터라 우선순위가 그리 높진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미술관에 대한 영상을 접했다. 만족스러울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휴가 때 아니면 언제 가볼까’ 싶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 전철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예습을 했다. 큐비즘이 무엇이고 누가 주도했으며, 작품을 볼 때 어떤 측면을 보아야 하는지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10시 36분에 63빌딩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많아서 11시 30분에 시작하는 도슨트 투어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퐁피두센터 한화에 도착해보니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오는 길에 예매한 티켓(2.8만 원)을 취소하고 연간 멤버십(10만 원)에 가입했다. 회사를 오가는 길에 있으니 가끔 반차를 쓰고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 옆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통해 AI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그림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몰입의 깊이만큼이나 마음은 고요했다. 그 어떤 동요도 느낄 수 없었다.

큐비즘 작가들의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며 인간의 창의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모르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들이 있었다. AI 도슨트의 작품 설명이 끝난 후에는 구도·색감·질감이 느껴지는 그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해석하고 즐겼다.

오전 11시 20분쯤 입장하여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관람했다. Gallery 1까지는 모든 작품을 AI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감상했는데, 핸드폰 배터리도 다 되어가고 배도 고파서 Gallery 2, 3은 빠르게 둘러보고 나와야 했다.

큐비즘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와서 Gallery 1에서 좋았던 작품을 다시 보고, Gallery 2, 3의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할 생각이다.

전시장을 나와보니 이미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63빌딩 식당가에서 밥을 먹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이동해 멍하니 한강뷰를 보면서 라떼와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마포대교를 바라보면서 JTBC 서울마라톤을 생각했고, 한강을 바라보면서 원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를 얻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런 자유를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미술관 관람이 나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클래식 공연처럼 시간을 맞춰서 가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어 자유로웠으며,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만족감도 있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이 또 있을 것이다. 일단 경험하고, 판단은 나중에 하자.

260804 경기도서관, AI 코칭, 일기 정리

여름휴가 둘째 날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 근처 도서관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경기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었다.

  • 아직 끝이 아니다 — 김연경
  • 투자의 중력 — 황준호
  • 해피 알로하 하와이 — 박성혜

카페에서는 삶의 방향성을 주제로 KSC 코치 페르소나를 부여한 AI의 코칭을 받았다. 스스로 어떤 삶을 원하는지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민의 결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내가 가진 경험과 역량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을 살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나도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고 싶다.”

노션 일기장을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정리했다. 날짜별로 뷰가 분리되어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되었다. 주제별로, 연도별로 모아볼 수 있도록 구성해서 쌓아가는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집에 있었다면 허투루 보낸 시간들이 적지 않았을 텐데, 에어컨이 나오는 장소를 찾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나름대로 시간을 잘 보낸 것 같다.

260804 나달

테니스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나달이라는 선수는 알고 있었다. 스포츠 뉴스에서 가끔씩 그의 우승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짧은 경기 영상만으로도 그의 열정적인 플레이가 느껴졌다. 모범생 같아 보이는 페더러나 조코비치보다 왠지 더 호감이 갔다.

넷플릭스에서 나달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만 19세의 나이로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던 2005년, 그의 왼발에는 뮐러-바이스 증후군이 발견되었고, 그는 커리어 내내 그 통증을 참아가며 코트에 섰다는 것이다.

부상 때문에 뛰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으면서도 그는 출전을 강행했다. 부상이 찾아올 때마다 의사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면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는 10~12회는 줄었을 거라고 한다.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까지, 그는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의 아내가 전한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은퇴하고 싶어”가 아니라 “은퇴해야 해”였다는 것.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인성, 부상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던 시절에도 자신을 후원해 준 기업(기아)과 끝까지 함께한 의리, 경쟁자들과 나눈 진한 우정까지—그의 인생 자체가 낭만이었다.

돈과 명예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는, 그저 진정한 만족감을 위해 최고 수준의 경쟁자와 겨루고 싶었을 뿐이었다.

페더러가 절 이길 순 있어도 
저를 꺾는 건 아니에요
정신적으로 모든 포인트마다 
100%로 임할 겁니다
단 한 순간도
약해질 수 없어요

전 페더러보다
더 고통받을 준비가 돼 있었어요

성공으로 가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겪어온 고통을
똑같이 겪지 않고도
제가 이룬 걸 이룰 수 있어요
하지만 전 토니 삼촌이
제시한 길을 따라갔어요
그리고 그게 
옳은 길이었다고 믿어요

전 승자가 아니에요
전 경쟁자입니다
승리는
승리하는 순간에만 존재하죠
승리는 부질없죠
절 항상 움직이게 하는 건
계속 싸우고 싶다는 열망이었어요
진정한 만족은
고난에서 비롯된다는 걸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