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같은 코스를 향상된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어서 기뻤다.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구정 연휴에 감기를 앓았고, 목요일에 15km 금요일에 12km를 달린 피로가 누적되었고, 전날 밤 자다가 중간에 3번이나 깼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할까 고민하다가, 어려운 코스와 나쁜 컨디션을 고려해 5‘10“ 페이스로 잡았다. (PB는 4’57”)
첫번째 그룹 중간쯤에서 출발했다.
반환점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코스라서 전반부에 5‘10“보다 빠르게 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인지 속도가 잘 나오지 않았다. 오늘 레이스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첫 5km를 5‘21“로 마감했다.
이후 10km까지 평균 5‘10“을 맞추기 위해 5‘00“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실제로는 4‘53“으로 달릴 수 있었다. 몸이 풀렸고 다운힐이어서 쉽게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반환점을 돌아 경사를 오르는 후반부는 5‘10“만 사수하자는 생각으로 달렸다.
15-20km 구간을 달릴 때 아쉬움은 주로에 두고 집에 가져가지 말자는 생각을 하면서 자세에 집중했더니 속도가 잘 나왔다. 덕분에 두 번째로 좋은 기록으로 완주할 수 있었다.
작년과 같은 대회에서 같은 코스를 달리니 자연스럽게 비교가 된다.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업힐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았고, 덜 힘들었으며, 몸에 데미지도 적었다. 코스가 익숙해서 덜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오늘 레이스에 착용한 러닝 장비는 모두 좋았다. 특히 EVO SL이 좋았다.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안정감이 인상적이었다. 작년에 하프마라톤 레이스화로 활약했던 엔돌핀 스피드 4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물품 보관소를 10개나 운영해서 짐을 바로 맡기고 찾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작년에는 레이스 끝나고 짐 찾는 데 엄청 오래 기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급수대는 많이 아쉬웠다. 테이블 개수가 너무 적고 붙어 있어서 정체가 심했다. 흐름이 깨질 것 같아서 여러 번 지나쳤다.
에너지젤은 요헤미티 카페인 버전 1개를 10km 지점에서 섭취했다. 카페인 덕분인지 몰라도 후반부를 잘 버틸 수 있었다.
하프마라톤은 풀코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길고 힘든 레이스여서 인생을 느껴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혼자서 실력을 키우는 시간이 있고, 잘 할 수 있을까 자기를 의심하는 순간도 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때도 있고 실망할 때도 있다.
오늘의 레이스를 돌아보면 많은 감정들이 있었다. 두 다리로 직접 21km를 힘들게 달려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들. 그걸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다음 대회는 3월 2일 뉴발란스 Run Your Way. 작년에 PB를 기록했던 MBN 서울 마라톤과 코스가 같다고 한다. PB를 갱신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회복 및 컨디션 조절에 신경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