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가족여행 일정으로 달릴 수 없어서, 금요일 출근 전에 롱런 훈련을 진행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13km를 달리는 것으로 현실과 타협을 보아야 했다.
집에서 천천히 뛰어도 40분이면 이대감댁에 갈 수 있는데, 구대감댁에 출근하려면 대중교통을 타고 90분을 가야 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이번 주부터 습도가 높아져서 달리는 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가을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인내심을 가지고 버텨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햄스트링만 완쾌된다면야 무엇이든 견딜 수 있다.
돌아보면 클로드가 제안해준 대로 주중에 빌드업을 한 이후에 햄스트링이 악화되었다.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빌드업은 제안하지 않는 것으로 클로드와 합의를 보았다.
햄스트링은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그래도 조금씩은 앞으로 가고 있다. 최근에는 일상에서 거의 다 회복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는데, 아쉽게도 금요일에 13km 롱런을 뛸 때 햄스트링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뛰는 데 지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장마가 시작되었다. 다음 주부터 어디서, 어떻게 달려야 할지 골치가 아프다. 헬스장 트레드밀 위에서 9km 이상의 거리를 달리는 것은 끔찍하므로, 어떻게든 밖에서 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비가 약한 날에는 수명이 다한 러닝화를 신고 우중런을 하고, 비가 강한 날에는 시간을 옮기는 것을 고려해봐야겠다.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한 한 주였는데, 다행히 이번 주는 계획한 대로 훈련을 소화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각각 9km 이지런을 가볍게 채웠고, 무엇보다 금요일에 휴가를 활용해 18km 롱런을 마쳤다. 덕분에 주말은 충분히 쉬면서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5시 30분에 기상해 5분간 동적 스트레칭을 한 뒤 6시 전에 출발하여 9km를 달리는 것이 평일의 루틴으로 자리 잡았다. 몸만 받쳐준다면 매일이라도 그렇게 달리고 싶을 만큼 좋다. 특히 신대호수를 달릴 때, 아침 햇살을 받은 호수 건너편의 푸르름을 바라보고 있으면 행복감이 몰려온다.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새로 구입한 레벨5를 신고 달렸다. 가볍고 착용감도 좋아 특별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햄스트링 회복기에는 노바블라스트5만 주구장창 신었는데, 10km까지는 레벨5를 신고 달려도 좋을 것 같다.
휴가였던 금요일에는 잠을 충분히 잔 후 아이를 등교시키고 롱런에 나섰다. 어디서 18km를 달릴까 고민하다가 원천리천을 달려보기로 했다. 왜 이제야 와봤을까 싶을 정도로 코스가 좋았다. 풍경이 아름다웠고, 나비와 함께 달릴 수 있었다. 하루살이 무리와 마주치기도 했지만.
원천호수에서 원천리천을 따라 5km를 달렸을 때, 공사 현장이 나타나 반환할 수밖에 없었다. 집~원천호수~원천리천 편도 7km, 왕복 14km. 20km 코스를 만들려면 신대호수를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이번에는 원천호수 1회전을 추가하는 것으로 18km를 맞췄다.
클로드가 제시한 심박 상한 150, 케이던스 하한 170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급수를 위해 잠깐 멈췄다가 다시 달릴 때 심박이 상승하는 것을 관찰한 후로는, 멈추는 대신 걸으면서 보급하는 방법을 택했다. 속도를 줄이는 것만으로 심박이 내려가지 않을 때는 15~30초 정도 걷기도 했다.
마지막 롱런이 15km여서 그런지 15km 이후부터 햄스트링에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보폭을 줄이고 케이던스와 리듬에 더 신경 쓰면서 무사히 18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달리는 2시간이 무척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햄스트링에 대한 걱정과 염려만 없었다면 아마 더 즐거웠을 것이다. 호흡도 편안했고 체력적으로도 여유로워서, 햄스트링만 아니면 30km도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년 6월 22일에는 한강에서 30km를 5’45” 페이스로 달렸다. 부상 때문이긴 하지만 현재 수준이 작년 같은 시기에 한참 못 미치다 보니, 답답한 마음을 숨길 길이 없다. 그래도 아직 JTBC 서울마라톤까지 127일이 남아 있다. 이 기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스스로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찾아오는 자기의심을 극복하고, 자신이 가진 한계 속에서 힘들고 지칠 때에도 하루하루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은 인생과 닮았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을 한다. 인생을 더 잘 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