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을 따라가다, 어떤 이유로 계획을 놓치면, 계획없이 무기력하게 살아가기를 반복하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이다. 반복된 실패는 다시 계획을 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한다.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일관되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무엇을 할까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고.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고, 지금 하는 일이 나중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니 일단 눈앞에 보이는 것을 해보자고.

저자의 경험을 포함해 수 많은 사례들이 책의 주제를 뒷받침 하고 있다. 인터넷과 다른 책에서 접해 이미 알고 있는 사례들이 대부분이라 특별하진 않았지만 오랜기간 이 책을 준비하면 저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일을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다만 에너지가 남아 있는 한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없도록 흥미가 생기는 작은 일부터 행동에 옮길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 했던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점을 부지런히 찍어 나가야겠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대학원생이었던 11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재밌다는 것이 나의 주된 감상이었다.

10년차 직장인인 지금의 내가 다시 읽었을 때 이 책은 완전히 다른 책이었다. 재미보다는 고민과 위로를 안겨주었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아무런 의심없이 세상이 시키는대로 필요 이상으로 바쁘게 살고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도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스스로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것을 타인에게 권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에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 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아내와 나는 평일에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고 있다. 가끔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필요 이상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면서 필요 이상의 돈을 버는 대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인생의 모든 날이 휴일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쉬고 싶을 때 쉬어가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삼미 슈퍼스타즈 덕분에 갖게 되었다.

언어의 온도

수원터미널 NC몰 영풍문고에서 아내는 바이올린 교재를 고르고 있는 사이에 베스트셀러 책장에 놓인 이 책을 호기심에 펼쳐 보았다. 한동안 전차책만 읽다가 오랜만에 손에 쥔 종이책의 감촉이 좋았다. 그 자리에서 에피소드 두어 개를 읽어보고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고 그렇게 이 책은 내 손에 들어왔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이다.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 그리움 등 다양한 감정은 우리가 살아 있음을 자각하게 하고, 그런 느낌이 곧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였다면 아무런 생각과 느낌없이 지나쳤을 일상의 풍경들에 저자는 긴밀히 반응했고, 그 흔적을 책으로 옮겨 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따뜻하고 사려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 지나친 바램이라면,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주변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눈과 귀와 가슴을 갖고 싶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신경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3년 동안 나치에 의해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이은 정신요법 제3학파로 불리는 로고테라피 학파를 창시했다. 이 책의 1부는 강제수용소 생활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고, 2부는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살아있는 인간 실험실이자 시험장이었던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사람들이 성자처럼 행동할 때, 또 다른 사람들은 돼지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았다. 사람은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그 사람에게 달려 있다.

강제수용소 생활에서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발현할 수 있는 폭은 굉장히 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선택에 따라 성자와 돼지의 커다란 간극이 발생했다. 거의 모든 것을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지금의 나는 어떤 삶의 의미를 만들어 내고 있는가?

삶의 의미를 추구한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 프랭클 박사는 책에서 니체의 말을 인용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삶의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평생을 통해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에 삶에 의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독서, 여행, 사색을 통해 언젠가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이 책을 읽은 후 삶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삶의 의미는 삶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삶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것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던지는 질문은 때에 따라 다를 것이고, 그때마다 나는 올바른 태도와 올바른 행동으로 책임감 있는 대답을 내어 놓아야 한다. 지나온 과거와 주어진 환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자리에 가만히 있으면 삶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걸으며 새롭게 주어진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충만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김정운 교수 아니 이제는 김정운 화가의 책을 읽을 때면 자주 피식피식 웃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이 든다. 한 번쯤은 마음속에 품었을 법한, 남에게 드러내기에는 왠지 부끄러운 속내를 과감하게 글로 남겨, 읽는이로 하여금 다른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공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글과 그림과 사진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구성되어있다. 사진에 이어지는 짧은 문장 혹은 그림 위에 남겨진 짧은 문장이 때로는 울림을 때로는 웃음을 주었다.

저자의 경험과 사색, 여러 심리학자들의 이론이 잘 버무려져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저자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시 읽고, 자유에 대해서 깊이 고민한 결과 잘 나가던 교수를 그만두고 정말 하고 싶었던 일, 그림을 배우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나는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가족 또는 회사가 내게 기대하는 삶을 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아닌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만간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