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805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

여름휴가 셋째 날에는 미술관에 다녀왔다. 여름휴가 버킷리스트 중에 ‘미술관 가기’가 있었지만, 평소 미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전무했던 터라 우선순위가 그리 높진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미술관에 대한 영상을 접했다. 만족스러울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휴가 때 아니면 언제 가볼까’ 싶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 전철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최소한의 예습을 했다. 큐비즘이 무엇이고 누가 주도했으며, 작품을 볼 때 어떤 측면을 보아야 하는지 큰 그림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의도역 5번 출구에서 10시 36분에 63빌딩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탔는데, 사람이 많아서 11시 30분에 시작하는 도슨트 투어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퐁피두센터 한화에 도착해보니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오는 길에 예매한 티켓(2.8만 원)을 취소하고 연간 멤버십(10만 원)에 가입했다. 회사를 오가는 길에 있으니 가끔 반차를 쓰고 들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림 옆에 붙어 있는 QR코드를 통해 AI 도슨트의 작품 설명을 들으며 그림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몰입의 깊이만큼이나 마음은 고요했다. 그 어떤 동요도 느낄 수 없었다.

큐비즘 작가들의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그린 그림들을 감상하며 인간의 창의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잘 모르지만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들이 있었다. AI 도슨트의 작품 설명이 끝난 후에는 구도·색감·질감이 느껴지는 그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해석하고 즐겼다.

오전 11시 20분쯤 입장하여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관람했다. Gallery 1까지는 모든 작품을 AI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감상했는데, 핸드폰 배터리도 다 되어가고 배도 고파서 Gallery 2, 3은 빠르게 둘러보고 나와야 했다.

큐비즘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한 번 더 와서 Gallery 1에서 좋았던 작품을 다시 보고, Gallery 2, 3의 작품들을 천천히 감상할 생각이다.

전시장을 나와보니 이미 브레이크 타임이어서 63빌딩 식당가에서 밥을 먹지 못하고, 버스를 타고 여의도로 이동해 멍하니 한강뷰를 보면서 라떼와 빵으로 허기를 달랬다.

마포대교를 바라보면서 JTBC 서울마라톤을 생각했고, 한강을 바라보면서 원하는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자유를 얻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그런 자유를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의 경험을 통해 미술관 관람이 나에게 잘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클래식 공연처럼 시간을 맞춰서 가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어 자유로웠으며,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만족감도 있었다.

경험해보지 않은 것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것들이 또 있을 것이다. 일단 경험하고, 판단은 나중에 하자.

260804 경기도서관, AI 코칭, 일기 정리

여름휴가 둘째 날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집 근처 도서관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경기도서관에서는 책을 읽었다.

  • 아직 끝이 아니다 — 김연경
  • 투자의 중력 — 황준호
  • 해피 알로하 하와이 — 박성혜

카페에서는 삶의 방향성을 주제로 KSC 코치 페르소나를 부여한 AI의 코칭을 받았다. 스스로 어떤 삶을 원하는지 깊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민의 결과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는 내가 가진 경험과 역량으로 사람들이 더 좋은 삶을 살도록 돕고, 그 과정에서 나도 계속 성장하는 사람이고 싶다.”

노션 일기장을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정리했다. 날짜별로 뷰가 분리되어 부담 없이 쓸 수 있게 되었다. 주제별로, 연도별로 모아볼 수 있도록 구성해서 쌓아가는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집에 있었다면 허투루 보낸 시간들이 적지 않았을 텐데, 에어컨이 나오는 장소를 찾아 메뚜기처럼 옮겨 다니며 나름대로 시간을 잘 보낸 것 같다.

260621 소원을 말해봐

딸: “아빠 소원은 뭐야?”
나: “하루에 시간이 6시간만 더 많았으면 좋겠어.”
딸: “다른 소원은 없어?”
나: “회사가 집 근처로 옮겨졌으면 좋겠어.”
딸: “……”

뭔가를 해주고 싶은 것 같은 눈치인데, 다른 게 생각나지 않았다. 두 번째 소원도 따지고 보면 첫 번째와 다르지 않다. 시간이 충분했으면 좋겠다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하고 싶은 건 많고, 시간은 늘 부족하다.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하면 반대의 상황이 올까? 시간은 넘쳐나는데 정작 하고 싶은 건 없는, 더 끔찍한 상황 말이다.

한편으로는 부족한 게 ‘시간’밖에 없다는 사실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진짜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구나, 하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조각난 시간을 허투루 보낼 때가 많다. 뭔가를 제대로 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어리석은 줄 알면서도,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나마 몇 년째 꾸준히 이어온 달리기와 영어 공부가 나를 지탱해 주는 기둥이다. 여기에 한두 개를 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지칠까 봐 두려운 마음에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한다.

260620 Kirari

스톤의 도쿄 러닝 플레이리스트의 첫 번째 곡 Fujii Kaze의 Kirari. 이 플레이리스트를 MP3로 만들어 러닝 워치에 넣고, 수 많은 달리기를 이 노래와 함께 시작했다.

마라톤 대회에서 이 노래와 함께 출발할 때마다 느꼈던 감성이 요즘엔 몹시 그립다. 글로 표현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그래도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굳이 찾아보자면 ‘환희’라고 해야할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리듬에 밝은 에너지를 주는 이 노래가, 제법 잘 달리고 있다는 감각과 만나는 순간, 레이스 초반부터 ‘러너스 하이’를 선사한다.

느린 달리기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제법 잘 달린다는 감각은 4분대 후반, 5분대 초반의 페이스로 달려야만 느낄 수 있다. 3월 29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번의 대회를 DNS 하고 두 달 넘게 느린 달리기만 이어오다 보니, Kirari와 함께 빠르게 달렸던 순간이 그립고 또 그립다.

어제는 퇴근길에 Fujii Kaze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았다.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라 이렇게 좋은 노래들이 나올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J-Pop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당분간은 Fujii Kaze의 1, 2집을 열심히 들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