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음 이용규 지음/규장(규장문화사) |
모태신앙을 가졌지만 현재는 누가 종교를 물으면 “기독교”라고 이야기 하기 보다 “무교”라고 이야기하는게 더 자연스러울 정도로 나는 이미 오래전에 신앙을 잃어버렸다. 고등학교 다닐때 서울로 전학 온 이후 다녔던 대형교회의 세속적인 모습은 나에게 개신교에 대한염증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성가대 앞에서 첼로를 연주하던 예쁜 여학생이 안보이기 시작한 이후로 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아주 오래전의 – 강렬한 느낌으로 살아 있는 – 하나님을 믿음에 의한 기쁨으로 눈물을 흘려본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기에 언젠가는 다시 찾아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 내 머리는 이성적인 논리로 무장하여 다시 신앙을 되찾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지만, 하버드 박사학위를 가지고도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몽골로 선교자의 길을 나섰던 한 사람의 이야기가 나는 궁금했다. 도대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시길래 그와 같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에 따라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구실에 앉아 책의 첫장을 펴들고 몇 문장을 일고 처음 내가 느낀 것은 “거부감”이였다. 이미 나는 “크리스천”이 아닌 “보통사람”의 시선으로 “크리스천”의 하나님을 섬김을 거북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냥 “보통사람”도 아닌 한국의 개신교를 비난하는 “보통사람”이였다. 마침 연구실에 있던 정한형과의 잠깐의 논쟁(?)을 통해 내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것을 내안에서 인정하자 나는 개신교에 대한 나의 그릇된 시선과 함께 거부감을 걷어내고 책을 읽기 시작할 수 있었다.
특정 종교와 신을 떠나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것이나 명예, 인정받기와 같은 정신적인 가치까지도 모든 것을 “내려놓음”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저자는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몽골에서 선교하기까지 자신의 전공을 바꿔가며 힘들게 공부했던 유학생활 중에 겪었던 수 많은 어려움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통해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려놓아”야 비로소 하나님안에서 진정한 평화와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슴으로 느꼈던 많은 것들을 지금 머리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웠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경험했다. 이 책으로 인해 다시 신앙을 되찾을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궁금하다.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시는지 알아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이미 믿고 있으면서도 세상을 포기하고 진정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것이 두려운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