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NB RYW Half Race Seoul

레디샷은 싱글렛으로 찍어놓고, 비와 강한 바람 때문에 어떻게 입을지 고민이 많았다. 일단 현장에 가서 결정하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컨디션을 관리한다고 했는데, 날씨와 복장에 대한 걱정 때문에 전날 잠을 설쳤더니 수치상 컨디션은 보통이었다.

4시 20분에 일어나 샤워하고 짐 챙겨서, 광교중앙역에서 5시 23분에 광역버스 M5121을 타고 광화문 광장으로 갔다.

서울시청 정거장에 내려 광화문 광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너무 추워서 상의는 싱글렛만 입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광화문 광장에 가서 보니 싱글렛만 입은 러너들이 많이 보여서 … 결심했다. 싱글렛만 입기로.

상의는 싱글렛 + 팔토시 + 장갑, 하의는 쇼츠를 입은 후 일회용 비옷을 입었다. 춥기도 하고 몸도 풀겸 0.8km 정도 조깅을 했다.

4’55” 페이스를 목표로 설정하고, B조에서 1시간 45분 페이스 메이커 러너 이퓨 (@runner_iffu)가 보이는 곳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ChatGPT와 2026 경기수원국제하프마라톤 레이스를 복귀하면서 이번 레이스의 전략을 검토했다. ChatGPT의 조언에 따라서 다운힐을 속도를 더 내는 구간이 아닌 계획한 페이스를 쉽게 낼 수 있는 구간으로 여기고 몸을 아꼈다가 레이스 후반에 승부를 보기로 했다.

첫 5km에서는 5’00″을 목표로 달렸다. 중간에 4’57″까지 당겼지만 4.3km 지점에서 신발끈이 풀리면서 20~30초를 손해보고 5’01″으로 마쳤다.

5~10km 구간은 4’55″로, 10~15km 구간은 4’50″으로 달리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10~15km 구간에는 업힐이 나오면서 네거티브 스플릿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직전 PB를 기록했던 2025 MBN 서울마라톤에서는 C조에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병목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엔 참가자가 많아서 그런건지 병목 때문에 속도를 늦추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10km 부터는 카페인 들어간 에너지젤을 섭취한 영향인지 너무 열심히 달려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심박수가 180까지 치솟았다. 호흡은 편안해서 곧 안정되겠지 하면서 계속 달렸는데 끝까지 유지하게 되었다.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서 18km 부터는 다음은 없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달렸다.

출발할 땐 비가 오지 않았는데, 중반부에 신발이 다 젖었고, 도착했을 때는 꽤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장갑으로 얼굴을 닦으며 달렸는데 나중에는 장갑이 다 젖어서 손이 시려웠다.

싱글렛은 처음 입어봤는데, 비오는 쌀쌀한 날씨에도 춥지 않고 딱 좋았다. 앞으로 PB를 노리는 대회에서는 싱글렛을 입게 될 것 같다. 팔치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바람이 통해서 시원했다.

공식기록 기준 하프 PB를 13초 단축했고, 스트라바에서 대부분의 거리별 PR을 갈아 치웠다.

가민 워치 기준으로는 목표했던 4’55″를 달성했지만, 실제 대회 코스는 더 길어서 4’57″을 기록했다. 원하는 공식기록을 얻으려면, 가민 워치 기준보다 항상 1~2분은 빨리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25 JTBC Seoul Marathon, 2025 MBN 서울마라톤과 코스가 거의 같아서 익숙한 코스를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다.

두 대회에서는 10km 이후 이어지는 업·다운 힐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의식하지 않고도 쉽게 넘을 수 있었다. 광교호수공원에서 업·다운 힐을 반복해서 달린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한편으로는 잠실대교에 가까워졌을 때 힘들었던 JTBC 풀코스를 떠올리며 잠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급수는 훌륭했는데 짐 찾는게 레이스보다 더 힘들었다. 2026 경기수원국제하프마라톤과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보온용 은박 담요를 나눠주지 않았다면 몇 명 쓰러졌을거라는 이야기가 나올정도로 비는 쏟아지고 춥고 오래 기다려야했다.

짐을 찾은 후 잠시 종합운동장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비를 맞으며 옷을 꺼내 입으려고 했다. 손이 얼어서 짐 보관백을 여는 것도 여의치 않았고 비는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그 때 brrr 크루 소속의 처음 보는 젊은 여자분이 우산을 씌워주고 짐보관백 여는 것을 도와주었다. 너무 고마웠다. 그 분이 하는 모든 일이 잘 되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달리기를 생각할 때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공식기록 기준 2025 MBN 서울마라톤과 비슷한 기록을 남긴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겨울 훈련을 그럭저럭 잘 소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때보다는 덜 힘들게, 끝까지 쥐어짜지 않고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운영했다는 점에서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오늘 최선을 다 했을까?’

모든 구간에 최선을 다 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0~15km 구간에 조금 더 고통을 감내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0~15km 구간에 더 나은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인내심의 결과가 아니라 훈련의 결과이길 바란다.

나는 계산이 서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 안정적인 레이스를 선호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