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2007년에 출간되었을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다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작품이다. 유명해진 작품을 그냥 넘기기 어려운 여느 한국 사람들처럼 나 역시도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학 작품을 제대로 소화하기에는 개인적 소양이 부족한 탓에 왜 이 작품이 맨부커상을 수상하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흡입력이 대단했고 강렬했다. 계속 읽다가는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고 혼란스러웠다.

소설을 읽을 당시에는 그저 미친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다시 생각해 보았다.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트라우마, 이성으로 억눌린 욕망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애써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었을 때 세상의 기준으로 재단하고 억압하는 것은 폭력이 아닐까?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작가는 강렬한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성공했고, 좋은 번역까지 더해져 맨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얻게 된 것 같다.

미움받을 용기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통해 불교의 세계관을 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이전보다 한결 편안해졌다. 불교적 세계관의 핵심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으며, 유일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 뿐이라는 것인데, 이러한 세계관을 받아 들이면 적어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통받는 일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불교적 세계관은 원인론을 부정하지 않는다. 법륜스님이 즉문즉설에서 어린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이유는 원인론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진행된다. 철학자는 다양한 삶의 예를 통해 아들러 심리학을 청년에게 설파한다. 청년의 입장에서서 철학자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청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반감을 갖게 될 것이다. 도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듯이, 아들러 심리학은 우리에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에 귀를 기울여볼 여지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좋기 때문이다.

“인간은 과거의 원인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과제를 분리하는 것은 불교적 세계관으로부터 이미 익숙해졌으나, 프로이트 원인론이 아닌 아들러의 목적론은 생소했고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도 스스로 설정한 목적에 따라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우한 환경이라는 원인이 그 아이의 삶을 지배할 것이라는 원인론을 배척하고, 현재의 목적에 집중함으로써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하며 무의식 중에 이루어지는 나의 생각과 행동들의 기저에는 과거의 원인이 아닌 현재의 목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철학자에 의해 청년의 속 마음, 즉 청년의 목적이 드러나는 순간, 나 역시 속마음을 누군가에게 들켜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행동, 어떤 말의 전후에, 내면에 감춰진 목적을 알아채려고 노력해야겠다. 마음 속 깊이 자리잡은 불행의 씨앗이 있다면 이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심플을 생각한다

simple

일본에서 라인 메신저를 성공시킨 CEO 모리카와 아키라가 쓴 책으로 경영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질에 대한 철저한 탐구는 심플한 답으로 귀결된다.

비지니스의 본질은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 그것 외에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 또한 심플하다. 고객의 니즈에 부응하고자 하는 열정과 능력을 지닌 사원들을 모은다. 그리고 그들이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그것 외에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일만 하고, 필요없는 일은 모두 버린다. 그것이 내가 해온 전부다. “심플하게 생각하라.”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이야기는 경영자로서 현장의 일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위임했다는 것이다. 단지 그는 현장에서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열정을 지키는 것을 가장 큰 사명으로 삼았다.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높으신 분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 큰 고민없이 던지는 의견이 현장의 사기를 꺾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전문성과 열정을 겸비한 직원들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마음껏 열정을 펼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리틀 브라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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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고등학생 마커스 얄로우를 둘러싼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통해 테러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 이 소설은 2008년에 나왔는데 그 당시에는 공상 소설이었을지 몰라도,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 열풍이 지나간 2016년 대한민국에서 이 소설은 멀지 않은 현실로 느껴진다.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점은 상당히 깊이 있는 컴퓨터, 보안 관련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자의 후기를 읽으며 저자에 대하여 알게된 흥미로운 점은, 그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의 제안자라는 사실. 정보의 공유를 주장하는 그는 자신의 모든 작품을 블로그에 올려놓아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아 볼 수 있게 하였다.

소설 내용 중 ‘허위 양성 반응의 역설’이라는 수학 이론을 인용하여 테러범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 엄청난 수의 개인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득 대기업의 사내 보안 체계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을 심각하게 낮추면서 과연 극소수의 보안 위반자들을 정확히 잡아낼 수 있을까? 그러나 테러는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수준으로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인지 판단하기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리딩(Leading)

과장을 조금 보태서 지금까지 읽어본 리더십 관련 책 중 이 책은 단연 최고이며, 앞으로도 그 자리를 다른 책에 쉽게 내어주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퍼거슨이 정말 훌륭한 리더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가 이 책을 통해 가르쳐준 교훈들 중 일부만 실천해도 꽤 괜찮은 리더가 될 수 있을꺼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밑줄 친 부분만 다시 읽기에도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만큼 놓치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 많았다.

그의 리더십이 더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매년 진화했다는 점이다. 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독서하고 조언을 듣고 고민했고 그 결과를 적용하기를 반복했다. 그가 맨유를 이끄는 동안 상황은 급격히 변했다. 여러 나라의 선수들을 기용하게 되었고, 프리미어 리그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으며, 선수들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가 초기의 성공에 만족하고 합리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면 27년간 맨유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없었을 것이다.

성공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지는 힘든 노력(하루에 17~18시간씩 일주일에 7일 일하는 것이 일반적인)으로부터 빚어지는 것이다. 퍼거슨은 성실함의 가치를 믿었고, 스스로의 행동으로 그 모범 사례를 보여주었다.

최고 수준의 팀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평생을 쉬지 않고 치열하게 노력했다. 그의 삶은 노력하지 않고 더 나은 성과와 보상을 바라는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 담긴 모든 교훈을 여기에 다 나열할 순 없을 것이다. 대신에 나는 자신있게 좋은 리더가 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갖추어야 하는지, 어떻게 사람들을 대해야 하는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등 이 책을 통해 리더십의 모든 것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맨유의 팬이라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는 재미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