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마음

등산을 하다보면 미워하는 마음이 수차례 올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 스피커를 틀어 놓은 사람, 우측 통행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미움의 대상이다.

어제는 광교산 형제봉에서 부동산 투자 유튜브 방송을 들어야했다.

미워하는 마음이 열 번쯤 올라온다면 그 중에 한 두 번쯤은 정신을 차리고 이렇게 생각해본다.

저들도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그저 배려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라고. 나 역시도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미워하는 마음을 지워보려 하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배려가 부족한 사람들을 만나도 미워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깨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등산은 수행의 기회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뱃살 제로

휴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최근엔, 이번에야 말로 뱃살이 없는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지며,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매일 1시간 이상 걷는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광교산에 등산을 다녀오기도 한다.

Born to be fat 체질을 가진 나의 일생에서 뱃살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역대급으로 날씬했던 대학원 2학년 때도 뱃살이 남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으로 날씬했던 결혼하던 해에도 슬림핏 셔츠를 입으면 나타나는 뱃살의 둥그스레한 실루엣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뱃살 제로 수준까지 추구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관리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데에 있다. 40대를 앞두고 건강과 체력을 챙기자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는 과정이 되어버렸다.

한 때 0.1톤을 넘겼던 나는 조세호처럼 뱃가죽이 남으면 어떻하지 좀 웃픈(?)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다. 주말에 차로 부산에 다녀온다고 피곤하지만, 내일은 광교산에 올라야겠다.

청약통장 해지

2007년에 만든 청약통장을 써서 당첨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곧 분양받을 예정이어서, 당첨 직후 두 번째로 만들었던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원금은 960만원이었는데, 이자 포함해서 1,026만원을 돌려 받았다. 누적 수익률은 겨우 6.8%.

1주택자에게도 청약통장이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부동산보다 주식이 훨씬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생각하기에 과감히 정리했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미래에셋대우 CMA로 옮겨 두었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 될 때까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꽤 클텐데, 낙폭이 과할 때마다 조금씩 주식을 사는데 쓸 생각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계정을 삭제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둘 다 데이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서, 구글 드라이브에 백업해놨다. 열어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읽고 나서 세웠던 SNS 활용 규칙은 며칠 지키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했다.

타인의 관심과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운, 홀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면의 목소리에 더 자주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육아휴직 시즌 2.5

나의 육아휴직은 3개의 시즌으로 기획되었다.


시즌 1은 아내와 나의 육아휴직이 겹치는 약 2달의 기간으로, 오전에는 내가 오후에는 아내가 집 앞 도서관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호사를 누렸다. (남들 일할 때) 셋이서 광교호수공원 산책을 다녀오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회사일 걱정 없는 세상은 아름다웠다.

아내의 복직을 보름 앞두고 주방을 접수했다. 식단을 짜고 장을 보고 세끼 식사를 차리는 일이 온전히 나의 몫으로 넘어온 것이다. 아내가 아이를 봐줄 때 미리 시행착오를 겪은 덕분에, 아이와 둘이 있을 때도 그럭저럭 해낼 수 있었다.


아내의 복직으로 시즌 2가 시작되었다. 어린이집에 가기전까지 2주, 어린이집 적응기간 3주 이렇게 총 5주로 계획되었던 시즌 2는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무한정 길어졌고, 지금도 시즌 2가 끝났다고 봐도 될지 애매한 상황이다.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집 적응에 성공했지만, 지난 주말 어린이집 선생님 한 분이 자가격리를 시작했다고 하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이와 하루 종일 함께 하는 시즌 2가 길어진 덕분에 아이와 애착이 많이 형성되었다. 이 세상 모든 아빠가 딱 한 달만 아이와 둘이서 하루 종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경험을 하면 좋지 않을까? 아이와의 애착은 아이가 어릴 때가 아니면 얻기 어려운 값진 선물이다.

힘들기도 했지만 미리 각오를 단단히 해서인지 걱정했던 수준만큼은 아니었다. 육아와 가사 자체가 힘들다기보다는, 내 시간이 아이에게 100% 점유되어 있다보니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학창시절 시험기간에 꼭 안 하던 게임이 하고 싶은 것과 비슷하게, 평소에 잘 안 하던 공부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세상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나는 멈춰 있으니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밥을 차리고 설거지할 때마다 아이가 사정 봐주지 않고 놀아 달라고 보채서 식기세척기를 구입했는데, 천군 마마를 얻은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거나 맞벌이 하는 집이라면 무조건 구입을 추천하고 싶다.


아직까진 한 번도 월화수목금 어린이집 등원에 성공한 적이 없지만, 그 날이 온다면 시즌 3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어린이집 등원과 하원사이 6시간이 비는데, 집안일과 밥 챙겨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빠듯하게 4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시간은 운동과 책 읽기, 투자/전공/영어 공부로 살뜰히 채워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자기계발에 매몰되어 육아휴직의 첫 번째 목적인 가족을 잊어선 안 되겠다.


아이에게도 아내에게도 나에게도 모두에게 너무나 좋았던 육아휴직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