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8주차 달리기

부산에서의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남은 추석 연휴에도 나름대로 열심히 달렸다. 시간이 부족해서 혹은 너무 피곤해서 오랜만에 2~3km를 짧게 달리기도 했다. 화요일, 수요일에는 합쳐서 9시간 이상 운전했고 수면도 부족했는데 나름대로 애썼다.

일요일 밤의 10km 달리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10km 이상 달린 기록을 찾아보니 8월 31일의 16km 달리기였다. 3주만에 10km 이상을 뛰었고, 몇 달만에 10km를 1시간 이내에 뛰었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뛰기에 너무 좋았다.

10월 13일 서울 레이스까지 두 번의 주말이 남았다. 미리 하프 거리를 뛰어보긴 어려울 것 같고, 천천히 2시간은 달려보고 대회에 임해야할 것 같다. SC트레이너를 신고 뛸 생각이므로 어떻게서든 몸을 SC트레이너에 맞춰야 한다. 다행히 10km까지는 몸에 무리가 없음을 오늘 확인했다. 3주 동안 체중도 75.0kg에 맞춰야 한다.

나와 같은 러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의 결승점을 내 다리로 확실하게 완주해가는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참을 수 있는 한 참았다고 내 나름대로 납득하는 것에 있다. 거기에 있는 실패나 기쁨에서, 구체적인 교훈을 배워 나가는 것에 있다. 그와 같은 레이스를 하나씩 쌓아가서 최종적으로 자신 나름대로 충분히 납득하는 그 어딘가의 장소에 도달하는 것이다. 혹은 가령 조금이라도 그것들과 비슷한 장소에 근접하는 것이다.

일을 할 때 혹은 달리기를 할 때 힘에 부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린다. 노력의 양이 되었든 결과물의 품질이 되었든 내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따져본다. 그리고 조금 더 힘을 내 본다.

10월 13일 하프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에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납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년 36주차 달리기

주중에 SC트레이너 V3를 신고 열심히 달린 결과, 우측 고관절이 안좋아져서 토요일 밤을 건너뛰고 일요일 밤에 17km LSD에 도전했다.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저녁을 늦게 과하게 먹어서인지 트림이 계속 올라와 제대로 뛸 수가 없었다. 괴로움을 견디는 대신, 5km 이후로는 걷뛰를 반복하는 선택을 했다.

이날의 실패한 달리기는 겸손한 마음을 갖는 계기가 될 것 같다. 한동안 먹는 것에 대해서 컨트롤 하지 않았고, 달리기 전후 스트레칭, 마사지에도 소홀했다. 체중은 몇달째 76kg대에 머물고 있다.

일요일 밤의 온도는 달리기에 나쁘지 않았지만 습도는 90%였다. 조금 더 쾌적하게 달릴 수 있는 날씨를 기대해 본다.

2024년 35주차 달리기

목요일 아침에는 장애 대응하느라 시간이 부족해서 2km 밖에 달리지 못했다. 목요일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열심히 달렸다.

목요일, 금요일에는 SC트레이너 V3를 신고 달렸는데, 아무래도 카본 플레이트의 반발력이 몸에 부담을 주는 것 같다. 평소에 아무렇지 않았던 허벅지 뒤쪽 근육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황영조 감독님의 카본화, 미드풋에 대한 소신발언이 핫하다. 카본화에 대해서는 공감이 많이 가는데, 개인적으로는 김영복 코치님의 영상을 보고 미드풋을 배우려고 노력해왔고, 힐풋으로 달릴 때보다 확실히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서 현재의 주법에 만족하고 있다.

어떤 방법론을 교조적으로 따르기보다는,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C트레이너 V3를 신고 장거리를 달리기에는 아직 몸이 준비되지 않은 것 같아서, 토요일 밤의 LSD 16km는 수명이 다 되어가는 1080 V13을 신고 달렸다.

예전에는 10km 이상 달리는 날 아침부터 레이스가 고통스럽지 않을까, 완주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달리러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주 15km와 마찬가지로 무난하게 16km를 달릴 수 있었다. 더위가 한 풀 꺾인 호수공원에는 밤 9시 30분이 넘은 시간에도 사람들이 참 많아서 지그재그로 피하며 달려야했지만, 사람이 없는 거리를 쓸쓸히 뛰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혼자 뛰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 역시도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했다.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16km를 완주하는 순간이 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런 생각은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규칙적인 나의 발소리, 숨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벌레소리, 호수공원의 야경,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감촉, 발목과 무릎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통증,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이 주는 촉감, …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들었고, 어느새 호수공원 4회전을 마치고 아파트 단지로 돌아와 나머지 2km를 달리고 레이스를 마칠 수 있었다.

달리면서 인생을 배운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멋진 것은 오랜시간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켜켜이 쌓아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결과만 바라보면서 지금을 희생하는 식으로는 긴 여정을 견뎌낼 수 없다는 것을. 그 어떤 순간에도 지금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지점까지 멀리갈 수 있다. 도저히 지금을 즐길 수 없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