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빅터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들이 짜집기 되어 있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던,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그려진 예쁜 동화. 저자는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타인의 평판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빅터와 로라를 통해 이야기한다.

열등감이 컸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읽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의심하지 않고 노력했던 순간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반대로 한계를 미리 정해놓고 노력하지 않았던 시간들 때문에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기준조차도 남들이 정해준 것이었다.

지금은 나의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나만이 알 수 있는 길. 그 길을 쉼없이 걸으면서, 누군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

옵션 B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과 와튼스쿨 조직심리학 교수 애덤이 함께 쓴 책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힘을 의미하는 회복탄력성을 다루었다.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셰릴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털어놓으며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셰릴의 친구이자 학자인 애덤이 제시한 여러가지 사례와 연구결과는 셰릴이 던지는 희망에 메시지에 신뢰를 더한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 살면서 큰 역경을 겪지 않아서 이 책을 읽을 때 크게 공감하진 못했다. 그러나 평생 슬픔, 상실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작은 사건에도 크게 흔들리는 자신을 떠올리며, 이 책이 주는 교훈을 귀담아 들으려고 노력했다.

  • 역경이 자신의 잘못이고,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고,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 버리기
  • 축복 받은 일, 감사한 일, 감사한 사람 기억하기
  • 슬픔과 고통을 피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 일기에 하루 동안 잘한 일 세가지 적기
  • 행복해 지길 기다지말고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기
  • 성장형 사고방식 가지기
  • 공동체와 희망, 경험, 이야기를 공유하기
  • 비판에 열린태도를 가지고 실패에서 배우기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갸아 햔다. 언젠가 나에게도 견디기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이 책이 주는 위로와 응원이 큰 힘이 되었으면 한다.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최근 책장을 정리하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책 중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몇 권 찾았다. 올해는 과거에 좋았던 책을 몇 권 다시 읽고 그 시절과 다른 감상과 배움을 가져볼 생각이다.

이 책은 류비셰프가 남긴 일기, 서신, 시간통계 등의 자료를 참고하여 그의 사후 작성된 전기로 2008년에 처음 읽고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긴 바 있다.

류비셰프는 50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간통계 노트를 작성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활용했다. 비록 살아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지만 그는 70권의 학술 서적과 총 1만 2,500여장 에 달하는 연구논문, 방대한 분량의 학술 자료들을 남겼다. 그의 업적을 돌아보면 매우 건조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는 매일 8시간 이상을 자고 운동과 산책을 즐기고, 한 해 평균 60여 차례의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고 문학 작품을 즐겨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고 동료, 후배들과 애정 어린 편지를 주고 받았다.

류비셰프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그가 남긴 자료를 바탕으로 이 책을 쓴 저자(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엄청난 분량의 자료를 검토하며 이 책을 썼을 것이고, 류비셰프의 삶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책 말미 옮긴이(이상원)의 말에서 옮긴이가 류비셰프에게 배운 점이 내가 배운 점과 다르지 않아 여기에 남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을 읽고 옮기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늘 시간에 대해 생각하며 사는 것이 흔히 생각하듯이 각박한 일이기는 커녕 가장 여유로운 삶의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일할 때, 친구와 이야기할 때, 휴식할 때, 여행할 때 그 순간 순간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는, 그리하여 시간과 행복하게 공존하게끔 해주는 방법 말이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닌 그런 흐지부지한, 그러면서도 마음 불편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딥워크』를 읽고 영향을 받아 2017년 말부터 윈키아 플래너를 이용해 시간 계획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매번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도 시간계획 없이 지내던 과거보다는 흘러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류비셰프만큼 완벽히 시간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나만의 시간관리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겠다.

남아 있는 나날

영국 명문가의 집사로 평생을 살아온 스티븐스의 인생 회고록. 품위를 지닌 최고의 집사가 되기 위해 평생 노력했으나 그 과정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애써 외면했고, 명망 있는 주인을 완벽하게 모시는 것을 자신의 소명으로 여겼으나 그 또한 떳떳한 인생의 보람으로 삼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떤 계기로 갖게 된 가치관에 대한 교조적인 믿음이 인생 말년에 큰 후회로 남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되도록 자주 백지에서부터 고민하며 살아가야 한다.

데미안

지나친 윤문을 피하고 다소 건조하더라도 가급적 원문에 밀착하여 번역한 옮긴이의 노력과 작품 자체가 지닌 상징성 덕분에 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끝까지 다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을 이 책만큼 많이 한 적이 또 있을까? 살면서 한 번씩은 데미안을 떠올리며 자신에 이르는 길을 잘 걷고 있는지 돌아보게 될 것 같다.

꼬마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떠나게 될 거야. 너는 나를 어쩌면 다시 한 번 필요로 할 거야. 크로머에 맞서든 혹은 그 밖의 다른 일이든 뭐든, 그럴 때 네가 나를 부르면 이제 나는 그렇게 거칠게 말을 타고, 혹은 기차를 타고 달려오지 못해. 그럴 때 넌 네 자신 안으로 귀기울여야해. 그러면 알아차릴 거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듣겠니?

붕대를 감을 때는 아팠다. 그때부터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이 아팠다. 그러나 이따금 열쇠를 찾아내어 완전히 내 자신 속으로 내려가면, 거기 어두운 거울 속에서 운명의 영상들이 잠들어 있는 곳으로 내려가면, 거기서 나는 그 검은 거울 위로 몸을 숙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나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아 있었다. 그와, 내 친구이자 나의 인도자인 와.

내 삶의 데미안은 무엇이었을까? 나를 스쳐간 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 나와 함께하는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지금까지 읽어온 많은 책들이 나에게 데미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내 삶에 존재한 덕분에 이제는 그들이 없어도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인 나를 느낄 수 있다.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에 이르는 길을 걸어야 하고 나는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데미안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른 누군가에게 데미안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