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토지

광교푸른숲도서관에 처음갔을 때 처음 빌린 책. 4월 25일에 1권을 빌린 것을 시작으로, 9월 2일 마지막 17권 읽기를 끝냈다.

아주 오래전 소설책으로 시작했을 때는 인물 관계도를 연습장에 그려가며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1권조차 다 읽지 못했는데, 만화 토지는 매권마다 앞부분에 인물 설명과 줄거리가 있어서 오랜만에 읽어도 따라갈 수 있었다. 만화인데도 불구하고 집중력이 자꾸 달아나는 것을 경험했는데,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큰 줄기의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단편적인 모습들을 나열하는 방식이어서 그렇다는 것을 작품해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 등장한 수많은 인물들을 돌아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신분제도, 일제탄압, 전쟁 등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로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온전히 살아낸 사람들. 그들이 바랬던 꿈과 사랑이 아프게 다가온다.

분, 초로 나누어보면 흘러가버린 시간이 얼마인가. 천문학적 숫자다. 그 많은 숫자속에 순수한 자신의 시간이 거의 없었던 것을 서희는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자신의 의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태어난 것은 큰 축복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통해서 그리고 나의 노력으로 주변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가까이는 딸을 포함한 우리가족, 멀리는 회사 동료들까지.

피프티 피플

51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 어린시절 즐겨보던 MBC 테마극장처럼 주인공들은 각자의 이야기 속에서 만난다.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고, 서로 다른 일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살아가지만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느끼지 못할 뿐.

작가가 남긴 마지막 문장.

한사람이라도 당신을 닮았기를, 당신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옆자리의 퍼즐처럼 가까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닮음에 기뻐하되 다름에 실망하지 않는 내가 되기를, 다름을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좋았던 부분을 아래 남긴다.

“나중에 하나도 기억 못하겠지? 니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의진은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한사람 한사람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랑의 기간들이 얼마나 길까. 갑자기 그런 생각을 했더니 눈물이 조금 고였다.

“어떤 사람이었어요?”
“좋은 사람, 늘 제정신인 사람.”
“그건 너무 단순한 설명인데요.”
“그런데 잘 없어요. 사회생활을 오래 하다보면 사람에 대한 기준을 각자 세우게 되잖아요? 제 기준은 단순해요.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정신줄을 잘 붙잡느냐 확 놓아버리느냐. 상대방을 고려않고 감정을 폭주시키는 걸 너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선하면서도 스스로를 다잡는 사람, 드물고 귀해요.”

“나이 들어 물렁해진 건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지요. 당사자니까, 끄트머리에 서 있으니까. 그래도 오만해지지 맙시다. 아무리 젊어도 그다음 세대는 옵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후회 없이.”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

MS에서 윈도우, 익스플로러 개발에 참여한 일본인 프로그래머가 쓴 책. 뻔한 자기계발서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배울점이 많은 책이었다. 저자와 같은 업종 종사자라서 더 그런지 몰라도…

이 책의 방법론을 요약하면 어떤 일을 직접 해보기 전엔 일의 어려움이나 진면목을 알 수 없으므로 초반에 극도로 몰두하는 것이다.

나는 원래 라스트 스퍼트 지향은 아니지만, 일의 가지수가 많을 때 손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에 먼저 손을 대는 경우가 많다. 결코 그 선택이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려운 일은 뒤로 밀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점점 불안해진다.

주말에도 비슷한 실수를 많이 한다. 이것저것 공부해야지 마음속으로 생각만하다가 막상 일요일 오후에 부딛혀보니 생각보다 어렵거나 양이 많아서 난감했던 적이 많다.

앞으로는 어려운 일일수록 먼저 강한 집중력으로 부딛혀 보려고 한다.

육아를 병행하게 되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큰 숙제가 되었다. 하루 아침에 현재 상황에 꼭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그 여정에 이 책은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이파이브

사내 리더십 교육 강사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이 책을 읽기 위해 처음으로 수원시 도서관의 상호대차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다.

줄거리는 심플하다.

잘나가던 회사원 엘런은 어느날 갑자기 팀의 성과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해직을 당하게 된다.

“생각해보시오, 앨런. 당신은 혼자서는 그 누구보다도 일을 잘합니다. 하지만 다른 팀원은 그다지 일을 잘하지 못해요. 앨런, 당신은 퍽을 혼자서만 차지하는 사람입니다.” (p20)

백수가 된 에런은 초등학생 아들의 하키팀 경기를 구경하러 갔다가 얼떨결에 코치가 된다. 자신의 어린시절 스승 웨더바이 선생님에게 도움을 받아 만년 꼴지 리버밴드 팀에 팀워크를 불어넣고 준우승을 이끌어낸다. 이후 팀워크를 전파하는 강사가 되어 재기에 성공한다.

뻔한 전개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이 책에 담긴 팀워크에 대한 지침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좋아. P는 제공한다(Providing)란 의미로 분명한 목적과 공유된 가치와 목표를 제공한다는 것을 말하네. U는 권장한다(Unleasing)로 기술을 향상시키고 권장한다는 것이지. C는 창조한다(Creating)로 팀 능력을 창조한다는 의미이지. 즉 우리 모두를 합친 것보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야. K는 유지한다(Keeping)로서 긍정적인 면과 내가 만들어낸 3R 방식, 즉 빈번한 포상과 인정으로 앞의 세 가지를 유지, 강화시켜 주는 것이지.” (p153)

파트 리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PUCK 중 P, U, C에 대 해서는 처음부터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지만 충분하지 않았고, K는 정말 부족했다. 리더와 구성원은 동등하다는 생각 때문에 구성원들을 칭찬하고 인정하는 것이 주제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자율성 기반의 문화를 지향하다보니 누군가의 인정보다는 스스로에게 인정 받을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나 역시도 칭찬과 인정을 갈구하는 존재임을 부정할 수 없다. 상사가 아니라 동료로서 팀워크에 도움이 되는 노력들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안테나를 세우고, 진심어린 찬사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아빠육아의 민낯

광교푸른숲 도서관을 둘러보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 (이 책을 읽는 사이 딸이 태어났다.)

민낯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겠다 싶을만큼 육아휴직을 쓰기까지의 개인적인 사정과 육아를 경험하며 스스로 느끼는 부족함까지 꾸밈없이 담았다. 그래서 저자에게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부족한 단면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는 자신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육아 휴직을 하게 된 계기에 공감했다.

경력 단절보다 가정과의 단절에 대한 걱정이 더 컸기 때문에 육아휴직에 관해 일단 문의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p75)

살이 있는 동안은 아이와 마음의 이별을 하지 않고 가까이 지내면 좋겠습니다. (p244)

저자의 직업이 개발자여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어떠한 일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가까운 미래의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무호칭의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는 저자의 바램은 이제 나의 바램이 되었다. 딸에게 언제까지나 다정한 아빠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