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아침 풍경

요즘 아이는 아내와 같이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잔다. 아내가 출근을 준비하러 이불을 떠나면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혼자라고 느끼는 일이 없도록.

아이 옆에 누워서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그 순간의 평온함이 나는 좋다. 매일 아침 누리는 이 호사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지만, 이제 복직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아이는 평일 아침에 아빠를 볼 수 없다. 퇴근 후 아이를 더 빨리 만나기 위해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슬프지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그래도 육아휴직 덕분에 1년 동안은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청약통장 해지

2007년에 만든 청약통장을 써서 당첨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를 곧 분양받을 예정이어서, 당첨 직후 두 번째로 만들었던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원금은 960만원이었는데, 이자 포함해서 1,026만원을 돌려 받았다. 누적 수익률은 겨우 6.8%.

1주택자에게도 청약통장이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부동산보다 주식이 훨씬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생각하기에 과감히 정리했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미래에셋대우 CMA로 옮겨 두었다. 미국 대선이 마무리 될 때까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꽤 클텐데, 낙폭이 과할 때마다 조금씩 주식을 사는데 쓸 생각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계정 삭제

득보다 실이 많다고 생각해서 과감하게 계정을 삭제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둘 다 데이터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해 주어서, 구글 드라이브에 백업해놨다. 열어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디지털 미니멀리즘>을 읽고 나서 세웠던 SNS 활용 규칙은 며칠 지키지 못한 채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제는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했다.

타인의 관심과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운, 홀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면의 목소리에 더 자주 귀를 기울일 수 있기를 바란다.

육아휴직 시즌 3

6월 첫째 주에 월화수목금 등원에 성공하면서 육아휴직 시즌 3로 접어들었지만, 그 뒤로도 여러가지 원인으로 어린이집을 꾸준히 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코로나의 영향이 상당이 컸다. 아이 엄마의 회사 동료가 문제가 되거나, 어린이집 선생님이 문제가 되거나, 전국적으로 상황이 심각해지거나 …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떡을 먹다가 잘 안 씹고 삼켜서 선생님한테 주의를 받은 일이 있었고, 그 후로 어린이집에서 밥을 안 먹기 시작했다.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놀지도 않고 구석에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고 들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며 우는 아이를 더이상 그대로 볼 수 없어서 한동안 집에서 돌보면서 대안을 생각했다.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면 괜찮을까, 놀이학교를 보내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아이가 처음으로 마주한 세상과 이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다행히도 여름휴가를 포함한 긴 방학 끝에 다시 어린이집에 갔을 때 아이는 조금씩 다시 적응해 가기 시작했고, 가을이 된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온다.

어린이집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장기간 가정돌봄을 해야하는 시간이 올 때마다 올해 육아휴직 중이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문제는 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 나의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시간이 불규칙하여 계획을 세워 규칙적으로 무언가 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자유인으로서 순도 100%의 자유의지로 목표를 향해 달려갈만한 루틴과 의지력이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가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아마도 꾸준히 자유시간이 주어질 것 같다. 복직까지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성취하는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다.

‘평생을 책임감이나 타인의 기대를 원동력으로 삼아 살아왔구나’하는 것이 1년 동안 회사를 쉬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안녕 낸니

아이는 말문이 트일 무렵 신기하게도 스스로를 ‘낸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원래 이름은 ‘서은’인데 ‘ㅅ’을 발음하기 어려워서 스스로 만든 이름인지 어디서 온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낸니’라는 별명이 귀엽기도 하고 입에 착 붙어서 가족들도 진짜 이름 대신 ‘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엔 자신을 ‘낸니’가 아닌 ‘서은’으로 불러달라고 한다.

아이의 엄마도 나도 아이를 ‘낸니’라고 부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은 서글픈 기분을 느끼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늘 인식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특히 아이와 함께한 순간들은 더욱 더 소중히 가슴속에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