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밤

재밌게 읽었다. 약간의 의무감을 가지고 책을 펼쳐보는 편인데 이 책은 달랐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범죄자라도 단편적인 사실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 되겠다는 것, 비록 소설이지만 사람이 살아온 환경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 마지막으로 부모의 사랑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는 것. 작품의 분위기는 많이 다르지만 최현수를 바라보면서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도를 떠올렸다.

소설 속에 소설을 담은 구성,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인물의 시점으로 연달아 서술한 방식은 흥미로웠다.

책 앞 부분에 세령마을 지도가 있다는 걸 뒤 늦게 알게 된 점은 많이 아쉬웠다. 읽으면서 상상해 내기엔 집중력과 상상력이 부족했으므로.

최현수의 상황에 내가 놓였더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자녀를 가져보기 전에는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아닐까?

다녀왔습니다

내소사 템플스테이에 갔을 때 읽은 책으로 오대산 월정사 출가학교를 거쳐간 도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출가학교에 들어가지만, 일상에서 찾지 못한 인생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공통의 목적일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23일간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24시간 중 2시간을 제외하곤 철저히 통제된 생활속에 묵언하며 삼보일배, 삼천배 등으로 육신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도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저마다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에 휩쓸려 자신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이 책을 통한 출가학교 간접체험을 떠올린다면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청춘의 문장들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으로 은나래 책임님께서 빌려 주셔서 읽게 된 책이다. 한 편의 시와 연결된 청춘의 기억을 덤덤히 고백하는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지금의 나보다 어릴 때 이 책을 썼는데, 나는 이런 책을 쓸 만큼의 컨텐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단조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생각의 깊이가 얕기 때문일까?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평범한 의대생이었던 아르네스토 게바라를 혁명가 체 게바라로 만든 남미 대륙 여행을 담은 영화. 강 건너 위치한 나환자촌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과 자신의 생일 날 밤 목숨을 걸고 수영으로 강을 건너 나병 환자들에게 다가갔던 모습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그것은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다.

이건 영웅담이 아닌, 단지 일치된 꿈과 열망으로 가득차 있던 두 사람의 이야기다. 꿈이 너무 편협했던가? 그래서 경솔하게 끝난 것일까? 우리들의 결정이 너무 경직된 것이었나? 그럴지도. 이번 여행은 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난, 더 이상 내가 아니다. 적어도 이전의 내 모습은 아니다.

8년이 지나 그들은 다시 만났다. 1960년에 그라나다는 연구원 자격으로 초대받아 쿠바로 간다. 이 초대는 그의 오랜 친구인 푸세로부터 받았으며, 푸세는 쿠바 혁명의 몇 안 되는 영향력을 가진 ‘사령관 체 게바라’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는 콩고와 볼리비아에서 자신의 이상을 위해 싸웠으며, 그곳에서 CIA의 승인 하에 정부군에 의해 체포되어 1967년 10월에 총살되었다. 알베르토 그라나도는 항상 친구 푸세를 신뢰했으며, 그가 설립한 “산티아고 약물학교”에 머물렀다. 지금은 아내인 델리아, 세 명의 아들들 그리고 손자들과 아바나에 살고 있다.

그리스인 조르바

시골의사 박경철이 회사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면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실제로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올해 초여름 아내와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즉흥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오기로 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빌려 읽게 되었다. 3분의 1쯤 읽고 반납기한이 다 되어 읽기를 중단했다가, 약 한 달 후에 구입해서 나머지를 읽게 되었다.

그렇게 한 번을 다 읽기가 힘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책에 집착하고 이상을 쫒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었고, 그런 주인공을 한심히 여기는 조르바가 꼭 나에게 호통치는 것 같았다.

두 다리를 단단히 땅에 뿌리 내리고 자연과 사람들과 온전히 호흡하는 조르바의 삶이 당당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상상 속에서 스스로 그린 자신의 이미지는 그저 허상일 뿐,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는지, 내 눈 앞에 어떤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달빛을 받고 있는 조르바를 보고 있으려니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어쩌면 저렇게 쾌활하고도 단순하게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는지! 그의 몸과 영혼은 얼마나 조화로운 하나를 이루고 있는지! 또 여자와 빵과 물과 고기와 잠 등 모든 것은 그의 몸과 너무도 행복하게 결합하여 저 조르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우주와 인간이 그처럼 다정하게 맺어진 예를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p194)

나는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p222)

어린아이처럼 그는 모든 사물과 생소하게 만난다. 그는 영원히 놀라고, 왜, 어째서 하고 캐묻는다. 만사가 그에게는 기적으로 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그는 놀란다. (p223)

나는 조르바라는 사내가 부러웠다. 그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들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p327)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자, 갑시다! (p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