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비슷한 시기에 리디북스 페이퍼를 구입한 회사 동료들과 함께 읽은 첫 번째 책이다. 흥미를 가지고 읽기 시작하였으나 워낙 내용이 방대해서 끝까지 읽기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사피엔스의 미래에 대해 저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힙겹게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저자의 마지막 질문이 자꾸 떠올랐고, 여기에 쉽게 답할 수 없다는 사실에 기분이 개운치 않았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끝없이 진화해온 현생 인류 즉 사피엔스가 고민해야 할 주제이지만 개인의 삶에 대입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먼 과거의 인류는 여느 동물과 다르지 않게 여러 종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호모 사피엔스만이 지금까지 살아 남아 현생 인류가 되었다. 왜 네안데르탈인이 아니고 사피엔스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사피엔스의 강력한 무기로 ‘언어’를 꼽았다.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도구로서의 ‘언어’를 말이다. 사피엔스는 ‘언어’를 통해 신화, 종교 등을 이야기함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었고, 이는 사피엔스가 경쟁력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야기를 지어내어 협력을 이끌어내는 사피엔스만의 능력은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규모나 목적에는 차이가 있겠으나 사람들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야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고자 하는 리더는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떤 신화를 창조하고 어떻게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

농업혁명의 핵심은 이것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을 더욱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 있게 만드는 능력.

수렵채집 시절의 인류는 농업 혁명 이후보다 더 행복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루에 3~4시간만 일하면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낼 수 있었고, 다양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더 건강했다. 인류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을 계속해 나갔지만 결과는 아이러니 하게도 인류를 불행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여기서 배운 교훈을 개인의 삶에도 대입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시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선택들이 모여 거시적으론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농업혁명 이후 산업혁명 그리고 과학혁명의 결과로 만들어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자살로 인한 사망자의 수 보다 적을 정도로 평화로운 시기에 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표면적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지금의 평화로운 시기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볼 수 있고, 인류가 아닌 다른 종은 상당 수가 사피엔스로 인해 멸종되었고 가축화된 소, 돼지, 닭은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 또 한 번의 선택을 하기 전에 이것이 사피엔스가 원하는 것인지 충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과학혁명의 파급효과가 산업혁명보다 훨씬 강력했던 것 처럼, 그 다음의 변화, 즉 사피엔스의 다음 선택은 인류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세상으로 옮겨 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대인의 빅픽처

bigpicture

리디북스 구입 후 처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사피엔스’ 였는데, 늦게 읽기 시작한 ‘선대인의 빅픽처’를 먼저 다 읽게 되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투자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이 책은 솔직히 ‘사피엔스’ 보다는 좀 더 쉽고 흥미로웠다.

2015년 2학기 ‘증권시장과 금융상품’이라는 과목을 공부하면서 주식투자의 방법론에 대해서 배웠는데, 그 중 하나가 top-down 방식이었다. 요약하면, 경기변동, 이자율, 물가, 환율 등의 거시경제 동향을 분석하여 지금이 주식투자에 참여해도 괜찮은 시점인지 판단한 다음, 어떤 업종, 산업이 투자하기에 유망한지 분석한다. 특정 산업까지 범위를 좁힌 다음 재무제표 분석 등을 통해 투자할 회사를 선택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도 지난 학기에 배운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이자율이 너무 낮아 예금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하기 힘든 상황에서 개인들은 투자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데, 거시 경제의 흐름에 대한 이해없이 투자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다.

평소에 거시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투자자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그리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막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전에 자신의 이론이 맞는지 증명하기 위해 투자 실험을 했고 그 결과가 5장에 담겨있다. 저자는 가치 투자가 옳은 방향이나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는 개인이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성장형 우량주’에 투자하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요약하면 가치투자와 모멘텀 투자를 결함한 것인데, 상당히 괜찮은 가치를 지닌 ‘성장형 우량주’가 상승 탄력을 받기 시작할 때 투자하면 일반인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을 뽑고 수익률 상위 30개 종목을 뽑아서 다음해의 수익률을 보았더니 12.2%
  • 30개의 종목 중 최근 3개월~6개월 사이 상승 모멘텀이 살아 있는 14종목만 선택했을 때 다음해 수익률은 47.1%

이 책에서 제안한 투자 방법이 타당하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을 여러 나라가 함께 불어대는 현재 시점에서 주식투자는 참으로 위험 천만한 모험이라고 생각하기에 실제로 적용해 보는 것은 미뤄두기로 했다. 투자에 대해서 공부할수록 투자를 더 망설이게 된다. 아직 한참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에.

2015년을 돌아보며

2015년을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기회가 주어졌고 운도 많이 따른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괜찮았던 한해였다고 생각한다.

1월 12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신입사원 과정에서 지도선배로 활동했다. 제법 긴 시간 강의를 해야했기에 이를 준비하기 위한 별도의 교육 과정도 수료했는데, 내가 강의하는 모습을 녹화하여 다시 보는 순간은 정말 곤욕스러웠다. 1주일의 짧은 시간동안 신입사원 친구들과 정이 많이 들었고, 지금은 거의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 때 생각이 많이 난다. 5~6월에 다시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겠다고 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늦은 밤 잘 모르는 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토론하던 모습에 감동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들을 생각하며 회사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하고 있다. 내가 더 얻은 것이 많은 셈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즐겁게, 씩씩하게 회사생활하길 바란다.

평생 속을 썩이는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까 연초에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Grammar in Use Intermediate를 완전히 내 것이 될때까지 세번 반복하여 공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번 공부하는 정도에 그쳤다. 목표를 달성하진 못하였지만 포기하지않고 한번이라도 다 마쳤다는 것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단순히 문법을 공부했다는 느낌보다는 영어를 제대로 쓰는 법을 배웠다는 느낌이 컸고, 굉장히 실용적인 공부였다고 생각한다. 2016년에 세번째 공부까지 마치면 영어가 꽤 편해질 것 같다.

업무적으로는 자사 스마트 가전 플랫폼을 외부 업체 플랫폼과 연동하는 서버 개발업무를 진행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 첫 번째는 상용 수준의 서버를 처음 개발해봤다는 것, 두 번째는 협업을 위해 영어를 사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성장을 위해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미국에서 학위를 딴 동료들이 있어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그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다보니 기회를 많이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서버 개발 업무는 예상했던대로 매력적이었고 재미있었다. 개발 도메인을 넓힐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9월 초에는 아내와 함께 6박 7일 일정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연애시절부터 함께 여행을 참 많이 다녔는데 언제나 빡빡하게 짜여진 나의 계획을 따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었다. 그러나 이번 제주도 여행은 여유를 테마로 잡고 렌트카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차로 이동했다면 느낄 수 없었던 순간들을 만끽하며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겼다. 숙소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기도 하고, 바다 소리 들으며 낮잠을 자기도 하면서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즐겼다. ‘제주도에서 살면 어떨까?’ 올레길을 걸으면서 생각해봤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궃은 날씨, 섬이 주는 고립감이 나를 우울하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의 여행지로 제주도는 너무나 멋진 곳이다. 1년에 한 번쯤은 아무런 계획없이 제주도에 들르고 싶다. 그래야 할 것만 같다.

8월에는 사내 코드잼이 예선에 참여하여 주말에 집에서 4개의 문제를 풀었는데, 난 참 머리가 나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종일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엄청난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문제는 결국 large set을 풀지 못했다. 월요일 출근해서 문제를 풀기 시작한 동료가 반나절만에 large set까지 풀어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 본선 진출 기준이 그리 높지 않은 덕분에 오프라인 본선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본선을 앞두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제와서 노력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는 패배감에 굴복했다. 부담감에 본선을 망치는 꿈까지 꾸면서도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본선 당일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머리가 멍해서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주어진 5시간만은 최선을 다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나의 장점을 잘 활용하자고 생각했다. 알고리즘 문제를 잘 풀진 못하지만, 운이 좋아 평범한 풀이 방법이라도 생각해냈다면 빠르고 정확하게 프로그래밍 하는 것. 예선보다 본선문제가 쉬워서 전략은 제대로 먹혔고 턱걸이 점수로 코딩 전문가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덕분에 고사양 노트북을 상품으로 받았고, 실리콘벨리 탐방을 다녀왔다. 실리콘벨리 회사들을 방문하여 많은 것을 보고 느꼈는데 별도의 글에서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하반기에는 방통대 경제학과 2학년으로 편입하여 2007년 대학원 졸업 후 정말 오랜만에 공부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상반기부터 불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하여 공부를 시작한 아내의 영향이 컸다. 학과 선택에 있어 고민이 있었는데,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는 정보통계학과가 맞다고 생각했지만, 순수한 지적 호기심을 따라서 경제학과를 최종 선택하게 되었다. 학기 중간에 예정에 없던 실리콘벨리 탐방을 다녀오면서 강의가 밀려 시험기간에 상당히 고생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한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경제학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방통대 강의, 교재를 공부하는 요령이 없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다음 학기에는 좀 더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게 힘들다보니 가끔은 마음껏 공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스스로 시작한 공부는 마라톤과 비슷하다. 달리고 있을때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가도 완주하고나면 다음 마라톤을 기다리게 된다. 지금 나는 다음 학기를 기다리고 있다.

2015년에는 유난히 퇴사한 동료가 많았다. 회사 분위기가 안좋았고, 한편으론 개발자에게 좋은 기회가 많았다. 개인적으로야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겠지만, 함께했던 시간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이 남아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노력으로 일군 것 보다는 주어진 것이 많았던 한 해였다. 살면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운의 총량은 동일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2016년은 운을 기대하기 보다는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한다. 2016년을 돌아볼 때는 스스로 일군 것들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평어체로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

블로그에 글을 쓸때 경어체와 평어체 중 무엇이 적합한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지금까지는 누군가에게 공손하게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느낌으로 경어체를 사용했는데, 2016년부터는 평어체를 쓰기로 했다. 평어체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누군가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혼자서 생각을 정리할 때 경어체를 사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내 안의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기기 위해서는 평어체가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에게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고민하고, 글을 다듬어야 하고, 가끔은 내 생각을 순화하거나 감추어야 할 때도 있는데, 이러한 어려움이 글쓰기를 주저하게 만든 적이 꽤 많았다. 설익은 생각이라도 부족한 글솜씨라도 오래 앉아서 많이 생각하고 꾸준히 글을 쓰며 깊이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개인주의자 선언

전체주의로 물든 사회에서 개인주의자임을 당당히 밝힌 문유석 판사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한국사회에서 조금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개인주의자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저에게 이 책은, 손석희 앵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많은 공감과 위로를 주었습니다. 저도 개인주의자 문유석 판사의 커밍아웃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고백하자면,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단체 회식, 주말을 끼고 진행되는 단체 행사를 저는 정말 싫어합니다.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개인 시간은 오로지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야심도 없고 남들에게 별 관심이 없고, 주변에서 큰 기대를 받는 건 부담스럽고, 싫은 일을 하고 싶지 않고 호감 가지 않는 사람들과 엮이고 싶지 않다. 내 일을 간섭 없이 내 방식으로 창의적으로 해내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내가 매력을 느끼는 소수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고, 심지어 가끔은 가족으로부터도 자유로운 나만의 시간을 갖길 원한다.

개인주의자임을 고백하고, 한국사회의 전체주의적 문화를 비판하면서 시작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이 책은 다양한 영역에서 문유석 판사의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판사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생각 뿐만 아니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생각들도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에피소드 중 인천지법 조정전담부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자는 조정전담부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실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능력은 다양하고, 그 능력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능력의 차이가 학벌의 차이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조정위원단을 구축할 때 영화 ‘머니볼’의 이론을 따라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조정위원회의 200명 가까운 조정위원들의 수년간의 사건 처리 통계를 모두 가져와 살펴보았고, 직업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성과가 좋은 위원들을 추려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사건을 맡겼던 법관들의 평가를 청취하여 성공률은 높더라도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거나 무리수를 두는 타입의 위원들은 배제하였습니다. 그렇게 추려진 후보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어보며 신뢰감, 적극성 우뮤를 평가하고 마지막으로 수습기간을 두어 성과가 낮은 위원은 배제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구성한 조정위원단의 구성원은 법무사, 퇴직한 교장선생님, 은퇴한 사업가, 변호사, 퇴직 법원 공무원 등으로 다양했다고 합니다.

2년째 인천지법의 조정전담부의 전체 조정 성공률은 54퍼센트로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조정위원을 선발할 때, 학벌이나 과거의 지위같은 조정업무능력과 연관이 없는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실무에 필요한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했기에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을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연차가 쌓여갈수록 함께 일하는 사람의 수가 증가할수록 하드스킬(공학 측면)보다 소프트스킬(인문학 측면)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됩니다. 문유석 판사가 진단한 훌륭한 조정위원들의 공통점은 소프트스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뛰어난 조정위원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신뢰감이다. 어느 한쪽을 편들지 않고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해준다는 신뢰를 양쪽에 심어준다는 점이다.

인상이나 말투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 뛰어난 위원들 모두가 예외 없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다. 먼저, 분쟁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다. 당사자들이 겉으로 소리 높여 주장하는 것과 속으로 가장 아쉬워하고 있는 것은 다를 때가 많다.

결국 심리학이다. 사람의 마음을 잘 파악하는 능력인 것이다.

원동력은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다. 뛰어난 조정위원들은 공통적으로 법원을 찾는 당사자들의 고통을 자기 손으로 직접 해결해준다는 것에 자부심과 만족감이 컸다.

저자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이런 책을 쓸 수 있을정도의 폭 넓은 경험과 깊이 있는 성찰 그리고 글솜씨를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대로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좀 더 깊이 있고 풍부한 삶을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소통하면서 배우는 기회를 많이 가져야겠습니다. 언젠가는 책으로 엮을 수 있을정도의 큰 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