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보낸 여름휴가 (feat. CKA)

작년 여름휴가MongoDB Developer Certification에 바쳤다면, 올해 여름휴가는 Certified Kubernetes Administrator에 바쳤다.

아침 일찍 우리집이 보이는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쿠버네티스 공부를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는 도서관 3층에서 바로 이어지는 호수공원을 산책하면서 음악을 듣고,

휴게실에서 눈 구경하며 샌드위치도 먹었다.

3일차부터는 열람실에만 앉아 있는 게 지겨워서, 1시간 정도는 도서관 3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이어 나갔다.

집에서 공부할 땐 쉬는 시간에 넷플릭스에서 <호날두>, <네이마르: 퍼펙트 카오스>를 15분씩 끊어 봤다.

어린이집 하원시간부터는 개인 시간을 정리하고 가정으로 돌아갔다.

잘하면 즐겁고 못하면 괴롭다.

일 할 때 즐겁고 싶어서, 놀고 싶고 쉬고 싶은 마음을 접고 CKA를 준비했고, 끝내 원하는 바를 얻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기출문제가 거의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시험 합격만을 위해서 요령껏 공부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완전히 내것이 되도록 Notion에 정성스럽게 정리하면서 공부를 했고, 실제 시험보다 어려운 Killer Shell도 절반 이상 풀었다.

1주일 이상의 휴가를 써야만 단기간에 어떤 주제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게 현재 나에게 주어진 환경이다.

아이가 공부할 나이가 되면 같이 공부할 생각이다. 아들과 같은 훈련을 소화했던 손흥민의 아버지처럼.

그때가 나의 전성기다.

에스토릴 블루

어린이집 등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색이 너무 고와서 한 컷 남겼다.

BMW의 대표색은 블루인데, 수 많은 블루 중에서도 최고는 에스토릴 블루라고 생각한다.

궂은 날씨엔 남색에 가까워지고, 화창한 날씨엔 하늘색에 가까워지는 아주 매력적인 색이다.

에스토릴은 포르투칼 서부에 있는 휴양도시로 에스토릴 서킷이 위치하고 있다.

BMW는 서킷이 위치한 도시의 이름 가져와 블루 색상의 이름을 짓는다.

에스토릴 블루를 타고 여름 해변을 달려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겨울 도서관이다.

출장세차 구독 (feat. 갓차)

갓차라는 업체를 통해 월 외부 2회, 내부 1회 출장세차 서비스를 받게 되었다. 가격은 월 5.5만원.

세차를 1년에 한두 번 할 지언정 자동세차기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아서 5년이 지났지만 광빨이 살아있다.

맞벌이로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세차를 다녀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미루고 미루다보면 반년이 훌쩍 지난다.

세차는 새벽 1시~2시 쯤 이루어진 것 같다. 세차 퀄리티는 꽤 마음에 들었다. 대충하는 디테일링 업체보다 나은 것 같다.

깨끗해진 차와 함께 한 출근길은 기분이 참 좋았다.

이렇게 돈으로 신경써야 할 일을 하나 줄였다. 더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자.

대장 내시경

어렸을 때 기대했던 것 두 가지,

  • 통일이 되어서 군대 안가기
  • 나노 로봇이 몸속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기

군대는 전문연구요원으로 대신했는데, 내시경은 다른 방법이 없어 작년에 위 내시경에 도전했고, 올해는 대장 내시경에 도전했다.

위는 깨끗했지만, 대장에 3mm, 7mm 크기의 용종이 발견되어 대장용종절제술이 가능한 병원을 따로 찾아가야 했다.

장을 비우는 작업을 다시 하는 게 싫어서 당일 시술이 가능한 병원의 위치를 확인하고 전화를 돌렸다.

예약이 꽉 찬 병원이 많았는데, 다행히 아주대 삼거리에 위치한 장편한외과의원에서 오후 2시 예약을 잡고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간호사 분들, 의사 선생님 모두 밝고 친절하셔서 기분 좋게 걱정거리를 해결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하루에 수면 내시경 두 번 받고, 24시간 넘게 아무것도 못 먹어서 힘이 들었지만, 할 일을 해낸 것 같아서 뿌듯했다.

해보고 나니 별 거 아닌데, 하기 전엔 피하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는 집의 가장으로서 가지는 책임감이 나를 움직였다.

리트코드 200문제 달성

올해 2월에 시작해서 11월에 200문제를 달성했다.

200문제 쯤 풀면 자신감이 생길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다. 프리미엄 구독해서 솔루션에 있는 코드도 이해하려고 애썼는데, 이제 겨우 기초를 다진 수준 인 것 같다.

솔루션을 봐도 이해가 안되고 집중력이 흩어지고 졸음이 쏟아질 때면 자괴감이 몰려온다. 내 머리로는 안되는건가 절망스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적 용기를 가지고 될 때까지 해보려고 한다.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 문제를 소화하는 데 필요한 여러 요소 중 나에게 없는 것이 많기 때문이고, 부족한 것들을 하나씩 채워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수준에 이를 것으로 믿는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너무 하찮아서 지금은 절망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