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

지금까지 살면서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처음에는 그들이 나보다 나은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재능은 그저 평범한 수준 혹은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했으니까.

선천적 재능으로 신화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경쟁에서 면제받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게 된다.

시간을 두고 그들을 관찰했을 때,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되었다. 현재 나보다 뛰어난 그들이 지금 나보다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아주 오랜 시간 전부터 내가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에도 그들은 나보다 더 어려운 수준의 공부를 소화하면서 노력했었다는 것을.

내가 말하는 열정은 단순히 관심 있는 일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동일한 최상위 목표에 변함없이 성실하고 꾸준하게 관심을 둔다는 의미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환경적인 영향도 없진 않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깊이 고민한 것은 하나의 최상위 목표에 대한 것이다. 평생을 바쳐 이루고자 하는 하나의 최상위 목표가 없다면, 서로 방향이 다른 하위 목표들은 단발성에 그치기 쉽다.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나에게 최상위 목표가 무엇일까 스스로 화두를 던졌지만 아직 답을 구하지 못했다. 살아오면서 반드시 이루어하는 절실한 목표를 세웠을 때, 끈기와 열정을 가지고 노력했고 포기하지 않았으니, 그릿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상위 목표가 없다보니 단기 목표가 있을 때는 열심히 살다가, 목표를 잃었을 때는 생동감을 잃고 살아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내가 면담한 그릿의 전형 대부분이 여러 관심사를 탐색하며 수년을 보냈고, 처음에는 평생의 운명이 될 줄 몰랐던 일이 결국 깨어 있는 매 순간과 종종 잠들었을 때까지 차지하는 일이 됐다고했다.

평생 열정을 지속할 수 있는 최상위 목표를 찾는 일 역시 노력을 요구한다. 안정을 추구하고 호기심이 적은 나에게 더욱이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의식적으로라도 스스로를 가둔 틀을 깨려는 노력을 해보려고 한다. 시야를 넓히고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최상위 목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2월 회고

올해는 종종 회고라는 것을 해보려고 한다.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 오늘을 살기 위해서…

2017년 2월은 오롯이 회사에 바쳤고 솔직히 힘들었다. 2016년 12월부터 PL(파트리더) 역할을 담당하면서 부담을 많이 느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고민했다. 소프트웨어 조직의 리더 혹은 관리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오래전부터 고민했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감안해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서버 개발이었지만, 작년에 하던 앱 개발 프로젝트의 연장선 상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동기부여를 끌어내기 어려운 여러 프로젝트의 개발을 맡아 홀로 진행하다보니 PL이 된 이후 개발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어떤 날은 2~3개 프로젝트 개발을 진행하면서 Android-Java, AWS-Python을 오갔다. 시간은 늘 부족하게 느껴졌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어려웠다. 이런 내 모습을 지켜보는 구성원들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누구나 PL을 맡아도 즣을만큼 성숙한 mindset과 attitude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며 어려운 시기를 잘 해쳐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프로젝트가 정리되는 3월 말, 4월 초부터는 구성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성장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오후 공원 벤치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상상을 종종 한다. 3월에는 여유가 허락되면 좋겠다. 아무튼 따뜻한 봄이 다가온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1년만에 방통대 복학

2015년 2학기에 방통대 경제학과 2학년으로 편입하여 고작 한 학기를 공부하고, 2016년 1년을 쉬었다. 한 학기만 쉴 수도 있었지만, 2학기 강의를 두 번 연속으로 수강하기에는 커리큘럼이 꼬여서 어쩔 수 없이 1년을 휴학했다.

회사 일도 바쁘고 전공 관련해 공부할 것도 많아서 경제학을 계속 공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지만, ‘취미가 공부다’라고 생각하니 의외로 답은 쉽게 나왔다.

커리큘럼상 순서는 미시경제론 다음이 거시경제론인데, 2학기부터 시작하다보니 거시경제론을 먼저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거시경제론이 재미있어서 미시경제론은 어떤 것일까 굉장히 궁금했는데 이제서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졸업이 목표가 아니라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흥미로워 보이는 3과목만 선택했다.

피곤한 가운데 수강신청을 마치고나니 의욕이 샘솟는다. 스스로 원해서 하는 공부가 삶의 활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문형렬님이 유력한 대선 주자 문재인 전 대표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다. 가족, 어린시절의 추억에 대한 질문부터 대한민국이 마주한 현안에 대한 질문까지, 대통령 후보로서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폭넓게 담겨있다.

그 어느때보다 야권에 좋은 대권 후보들이 많이 있지만, 문재인 전 대표만큼 준비되어 있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는 후보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욕이 부족하다’,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세간의 평가도 기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준비되어 있으며,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가 새시대를 여는 첫 번째 주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숨결이 바람 될 때

장미빛 미래를 눈 앞에 두고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젊은 신경외과의사의 이야기. 2015년 3월 세상을 떠난 폴 칼라니티의 나이는 36세로 지금의 내 나이와 같다. 그는 평생 인간의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문학, 철학, 과학, 생물학을 탐구했으며, 이 모든 학문에 교차점에 있는 의학을 공부한 후 신경외과 의사가 되었다. 그는 먼 미래에는 외과 의사를 그만두고 작가가 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그는 신경외과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면서 무수히 많은 죽음과 싸웠고, 죽음을 이길 수는 없었지만 환자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우리는 결코 완벽에 도달할 수는 없지만, 거리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지는 점근선처럼 우리가 완벽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은 믿을 수 있다.

이러한 삶의 자세는 그가 폐암을 선고받은 후에도 변함이 없어, 그는 다시 수술실로 돌아간다.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계속 나아갈 거야. (I can’t go on. I’ll go on.)

그는 고통을 참으며 수술실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7년의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는데 필요한 기준을 모두 충족시켰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폴의 아내 루시가 쓴 글이 담겨 있다. 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느껴져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폴이 보여준 용기를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불치병에 걸렸어도 폴은 온전히 살아 있었다. 육체적으로 무너지고 있었음에도, 활기차고 솔직하고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가 희망한 것은 가능성 없는 완치가 아니라, 목적과 의미로 가득한 날들이었다.

내게 가장 그리운 폴은 연애하기 시작했을 때의 팔팔하고 눈부셨던 그 남자가 아니다. 뭔가에 집중하는 아름다운 남자였던 투병 말기의 폴, 이 책을 쓴 폴, 병약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았던 그 남자가 그립다.

생과 사는 떼어내려고 해도 뗄 수 없으며, 그럼에도, 혹은 그 때문에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폴에게 벌어진 일은 비극적이었지만, 폴은 비극이 아니었다.

폴은 세상을 떠났고 나는 거의 매순간 그가 사무치게 그립지만, 우리가 여전히 함께 만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이어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자세를 다시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의 삶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것을 이룰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더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