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에 큰 관심은 없었지만, 나달이라는 선수는 알고 있었다. 스포츠 뉴스에서 가끔씩 그의 우승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짧은 경기 영상만으로도 그의 열정적인 플레이가 느껴졌다. 모범생 같아 보이는 페더러나 조코비치보다 왠지 더 호감이 갔다.
넷플릭스에서 나달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만 19세의 나이로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던 2005년, 그의 왼발에는 뮐러-바이스 증후군이 발견되었고, 그는 커리어 내내 그 통증을 참아가며 코트에 섰다는 것이다.
부상 때문에 뛰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으면서도 그는 출전을 강행했다. 부상이 찾아올 때마다 의사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면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는 10~12회는 줄었을 거라고 한다.
더 이상 뛸 수 없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순간까지, 그는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의 아내가 전한 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은퇴하고 싶어”가 아니라 “은퇴해야 해”였다는 것.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대하는 태도,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인성, 부상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던 시절에도 자신을 후원해 준 기업(기아)과 끝까지 함께한 의리, 경쟁자들과 나눈 진한 우정까지—그의 인생 자체가 낭만이었다.
돈과 명예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그는, 그저 진정한 만족감을 위해 최고 수준의 경쟁자와 겨루고 싶었을 뿐이었다.
페더러가 절 이길 순 있어도
저를 꺾는 건 아니에요
정신적으로 모든 포인트마다
100%로 임할 겁니다
단 한 순간도
약해질 수 없어요
전 페더러보다
더 고통받을 준비가 돼 있었어요
성공으로 가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겪어온 고통을
똑같이 겪지 않고도
제가 이룬 걸 이룰 수 있어요
하지만 전 토니 삼촌이
제시한 길을 따라갔어요
그리고 그게
옳은 길이었다고 믿어요
전 승자가 아니에요
전 경쟁자입니다
승리는
승리하는 순간에만 존재하죠
승리는 부질없죠
절 항상 움직이게 하는 건
계속 싸우고 싶다는 열망이었어요
진정한 만족은
고난에서 비롯된다는 걸 아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