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JTBC 서울마라톤 후기

원하는 기록을 얻지는 못했지만, 즐거웠다.

작년보다 기록이 후퇴했음에도 골인했을 때 무척 행복했다. 두 팔 벌려 웃으며 골인했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뭉클함이 있었다. 스스로에게 “애썼다”, “수고했다” 그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었다. 부상에서 회복하는 과정, 평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달렸던 날들, 안락한 휴식을 포기하고 러닝화를 신었던 주말의 아침들이 떠올랐다. 기록과 상관없이 그런 날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모여 언젠가는 원하는 기록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두 번째 풀코스여서 비교적 마음에 여유가 있었고 대회 준비는 순조로웠다. 목요일부터 탄수화물 위주로 먹었고 소화도 잘 되었고, 전 날 잠도 6시간 이상 잘 잤다. 다만 갑자기 당겨진 수면 시간과 최근 한 주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때문인지 심박수, HRV, 호흡은 이상치를 가리켰다. 풀코스는 화장실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짐 맡기기 전 후로 화장실도 2번 다녀왔다. 다행히 레이스 중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불상사는 없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비가 꽤 많이 왔다는 것. 짐을 맡기고 화장실 다녀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D그룹에 합류하자마자 출발했다는 것.

아무튼 두려움보다는 설렘을 안고 출발했지만, 출발하자마자 물웅덩이를 밟고 러닝화가 다 젖어버렸다. 올해 3월 우중런이었던 2026 NB RYW Half Race Seoul가 떠올랐다. 경험이 있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경험의 힘은 세다.

클로드와 상의한 레이스 전략은 초반에 300~310W, 중반은 315~320W, 후반은 310W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30K까지 이븐하게 290~300W로 달렸다. 그리고 35K 이후는 완전히 무너졌다.

일주일 전 원천리천을 달릴 때 다리 밑으로 진입하면서 어둡고 고르지 않은 노면을 잘못 디뎌 왼쪽 무릎 바깥쪽에 통증이 생겼고 이 상태로 MP런을 지속했다. 7K 지점에서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수요일부터 4일을 완전히 쉬었지만 회복이 되지 않은 것이다. 완주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속도를 살짝 낮춰서 회복하니 또 괜찮아져서 다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지만 보수적으로 레이스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힘들게 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즐겁게 달리고 싶었다. 적어도 30K까지는. 웃으면서 달리려고 노력했다.

30K에 왔을 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7K 지점에서 발생한 통증은 23K 지점에서 재발했지만 한번 더 잘 다스렸고, 왼쪽 햄스트링도 피로는 느껴졌지만 통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35K 정도 되니까 어디가 피로하고 아프고 하는 논의는 의미를 잃었다. 다리 전체 상태가 엉망이었다.

달리기가 너무 힘들어졌을 때 걷는 선택을 했다. 훈련이 부족해서 달릴 수가 없는데 고통을 참으면서 달리는 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부상을 입으면 잃는 게 많다고 생각했다. 대신 걸으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마지막 1km는 천천히라도 달려서 들어왔다.

월별 마일리지 · 2025 vs 2026 (1~10월, km)

월
2025
2026
증감
1월
203 · 22회
▲ +25%
2월
201 · 22회
▲ +73%
3월
214 · 21회
– -0%
4월
47 · 13회
▼ -78%
5월
122 · 18회
▼ -49%
6월
125 · 13회
▼ -49%
7월
151 · 14회
▼ -40%
8월
195 · 18회
▼ -23%
9월
213 · 18회
30K+ 2회 · 30 / 30
▼ -15%
10월
149 · 15회
30K+ 1회 · 32
– -0%
합계
1,619 · 174회
30K+ 3회 · 최장 32
▼ -23%

데이터: Strava

올해 서브4 페이스로도 35K 이상 달려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가장 길게 달려본 게 32K였고 서브4 페이스보다 느렸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깨끗이 인정했다. 작년에도 같은 교훈을 얻었지만 올해는 3월 말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충분히 훈련할 수 없었다. 작년에는 쥐가 나서 걸으면서 분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올해는 그냥 덤덤이 받아들였다. 훈련이 부족했으니까. 그게 다였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력이 약할까?’, ‘최선을 다 하지 않았구나’ 레이스 중에 그런 생각을 계속했지만, 지금 왼쪽 다리를 들때마다 통증이 심한 것을 보면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가민 데이터상으로도 걷기 시작한 지점에 체력이 바닥 나 있었다.

레이스에서 극기를 할 게 아니라 준비를 잘 해야한다. 오늘의 레이스를 통해 나는 그것을 배웠다. 극기를 통해 원하는 기록을 얻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진 힘의 80~90%로 즐겁게 레이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기록을 얻기 위해서는 100%를 키워야 하고, 100%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몸 관리와 훈련이 유일하다.

2026 JTBC 서울마라톤 구간 데이터

2026-11-01 · 광화문 출발 · 8.1°C · 습도 66% · 워치 기록 4:14:27 (42.41km)

워치 기록
4:14:27
마라톤 구간 4:13:00
평균 페이스
6:00 /km
0–30K 5:36
전반 / 후반 하프
1:57:32 / 2:15:28
약 18분 차이
평균 파워
270 W
0–30K 295W
평균 케이던스
177 spm
0–30K 182spm
총 상승
138 m
평균 심박 163bpm*

5km 구간별 기록

0–30K 계획대로30–35K 하락 시작35K~ 붕괴
구간시간 (누적)페이스파워심박*케이던스상승
0–5K28:20 (28:20)5:40292W14718315m
5–10K27:47 (56:07)5:33294W1791822m
10–15K28:04 (1:24:11)5:37296W17318118m
15–20K27:32 (1:51:43)5:30297W1721825m
20–25K28:10 (2:19:53)5:38299W17418132m
25–30K28:13 (2:48:06)5:39297W17518017m
30–35K29:22 (3:17:28)5:52284W17117716m
35–40K36:42 (3:54:10)7:20205W14316340m
40K~42.4K20:17 (4:14:27)8:25151W1361537m

파워 막대는 320W(계획 파워)를 100%로 한 상대 길이입니다. 케이던스는 양발 기준입니다. 구간 상승은 랩 단위 계산이라 활동 전체 상승(138m)과 합이 다릅니다. * 손목 광학 심박입니다. 5~30K 구간의 심박은 케이던스(약 182spm)와 거의 같아 케이던스 락일 가능성이 있으니 참고만 하세요.

30K 이후 12.4km

소요 시간
1:26:21
평균 6:57 /km
5:36 유지 시
1:09:36
약 17분 손실
5:36 유지 시 완주
약 3:57
워치 기준

레이스 중 보급

  • 8.5K모르텐 Gel 160
  • 15K요헤미티
  • 25K요헤미티 카페인
  • 25–30K바나나
  • 30K요헤미티
  • 30K 이후바나나

젤 4개의 탄수화물은 총 121g으로 시간당 약 29g이었습니다. 데이터: Stra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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