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그 동안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절을 올리고 첫 출근을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좋은 기분으로 길을 나섰으나 오랜만에 겪는 혼잡한 서울에서의 출근은 역시 예상대로 피곤했다. 8시에 집을 나서 9시 35분이 되어서야 삼성역 근처의 교육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빨리 사택에 입주하여 연구실에 걸어서 출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대학원 동문들이 많아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그 중에 절반은 서로 안면은 있지만 인사를 나눈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친해질 수 있었다. 조편성을 하면서 새롭게 만난 분들도 좋은 분들이였고, 나와 같은 Core실에 가게될 신입연구원들도 다들 좋은 분이라 연구실 생활이 기대가 된다.
 
6시까지 회사생활에 대한 교육을 마치고 저녁식사는 삼겹살에 소주를 함께했는데, 아주 오랜만에 마시는 소주인지라 1병정도에 한계치에 도달하여 집에 오는 길이 적잖이 고생스러웠다. 다시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겠다는, 언젠가는 또 잊어버릴 다짐을 하는 나 …

대기업이 아닌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도전적인 연구를 해볼 수 있다는 것과 실력있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엔지니어로 성장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능력에 비해 잠재력을 인정해 주고 좋은 대우를 해주었다는 측면도 크게 작용했다.

빨리 3일과정의 교육이 끝나고 연구소에서 내 책상, 내 컴퓨터를 가지고 생활할 날이 오길. 서울의 출퇴근을 경험하며 벌써 부터 한적한 대전생활이 그리워진다.

마지막 졸업식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인생의 마지막(?) 졸업식에 참가하기 위해 아침 일찍 영등포역에서 새마을호를 타고 대전역을 향했다. 졸업식은 2시 부터였지만 교수님을 뵙기 위해 약소한 선물을 들고 일찍 출발했다. 아뿔사! 185번을 타고 동측 쪽문에서 내렸는데 학생증이 없어 정문까지 걸어야했다. 아침 일찍인데도 벌써 부터 정문앞에 꽃을 파는 상인들이 나와 졸업하는 나에게 꽃을 사라고 했다.

연구실에 들러 교수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렸다. 점심에는 연구실 사람들과 피자를 먹은 후 교수님 방에 들러 인사드렸다. 행진(?)을 하기 위해 학부체육관에 모여 줄을 섰다. 2시가 가까워 오자 학부체육관에서부터 졸업식이 열리는 노천극장까지의 무질서한(?) 행진이 시작되었다.

졸업식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린 모두 탄성을 질렀다. 공부하다가 스스로의 한계에 좌절하거나 혹은 청춘사업으로 인해 골머리가 아플때 가끔 찾아가서 별보고 음악들으며 기분전환하던 그 음산한(?) 노천극장이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졸업생들이 앉을 자리에는 담요와 핫팩이 있었다! 학부모석에는 우산모양의 난로까지!!!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서부터 축사, 치사, 식사 등의 뭐가 뭔지 구분도 안되는 순서가 지나면서 내 발은 얼어서 동상에 걸릴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으나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면 다들 학교측의 철저한 준비에 만족 내지는 감동하고 있는 듯 했다. 한 사람씩 단상위에서 이름을 불러주고 졸업장을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으나, 2개의 큐를 마련하여 각각 대략 2초에 한명씩 뽑아내니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되었다. 추억에 남을 만한 졸업식을 만들어 주겠다던 학교측의 약속은 충실히 이행된 듯!  

졸업식이 끝나고 부모님을 만나 사진을 찍고, 전산과로 돌아와 연구실 사람들, 동기, 후배들과 사진을 찍었다. 어머니께 졸업가운을 입혀드리고 사진을 찍을 때가 가장 뿌듯했던 것 같다. 졸업가운을 반납하고 졸업증명서를 띠어 졸업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안심한 후 학교를 떠나 유성에서 저녁을 먹었다.

돌아오는 길에 내가 일하게 될 회사 연구실과 내가 거주하게 될 사택에 들러 짐을 두고 돌아왔다. 정겨운 사람들이 함께 했던 연구실을 떠나 마음 열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직은) 없는 낯선 장소를 만나서야 비로소 나의 대학원 생활이 온전히 끝이 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조금은 침울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 겨우 내 인생의 1막이 끝이 났을 뿐 …

록키 발보아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봉하면 꼭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우연히 어둠의 경로(?)를 통해 받아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진부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노력끝에 원하는 걸 성취하는 스토리! 영화의 초반에는 록키가 동기부여를 얻고, 중반에는 유명한 록키 배경음악과 함께 훈련을 하고, 후반에는 경기를 하는 기존의 흐름을 철저히 답습하고 있다.

록키의 사랑하는 아내 에드리안은 죽었고, 그의 아들은 록키의 그늘에 가려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상황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경기는 비교적 박진감 넘치지 않지만 경기 후의 감동은 그 어떤 록키 시리즈보다도 대단했다.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다가오는 감동은 록키가 아들에게 했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경기에서 진정한 승리를 보여주었으니까.

네가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내가 얘기를 좀 해줄까? 이 세상은 결코 따스한 햇살과 무지개로만 채워져 있지 않아. 온갖 추악한 인간사와 더러운 세상만사가 공존하는 곳이지. 그렇다고 세상을 거칠게 살라는 건 아니다. 그런 태도는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을 뿐이니깐. 하지만, 너와 나, 그리고 그 누구도 아닌 사람들.. 세상을 힘껏 살아가야 돼. 네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사느냐가 아니라. 네가 얼마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거야.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면서, 그러면서 하나씩 얻어나가는거야. 계속 전진하면서 말이야. 그게 바로 진정한 승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