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피아노…

훈련소에 있을때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동시에 한달동안 피아노를 안치면 과연 ’99 Miles from You’를 예전처럼 외워서 연주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걱정은 기우가 아니였다. 퇴소한 날 밤에 잠시 들른 회사에서 내 방에 있는 디지털 피아노 앞에 앉아 ’99 Miles from You’를 연주하고자 했으나 까맣게 잊어 버렸는지 연주를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의 무력감이란… 
다음날 오전 다시 회사에 들렀다. 조금이라도 예전의 연주실력(?)을 되 찾고 싶은 마음에… 
차분히 악보를 펼쳤다. 
낮은 음자리표의 계이름을 읽기가 영 낯설다.
더듬더듬 연주를 시작한다. 
점점 손의 움직임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4마디가 지나가고… 
놀랍게도…
나머지는 악보를 보지 않고 예전처럼 연주할 수 있었다.
자화자찬이 되겠지만, 오랜만에 직접 연주해서 듣는 음악은 너무나 감미로웠다.
‘아… 이런 느낌이였지…’
휴가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거든, 예전보다 더 커다란 열정으로 피아노를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집에 내려와 있는 지금 내 곁에 피아노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아쉽다.

베토벤 바이러스

훈련소에 입소하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것 중에 하나는 새로 시작하는 클래식 음악 관련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였다. 한달동안 볼 수 없었던 덕분에(?) 집에 내려와 요양하면서 논산 감기를 이겨내고 있는 지금 총 8회 분량을 이틀동안 재밌게 보고 있긴 하지만…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의외로 상당히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보고 있다. 조금 부족한(?)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오케스트라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 그리고 살리에르 증후군… 뛰어난 사람들의 재능에 질투를 느끼는 평범한 나로서는 은근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이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의 고군분투에 나도 모르게 응원을 보내게 된다. 
음악을 주제로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의 눈과 귀를 충분히 즐겁게 하는데다가 극중 인물의 이름(건우)이 나와 같다보니 더 애착이 가는 부분도 없잖아 있다. 재밌는건 임동혁과 용재오닐이 출연했다는 사실… 그리고 이건 잡설이지만 기아차(특히 포르테)가 너무 노골적으로 많이 등장하는 듯…
마에스트로 강(김영민)의 카리스마는 하얀거탑의 장준혁 못지 않은 것 같다. 김영민이라는 배우가 가진 매력과 연기력에 감탄하는 중…
음악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니 손이 근질근질… 휴가 끝나면 바로 피아노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사회로 복귀!

10월 2일부로 전문연구요원 4주 훈련(08.09.04~08.10.02)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컴퓨터로 음악을 틀어놓고 유유히 글을 쓰는 지금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여겨질만큼 지난 4주의 시간들이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지네요.

입소대대를 향하는 길은 여자친구가 함께 해 주었고, 육군훈련소에서 돌아오는 길은 어머니가 함께 해주셨기에 오가는 길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소대에 대학원 동기 2명, 회사 동료 6명이 함께 하였기에 무난히 훈련소 생활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기왕 하는 것 멋지게 해내려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우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단 하나의 열외 없이 충실히 훈련에 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진통제에 의지해 무릎통증을 참아내며 야간행군, 종합각개전투를 소화해 낸 끝에 당당히 사회로 돌아왔습니다.

훈련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31년된 구막사에서의 열악한 환경에서 100% 통제된 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9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한여름 날씨가 3주차까지 계속되었고, 콧물로 시작된 감기는 몸살감기, 목감기, 편도선 등등으로 발전하다 4주차에나 수그러들었습니다. 덕분에 훈련강도는 높았지만, 오히려 어느정도 적응이 되고 감기가 차도를 보이던 후반이 좀 더 견디기 수월했던 것 같네요.

훈련소 생활을 해보니 사람에 대해서 가장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든일에 솔선수범하고 열의를 가지고 훈련에 임하는 훈련병이 있는 반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전우를 비아냥대며 비난하고, 온갖 욕설로 짜증을 표현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분대장에게 지적을 받으면 기분나빠하고 뒤에서 욕하는 훈련병도 있습니다.

훈련소 생활을 돌이켜보면 평생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불침번을 설때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보내준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그리워 하며 눈물 짓고,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여자친구와 손잡고 한가로이 산책하는 순간을 간절해 하고,
야간행군을 할때 밤하늘에 만개한 수 많은 별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에 감사하고,

난생 처음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가족과 사랑하는 이의 안녕을 기원하고, 
… 
일상에서 누렸던 당연한 것들이 실은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할 일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육군소위로 복무하고 있는 동생을 비롯한 군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복으로 갈아입고 내딛었던 첫 걸음의 가벼움 만큼이나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러나 예전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