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반차를 쓰고, 버스를 타고, 현대자동차 신갈출고센터에 가서 셀프 검수 후 차량을 인수하고, 보험에 가입하고, 수원시 교통관리사무소에서 직접 번호를 골라 차량을 등록하고 번호판을 달았다.
큰 돈을 쓰는 일이고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긴장감 때문에 꽤나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차량의 상태가 양호해서 인수는 빠르게 결정했지만, 내외부 비닐을 뜯는 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셀프로 신차검수를 하면서 굳이 업체에 맡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인수거부를 해야 할 만큼의 심각한 하자가 있을 가능성이 적기도 하지만, 그 정도면 셀프로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외장, 내장 모두 차량 색상 선택을 참 잘한 것 같다. 아주 마음에 든다. 못생겼다고 커뮤니티에서 혹평이 자자한 19인치 휠도 실제로 보면 상당히 괜찮다.
수원시 교통관리사무소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꽤 막혔는데, 기막힌 승차감과 반자율 주행 그리고 에르고모션 시트의 스트레칭 기능 덕분에 정말 편하게 왔다. 도로의 이음새를 너무 부드럽게 넘어가서 감탄하기도 했다.
SUV의 특유의 롤링, 요잉, 피칭을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적어도 1열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높은 시야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편안한 시트 포지션이 오히려 좋았다.
차선유지보조 기능을 사용해보니 자꾸 차선 왼쪽에 붙는 느낌이 든다. 차폭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집에 와서 주차해보니 상당히 타이트하다. 적응에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틴팅 없는 상태에서 운행해보니 밖에서 다 보인다는 사실이 의외로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밖에서도 예쁜 인테리어가 보인다는 것이 차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해가 지면 엠비언트 라이트가 도드라진다. 앞으론 야간 운전을 더 선호하게 될 것 같다.
셀프 가죽시트 코팅, 카시트 설치, 아파트에 차량 등록 등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서, 주말이나 되어야 GV70을 메인으로 운행할 수 있을 듯 하다. 하필 이번 주에 회사 일이 참 많다.
제주도 여행 마지막날 공항까지 갈 전기가 남아 있었지만, 전기차 충전을 체험하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충전소에 다녀왔다.
따로 충전카드, 멤버십을 준비하지 않고, 티맵으로 결제되는 충전소를 찾아갔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했다. 티맵에서 충전소 QR 코드를 스캔하고 200kW 충전기를 꽂았지만 계속 충전에 실패했다는 메시지만 나왔다. 3번 시도해보고 안되서 포기하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배터리 잔량이 30% 이하일 때 일부 급속 충전기에서 충전이 안되는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월령리에는 티맵 결제되는 급속 충전기가 거의 없어서 숙소에서 6.9km 떨어져 있는 서부소방서까지 가야했다. 다행히 50kW로 충전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충전속도는 39~40kW. 약 5kW를 충전하는데 1,749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주행 가능거리는 30km 증가했다.
한 때 전기차에 호의적이었던 사람으로서 충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첫 번째 시도에 잘 되지 않아서 당황했다.
차량과 충전기의 호환성 문제는 아쉬웠지만, 티맵에 결제수단을 등록하고 QR 코드를 찍는 것만으로도 간단히 충전할 수 있는 부분은 편리했다. 차량에서 충전 관련 설정을 하고 충전 상태를 확인하는 부분에서도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 제주도 여행을 통해 3박 4일 동안 전기차를 충분히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 화재 문제만 해결된다면 결국에는 전기차의 시대로 넘어가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