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저희팀의 첫번째 제품이 릴리즈 되었습니다. 작년 10월부터 개발을 시작하여, QA의 테스트를 거쳐, 오늘 저녁 일본 고객사에 전달하였습니다. (2명의 개발자가 억대 가치를 가지는 제품을 개발 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는 상당한데 현 정부는 왜 그걸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카테고리:] 일상
첫번째 제품 릴리즈
지난 4월 30일 입사 이후 첫번째 제품을 릴리즈 하였습니다. CA-Easytrieve라는 메인프레임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작성된 프로그램을 유닉스 환경에서 실행해주는 인터프리터 제품입니다. COBOL 컴파일러를 개발하며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작년 10월 훈련소를 다녀온 직후부터 주도적으로 개발해온 제품이 6개월만에 완성되어 조만간 일본 고객사에 전달될 예정입니다.
사회로 복귀!
10월 2일부로 전문연구요원 4주 훈련(08.09.04~08.10.02)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컴퓨터로 음악을 틀어놓고 유유히 글을 쓰는 지금의 일상이 자연스럽게 여겨질만큼 지난 4주의 시간들이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지네요.
입소대대를 향하는 길은 여자친구가 함께 해 주었고, 육군훈련소에서 돌아오는 길은 어머니가 함께 해주셨기에 오가는 길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소대에 대학원 동기 2명, 회사 동료 6명이 함께 하였기에 무난히 훈련소 생활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기왕 하는 것 멋지게 해내려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우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단 하나의 열외 없이 충실히 훈련에 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진통제에 의지해 무릎통증을 참아내며 야간행군, 종합각개전투를 소화해 낸 끝에 당당히 사회로 돌아왔습니다.
훈련자체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지만, 31년된 구막사에서의 열악한 환경에서 100% 통제된 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9월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한여름 날씨가 3주차까지 계속되었고, 콧물로 시작된 감기는 몸살감기, 목감기, 편도선 등등으로 발전하다 4주차에나 수그러들었습니다. 덕분에 훈련강도는 높았지만, 오히려 어느정도 적응이 되고 감기가 차도를 보이던 후반이 좀 더 견디기 수월했던 것 같네요.
훈련소 생활을 해보니 사람에 대해서 가장 많이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든일에 솔선수범하고 열의를 가지고 훈련에 임하는 훈련병이 있는 반면,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전우를 비아냥대며 비난하고, 온갖 욕설로 짜증을 표현하고, 자신의 잘못으로 분대장에게 지적을 받으면 기분나빠하고 뒤에서 욕하는 훈련병도 있습니다.
불침번을 설때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보내준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그리워 하며 눈물 짓고,
아름다운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여자친구와 손잡고 한가로이 산책하는 순간을 간절해 하고,
야간행군을 할때 밤하늘에 만개한 수 많은 별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에 감사하고,
4주 휴가?
1년 7개월 회사를 다니는 동안 단 이틀의 휴가를 쓰면서 버텨왔더니, 요즘에는 일에 대한 의욕도 예전 같지 않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하곤 했는데, 마냥 반길수만은 없는 4주 휴가(?)를 가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 10월 2일까지 4주 훈련을 가게 되어, 한달 동안 블로그에 포스팅을 할 수 없게 되었네요. 성격이 많이 변했는지, 걱정돌이라는 대학생때의 별명이 무색하게 너무나 무덤덤한 상태로 오늘까지 왔네요.
물론 멜랑꼴리한 기분이 들었던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였습니다. 아무래도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생활이 반가울리 없을테니까요. 오늘 모든 준비물을 챙기고, 회사 책상을 정리하고 나오는 길에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만, 사택으로 들어오는 길에 시원하게 머리를 밀어버리고 나니, 훈련을 가야한다는 사실을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 들일 수 있었고, 덕분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훈련 자체는 재밌을 것 같습니다.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단체생활은 겪어 봐야 어떤지 알 수 있을 것 같군요.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모두들 건승하시길…
에버랜드
이번주 목요일 시작될 4주 훈련을 앞두고 마지막 주말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지난 토요일에는 여자친구와 에버랜드에 다녀왔다. 에버랜드를 마지막으로 가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못해도 10년은 넘은 것 같다. 그 당시 가장 무서운 놀이기구가 “독수리 요새”였는데 얼떨결에 가장 먼저 “독수리 요새”에 도전하게 되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20여분 동안 꽤나 긴장했던 것 같다. 달리는 시내버스가 덜컹 내려 앉아도 떨어지는 느낌에 몸서리치던 나였기에, 오래전 무서워서 탈 엄두도 못 냈었던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는 일은 여자친구와 함께이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였을꺼다.
몸의 힘을 풀면 아무렇지도 않을꺼라는 승호형의 조언이 생각나 떨어지는 순간에 그대로 했더니, 물론 속도감이나 떨어지는 느낌으로 인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훨씬 견디기(?) 쉬웠다. 나무 숲 사이를 뚫고 달리면서 여기저기 부딛힐 것만 같은 끔찍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중간쯤부터는 어느정도 두려움을 떨쳐내고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히려 무서워한 쪽은 의기양양하게 날 놀리던 여자친구…
숨돌릴 틈도 없이 바로 옆에 있던 “콜롬버스 대탐험”에 도전!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이 예측 가능하여 언제든지 마음에 준비가 가능한 바이킹은 롤러코스터에 비해 비교적 자신이 있었다. 예상했던 것 보다는 내려갈 때 떨어지는 느낌이 대단하긴 하였지만, 그럭저럭 무난히 소화할 수 있었다.
이후로 적당히 숨을 고른 후, “후룸 라이드”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배 하나를 둘이 타고 출발! “독수리 요새”에 비하면 별 것 아니겠지 싶었으나, 생각보다 떨어지는 느낌이 강했다. 시원한 물방울이 유난히 더운 날씨에 지친 우리를 달래 주었다.
쉬어 가기 위해 천천히 꽃이 피어 있는 정원 쪽을 산책하기도 했다. 워낙 날씨가 더워서 오래 있진 못했지만…
“써머 스플래쉬” 퍼레이드도 잠깐 구경했는데, 덕분에 카메라에 물이… ㅠ.ㅠ
다음으로 찾은 곳은 “사파리 월드”! 한번도 사파리를 구경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기대가 컸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사파리로 들어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더워서 그런지 맹수들이 다소 지친 것 같았다. 사자, 호랑이의 경우에는 그냥 버스를 타고 지나갔지만, 곰을 구경하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였다. 버스 운전기사가 곰에게 말을 걸어 일으키고 버스 옆을 걸어가게 하니 눈 앞에서 커다란 곰이 걸어가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즐겁게 사파리 관람까지 마친 후, 우리는 궁극의 목표였던 “T Express”로 향했다. 의외로 수월하게 “독수리 요새”, “콜럼버스 대탐험”, “후룸 라이드”를 소화해 내긴 했지만, “T Express”의 급경사는 멀리서 봤을때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고, 롤러코스터가 그 경사를 떨어지는 순간 비명소리가 에버랜드 곳곳에 울려 퍼졌기에 도전하는 것이 솔직히 쉽진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과감히 도전하기로 하고 한시간 동안 차례를 기다렸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였지만, 우리는 그들과 기대와 두려움을 공유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고, 무난히 롤러코스터의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 롤러코스터가 출발하자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처음 올라가는 경사 길이 어찌나 길던지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두려움은 올라가는 거리에 비례해서 증가하고…
드디어 정상에 올라, 잠시 방향을 선회한 후, 공포의 77도 경사로 떨어지기 직전, 자연스럽게 온몸에 힘이 들어갔으나, 차분히(?) 힘을 빼고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롤러코스터는 시속 104km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각도라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앞사람 뒷통수 뿐…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급경사를 한도 끝도 없이 떨어지는 느낌… 생각했던 것 보다 두배는 더 오랜 시간동안 롤러코스터는 떨어졌다. 워낙 첫번째 경사의 느낌이 강렬해서 그 뒤의 코스는 별다른 감흥이 없을 정도였다.
궁극의 목표를 달성한 후에는 평화로운 마음으로 여유롭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 타임의 “물개쇼”를 관람하고, “버거까페 가든”에서 유난히 맛있었던 햄버거와 치킨을 먹었다. 야경을 보기 위해 “우주관람차”에 갔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안가본 지역을 배회하던 중, 여자친구가 “롤링 엑스 트레인”을 발견해 버렸다.
360도 회전하는 건 안타봤다며 꼭 타고 싶다고 해서 결국 에버랜드에 있는 롤러코스터류 놀이기구는 그날 모두 섭렵해 버렸다. 아쉽게도 여자친구와 나에게 360도 회전하는 것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밤에 타는 느낌은 색달라서 다음에는 밤에 “T Express”를 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홀랜드 빌리지”에서 맥주 한잔하고 불꽃놀이가 한창일 때, 공원을 빠져나왔다. 1시부터 9시가 넘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느라 둘다 녹초가 되었지만, 정말 즐겁고 알찬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한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지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