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 시간주

1시간을 훌쩍 넘어 달리려니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어제는 조금 일찍 퇴근했다. 전날 저녁에 감자탕을 배불리 먹었고, 점심, 저녁에 장거리 달리기를 대비하여 충분히 영양섭취를 했더니 소화가 잘 안되서 좋지 않은 컨디션이였지만, 이번주 내내 비가와서 미룬 100분 시간주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강행했다.
 
1시간 이상 뛰게 되면 체력이 고갈되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이번에는 집을 나서면서 스니커즈 초코바를 하나 사먹었다. 100분이라는 엄두가 나지 않는 시간에 압도되어 경건한 마음이고 나발이고 상관없이 무념무상으로 뛰기 시작했다. 특별히 천천히 뛰지는 않았고, 짧은 보폭으로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뛰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시계를 자주 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노래 5곡 듣고 시계를 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반환점까지 단 3번만(20분, 40분, 50분) 시계를 보며 도착했다. 지난번 90분 시간주에서 45분 지점, 즉 반환점에 41분만에 이르렀다. 의도적으로 천천히 뛰지 않아서인지 기록이 괜찮았다.

지난 번의 반환점을 넘어 더 나아갔다. 내가 뛰는 이 곳이 성남의 어디 쯤일까, 얼마나 더 뛰면 한강에 이를까도 가늠하지 못한체 그저 50분을 향해 뛰었다. 언제나 반환점에 이르는 길은 무난하다. 항상 문제는 돌아가는 길. 열심히 뛰다가 시계를 바라보니 55분. 입 밖으로 뱉진 않았지만 욕이 나올 지경이였다. 60분에서 80분 구간이 가장 힘들었다. 체력은 바닥을 치고, 무릎에 무리가 왔다. 그 동안 마라토너의 신발에 수명이 있다는 것도 모른체 1000km도 넘게 우려먹은 내 신발과 그 신발을 의지했던 내 무릎이 안스러웠다.

시간을 맞춰 출발점으로 돌아오기 위해 스퍼트를 감행했던 마지막 200미터, 전력 질주의 70%의 속도로 뛸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또한번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난 충분히 더 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고통을 인내하는 능력이 부족했을 뿐.

어쩌면 아무리 훈련을 해도 완주에 이르는 길에 고통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좋은 기록을 원한다면 좀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몸으로 깨달은 하루. 2시간 시간주 완주가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전에 신발 하나 사자…

하프마라톤 대회 신청 완료!

원래는 e-푸른 성남 마라톤 대회에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었으나, 올해는 해당 대회가 열리지 않아 2007 SPORTS KOREA 마라톤 축제 (10월 13일,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하프 코스에 신청을 방금 마무리 했다. 돈을 지불하고, 대회를 신청하고 나서야 비로소 하프를 뛰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동안은 계획대로 매주 10분씩 뛰는 시간을 늘려가며 체력을 향상 시켰고, 체중도 적절히 줄여왔다. 물론 달리는 거리와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마음의 부담이 크고 몸도 힘들지만 분명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오늘은 리틀러너라는 영화를 보면서 달리기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 보았다. 나도 언젠가 풀 코스를 뛸 실력이 되면 보스턴 마라톤 같은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볼 수 있겠지? 일생에 이루고 싶은 꿈 중에 하나로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여 완주하는 것을 꿈꾸어 보는 것도 끊임 없이 정진하는 삶을 위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내가 할 일은 철저히 자기관리하면서 충실히 준비하는 것 뿐. 마라톤 대회 전후로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가 있을 것 같아서 부담이 가중 되긴 하지만 둘 다 잘 해낼 수 있으리라고 스스로를 믿는다.

p.s.
러닝화 좋은거(10만원 이상) 하나 사고 싶은데 참아야겠지. 내 무릎 …

90분 시간주

김원준의 노래 제목 마냥 “나에게 떠나는 여행” 이였다. 길고 긴 90분의 여정.

장거리 달리기는 언제나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출발. 남은 거리를 생각하기보다 현재 뛰고 있다는 사실을 즐기는 것이 현명하다. 그리고 나 자신과의 진솔한 만남. 잘 살고 있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주변 사람들에게 서운하게 한 것은 없는가, 더 잘해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등등을 생각하다 보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반환점에 다다른다. 때문에 독서와 달리기는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내기 위한 훌륭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아이튠스에서 랜덤하게 선택된 음악을 뛰면서 아이팟 셔플로 순차적으로 들었다. 잔잔한 이루마와 이사오사사키의 뉴에이지곡을 들으면서 차분히 출발했고, 감동적인 윤종신의 발라드를 들으며 초중반을 뛰었고, 윤도현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들으며 힘차게 반환점을 돌았다.

항상 반환점을 돌아오는 길은 등산의 하산길 만큼이나 지루하고 고되다.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본능적으로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것이 떠오른다. 80분 시간주에서는 차돌박이가 그렇게 먹고 싶어 결국 집에 가서 먹고왔는데, 이번에는 피자 생각도 나고 순대에 소주 생각도 났다.

오히려 지난 일요일 엄청나게 습하고 더운 날씨에 30분을 뛰었을때보다 무난하게 90분을 완주했다. 선선한 날씨가 기분좋게 뛰기에 좋았다. 지난 주말 집에서 포식을 하고 와서 불어났던 체중 77.9kg은 오늘 아침에 76.9kg으로 줄어 있었다. 한동안은 77kg대를 유지하면서 체력을 향상 시키는데 주력해야겠다.

80분 시간주

정말 기나긴 여정이였다. 달리는 동안 들었던 노래만 몇 곡일까?

평소보다 컨디션이 안좋다는 느낌이 있어 여차하면 조금만 뛸 작정이었다. 태어나서 가장 긴 거리를, 가장 오래 뛰어야 하는데 최상의 컨디션이어도 힘든 여정이다보니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야탑쪽으로 천천히, 꾸준히 뛰었다. 성남 탄천 페스티벌이 있었던 장소를 지나, 선사 교회를 지나 처음 가보는 지역까지 달려 40분을 찍었다. 생각보다 가는 40분은 힘들지 않았지만 30분부터 무릎이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문제는 돌아오는 40분.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40분이라는 것에 일단 막막했다. 반환점을 돌고 얼마지나지 않아 체력이 고갈되었음을 느끼고 힘든 경주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40분에서 60분 무렵까지는 힘들게 달렸다.

다행히 우리 동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60분에서 80분은 끝을 향해 다가간다는 희망이 있어서 그런지, 달리기 실력의 퀀텀점프가 일어나서인지 모르겠으나 거짓말 처럼 평소의 페이스로 회복하여 힘차게 뛸 수 있었다.

힘든 여정이였으나 언제나 처럼 나는 한번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한 바를 뛰어내고 있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 할 것이다. 월요일 깜짝 회식(삼겹살 + 소주 1병 + 병맥 2병 + 오징어 땅콩 + 치킨 + 맥주)으로 잠깐 불었던 체중도 다시 돌아와 오늘 아침 77.0kg을 찍었다.

달리는 동안 체력이 고갈되면서 뜸금없이 차돌박이 몇 점 먹고 뛰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 가서 차돌박이를 꼭 먹고와야지! 그리고 오랜만에 달콤한 늦잠을.

70분 시간주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지난주에는 30분 시간주를 2번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원래 지난 주의 계획은 30분 시간주 2번, 60분 시간주 2번을 뛰는 것이였는데, 60분 시간주에 어느정도 체력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한번도 60분을 뛰지 못했고 이번주의 목표는 70분을 뛰어내는 것이라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오늘 밤에 있을 댄싱스카이 공연(성남 탄천 페스티벌)의 리허설로 이탈리아 미녀와 배가 공중을 날라다니는 분당 구청 앞 잔디밭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뚫고, 약간의 스트레칭 후에 겸허한 마음으로 스타트라인에 섰다. 야탑쪽으로 가면 성남 탄천 페스티벌로 인해 인파가 북적일 것 같아서 정자쪽으로 출발!

수도승이 된 기분으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고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30분을 뛸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서인지 몰라도 동일한 지점을 통과할 때에 더 힘차고 경쾌하게 달릴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는 것일까?

정자역 부근에서 나와 거의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다. 한참을 같이 가다 아저씨가 앞으로 나섰는데 나중에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20여분을 함께 달렸다. 서로 말을 주고 받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더 나아지기 위해 힘차게 뛰고 있다는 사실에 연대의식을 느낄 수 있었고 덕분에 힘을 받을 수 있었다.

35분을 뛰어 반환점에 도달 할 때까지는 경쾌하게 기분좋게 뛰면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반면, 돌아오는 길에는 고행길을 달리며 자신감을 잃어버렸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하프마라톤을 뛸 수 있을까? 물론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면 뛸 수야 있겠지만 가능하면 쉼 없이 경쾌하게 뛰어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마지막 20분 동안 다리를 질질끌며 힘들게 달린 덕분에 70분내에 출발 지점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아 목표를 수정해 천천히 뛰더라도 끝까지 완주하기로 했다. 그렇게 끝까지 달려 1시간 13분만에 완주에 성공! 달린 거리는 약 10.6km.  

체중은 생각만큼 빠르게 줄이지는 못했지만 현재 77.5kg으로 상당히 날렵해졌다. 체중에는 더 이상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장거리를 뛰어 내기 위해 잘 먹어 두어야 할 듯.

하프마라톤은 여전히 힘들어 보이지만, 마라톤의 의미는 포기하지 않는데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