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인물

아이의 외모와 행동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때마다 아내와 나는 아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실존인물입니까?”

아내는 아이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내 생애 최고의 캐릭터!”

나는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이렇게 멋진 존재가 어떻게 우리 곁에 있을까?’

아이를 키우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모든 사람은 우주에서 유일한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자체로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

그것을 알고 난 뒤로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볼 수 있었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 곁에 있어준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 다름을 배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교차한다.

세상만사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과의 인연도 마찬가지. 있을 때 잘하자.

보쌈데이

우리집에서 일주일에 하루는 마늘보쌈을 먹는다.

가족 모두 좋아해서 늘 만족스러운 메뉴.

무엇보다 돼지고기와 채소를 아이에게 먹일 수 있어서 좋다.

소고기, 닭고기는 부드러워서 아이가 잘 먹는데, 돼지고기는 질겨서 먹기 힘들어 했다. 그런데 압력솥에 삶은 수육용 삼겹살은 부드러워서 아이도 잘 먹는다.

아이가 30개월 정도 되니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점점 늘어나서 좋다.

아이밥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어른밥 차리고 먹고 치우고 하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서서 안아줘

아이를 자주 안아주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안아주면 손타서 힘들다며 장모님은 걱정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음을 알기에 30개월이 된 지금도 아이를 자주 안아준다.

아이는 마음이 불안할 때 “서서 안아줘”라고 말한다. 이제는 13kg 정도 무게가 나가다보니 특히 아내에겐 더 힘이 들어서 안기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다른 데로 돌려보려고 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안아주게 된다.

울면서 보채는 아이를 대할 땐 늘 아이의 마음속에 들어가보려고 노력한다. 불안, 슬픔, 걱정이 불현듯 다가올 때마다, 세상은 따뜻한 곳이어서 안심하고 살아가도 된 다는 것을, 서서 안아주며 체온을 나눔으로써 알려주려 한다.

평일 아침 풍경

요즘 아이는 아내와 같이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잔다. 아내가 출근을 준비하러 이불을 떠나면 내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가 혼자라고 느끼는 일이 없도록.

아이 옆에 누워서 잠든 아이를 바라본다. 그 순간의 평온함이 나는 좋다. 매일 아침 누리는 이 호사가 계속되었으면 좋겠지만, 이제 복직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찬 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아이는 평일 아침에 아빠를 볼 수 없다. 퇴근 후 아이를 더 빨리 만나기 위해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서야 한다. 슬프지만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그래도 육아휴직 덕분에 1년 동안은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육아휴직 시즌 3

6월 첫째 주에 월화수목금 등원에 성공하면서 육아휴직 시즌 3로 접어들었지만, 그 뒤로도 여러가지 원인으로 어린이집을 꾸준히 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코로나의 영향이 상당이 컸다. 아이 엄마의 회사 동료가 문제가 되거나, 어린이집 선생님이 문제가 되거나, 전국적으로 상황이 심각해지거나 …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떡을 먹다가 잘 안 씹고 삼켜서 선생님한테 주의를 받은 일이 있었고, 그 후로 어린이집에서 밥을 안 먹기 시작했다. 선생님으로부터 아이가 놀지도 않고 구석에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다고 들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며 우는 아이를 더이상 그대로 볼 수 없어서 한동안 집에서 돌보면서 대안을 생각했다. 다른 어린이집에 보내면 괜찮을까, 놀이학교를 보내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아이가 처음으로 마주한 세상과 이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왔다.

다행히도 여름휴가를 포함한 긴 방학 끝에 다시 어린이집에 갔을 때 아이는 조금씩 다시 적응해 가기 시작했고, 가을이 된 지금은 즐거운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온다.

어린이집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장기간 가정돌봄을 해야하는 시간이 올 때마다 올해 육아휴직 중이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문제는 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 나의 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자유시간이 불규칙하여 계획을 세워 규칙적으로 무언가 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은 자유인으로서 순도 100%의 자유의지로 목표를 향해 달려갈만한 루틴과 의지력이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아프게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가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아마도 꾸준히 자유시간이 주어질 것 같다. 복직까지 3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스스로의 의지로 무언가를 성취하는 기적(?)을 만들어보고 싶다.

‘평생을 책임감이나 타인의 기대를 원동력으로 삼아 살아왔구나’하는 것이 1년 동안 회사를 쉬면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