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적응기 #3

넷째 주 월요일엔 또 결석을 했다. 아이는 울고불고 발버둥치며 어린이집에 가기를 완강히 거부하였다. 아빠도 회사에 가야해서 어쩔 수 없다는 거짓말도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러다 아이가 잘못되는 게 아닌가 싶은 지점에서 나는 또 다시 두 손을 들었다.

다음날부터는 엄마와 같이 등원하기로 했다. 역시 처음엔 가고 싶어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평소대비 무난히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엄마의 출근이 늦어진만큼 퇴근도 늦어지다보니, 평소와 다르게 아빠와 저녁식사를 먹던 중 짜증을 내며 먹지 않겠다고 버텼다.

엄마와 같이 등원하는 둘째 날 아이는 심하게 울며 버텼다. 일이 바쁜 아내의 출근길이 겹쳐 있는 상황이라 우는 아이를 강제 연행하여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처음으로 우는 모습으로 어린이집에 들어가게 되어 나와 아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하원할 때는 언제나처럼 즐거워보였고 어린이집에서 재미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 뒤로 다행스럽게도 4일의 황금연휴를 보내고 있는데, 조금은 아이가 낯설게 느껴질정도로 울면서 떼를 쓰는 일이 많아졌다. 어제 낮에는 공원에 가서 놀자고 해도 집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더니 밤 늦게서야 나가자고 떼를 쓰고, 새벽 3시에 자다가 깨서도 나가자고 떼를 썼다.

하고 싶은 것은 계속 하자고 고집을 피우고, 하기 싫은 것은 절대로 안하겠다고 버틴다. 24개월 즈음에 똑똑해지고 자아가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런 행동인지, 어린이집을 억지로 보낸 것에 대한 반발 심리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디까지 받아 주는 것이 아이에게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막무가내인 아이를 대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난다. 자제하려고 노력하지만 한번씩은 큰소리가 나가는 것을 보면서 부족한 자신을 탓한다. ‘내가 잘못 키우고 있나’, ‘앞으로 계속 아이가 이러면 어쩌지’ 등등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오랜만에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육아의 시기마다 힘듦의 종류가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점점 물리적인 힘듦이 정신적인 힘듦으로 바뀌어간다.

아이가 흥분했을 때는 차분해질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주고, 아이를 위해서 꼭 가르쳐야 하는 규칙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되 절대 화를 내서는 안 되고, 행동의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여러번 반복해서 설명해주어야 한다. 아이가 내 마음대로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은 내 욕심이며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계속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긴급보육 기간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게 나을지 계속 보내는 게 나을지 판단하기 어렵다. 아내와 내가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린이집 적응기 #2

첫 번째 낮잠 시도에 실패한 후 당분간은 오전에만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아이는 하원 할 때마다 차에 타면 바로 잠에 들었다. 신나게 뛰어 놀아서 피곤한건지, 많이 울어서 지친건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선생님께 듣기론 울지 않는 날이 없는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여 다시 재우려는 시도는 매번 실패했고, 아이는 엄마의 퇴근 길을 마중 나간 차 안에서 잠든 채 다시 집으로 돌아오거나, 내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사이에 거실이나 주방에 업드려 잠에 빠지기도 했다.

하루는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던 아이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이런 말을 했다.

“아빠랑 같이 있으면 너무 좋아.”

기쁨과 안스러움이 섞인 눈물을 아이 몰래 삼켜야 했다.

9일째 되는 날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울면서 버텼고 나는 무너졌다. 아이가 너무 안스러워 집에서 돌봐주고 싶었다. 갑작스럽게 아이의 밥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집에서 아빠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아이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키즈노트

셋째 주부터는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월요일엔 품에 안은 아이가 흘린 눈물, 콧물 한 바가지를 어깨에 받아 내고서야 겨우 아이를 달랠 수 있었다. 선생님께 인사만 하고 집으로 돌아오자는 거짓말로 겨우 집을 나서면 이후에는 의외로 순조로웠다. 하원할 때는 즐거워 보여서 무거운 마음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수요일엔 도저히 설득이 되지 않아서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23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맞을까?’

‘긴급보육 기간만이라도 집에서 돌볼까?’

삼성전자 어린이집은 만 1세에 들어가지 않으면 거의 자리가 나지 않는다. 만약 만 2세에 들어갈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가급적 36개월까지는 부모의 따뜻한 품에서 보살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23개월이 된 시점에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고, 너무 어린 나이에 하기 싫은 일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 무엇이 우리 가족에게 최선인지 확신할 순 없지만, 지금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시도를 잠시 멈추는 것보다 아이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아이가 두 번째로 결석한 날 선생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요지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아빠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면 안 된다는 것. 마음이 아프지만 어제부터 나는 회사에 가는 아빠가 되었다. 빈 가방을 메고 함께 집을 나선다.

오늘 아침에도 울고 불고 버티는 아이를 30분 넘게 달래야했다.

아빠도 이제 회사에 가야한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오늘 오후에는 하원하는 아이의 밝은 미소를 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어린이집 적응기 #1

3월 2일부터 보호자와 함께하는 3주의 적응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계속 미뤄지다, 4월 6일부터 1주의 단축 적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같은반 12명의 친구 중 8명이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가정보육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무척 가고 싶어해서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에 이미 적응한 친구들 틈에서 따로 적응하기가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삼성전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어서 믿을 수 있다는 부분도 선택에 영향을 주었다.

아내의 복직부터 어린이집 등원까지 2주로 예정되어 있던 단독 육아 기간은 코로나19로 한 달 반이 넘어가면서, 뜻밖의 여정에 나도 꽤나 지쳐가고 있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을 통해 너무나 소중한 것을 얻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나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첫째 날 둘째 날은 1시간, 셋째 날은 2시간 어린이집에 함께 들어가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정말 좋아했다. 밝고 화사한 어린이집의 시설과 처음보는 장난감들, 친절한 선생님들이 아주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어린이집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넷째 날에는 혼자 들어가서 3시간을 보냈는데, 한 번도 울지 않고 잘 놀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기뻤다.

다섯 째 날에는 낮잠을 포함하여 6시간 30분의 일정이었는데,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은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우는데 집에서도 같은 행동을 보이는지 어떻게 달래주면 좋은지 문의하셨다. 유희실에서 뛰어다니는 친구와 부딛힐 뻔했는데, 아이에겐 그런 자극이 처음이라 많이 무서웠던 것 같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다시 전화가 왔는데, 선생님은 아이가 아빠 보고 싶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계속 울어서 오늘은 귀가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마스크 챙기는 것도 잊을 정도로 급히 어린이집으로 가서 아이를 데려왔다. 이제 시작이니까 아무래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아이에게도 괜찮다고 다독여줬다. 아이를 안고 어린이집을 나오면서, 울면서 아빠를 찾았다는 말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육아 다이어트

육아휴직 4개월만에 7kg이 빠졌다. 다이어트 중에만 체중을 확인하는 비겁함 때문에 체중에 신경쓰지 않았던 2019년 12월의 측정값은 없지만 82~83kg 정도로 예상되고, 최근 측정값은 75.6kg이니 약 7kg이 빠진 것이다.

육아휴직 기간에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는 향후 10년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건강한 몸과 강인한 체력을 만드는 것. 기준으로 삼은 것 중에 하나가 인바디를 측정했을 때 근육, 지방 +-0kg으로 맞추는 것이다.

본격적인 몸 만들기는 아이가 어린이집 정규일과에 적응한 후 시작하려 했지만, 별도의 운동없이 집에서 아이의 주 양육자로서, 주부로서 살아가는 것만으로 7kg이 빠졌다.

아이의 밥을 차리고, 정리하는 시간조차도 아이는 혼자 기다려주지 않아서 늘 어르고 달래는 실랑이가 벌어진다. 한 팔로 아이를 안은 채 한 손으로 요리를 하거나, 두 손이 필요한 경우에는 아이에게 아빠 좀 도와 달라고 읍소를 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에서 내 밥을 챙겨먹는 것은 사치로 느껴진다. ‘기왕 이렇게 된거 이참에 살도 빼자’는 생각까지 더해져서 끼니를 대충 해결하는 날들이 이어지다보니 의도치 않은 다이어트가 진행되고 있다.

아내가 집에서 혼자 아이를 돌볼 때 밥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것을 답답하게 여겼는데, 같은 입장이 되어보니 이해가 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올해 나의 화두 중 하나는 ‘미니멀리즘’. 내 몸에서도 불필요한 것들을 완전히 덜어내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항상 활기차고 건강한 나를 꿈꾼다.

코야 사탕

우리집에서 “코야 사탕”은 공갈 젖꼭지를 부르는 말이다.

공갈 젖꼭지를 물고 있으면 쉽게 잠에 들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빠르게 안정을 찾기에 부모 입장에선 편리한 면도 있지만, 매일 씻고 소독해야하고 외출할 때마다 챙기는 노고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아이가 너무 의지하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어느날 아내가 잠을 자다가 아이 입에서 떨어진 코야 사탕을 큰 맘 먹고 숨겼는데 사단이 났다. 엄마가 코야 사탕을 안 주니 아빠에게 코야 사탕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버텨볼까 하다가 아이가 혹시 잘못될까봐 지레 겁을 먹고 아내와 상의 끝에 코야 사탕을 다시 입에 물려주고 말았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흘러 아내는 복직하고 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게 되었다.

코야 사탕을 물려 주면 잠에 드는 시간은 빠르지만, 자다가 입에서 떨어지면 옆에서 자던 아내가 찾아서 입에 물려 주어야 했다. 이대로는 아내가 너무 피곤할 것 같아서 약 20일 전에 코야 사탕을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작전(?)에 들어갔다.

코야 사탕에 레몬을 바르거나 눈 앞에서 가위로 잘라버리는 극단적인 방법 대신에 말로 설득해보기로 했다. 스스로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치사한 거짓말로 코야 사탕을 계속 물고 있으면 입이 튀어 나와서 못생겨진다고 했더니 수긍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날부터 코야 사탕없이 잘 지내고 있다.

덕분에 아이와 아내의 수면의 질은 좋아졌지만 나의 삶은 척박해졌다. 코야 사탕과 함께 아이의 낮잠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밤에는 코야 사탕 없이도 잘 자는데, 낮에는 잠이 잘 안 오는 모양이다. 혹시 아빠와 노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일까?

낮잠을 못자니 엄마가 퇴근할 때 쯤 뻗는 일이 반복되었고, 차로 엄마를 마중나가면 카시트에서 잠만 자다가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낮잠을 못자 밤잠을 일찍 자니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은 점점 당겨져서 오전 7시 근처가 되었다.

그렇게 아빠의 단독 육아는 아이가 깨어나는 오전 7시부터 아내가 귀가하는 오후 6시 반까지 중간 휴식시간(아이의 낮잠)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오늘은 힘들게 낮잠을 재우는데 성공하여 이 글을 쓰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지금까지 성공률은 10% 정도.

지금의 나는 조금 더 힘들어도 아내가 꿀잠을 잘 수 있어서, 아이가 코야 사탕에 의지하지 않게 되어서 기쁘다. 코로나19로 어린이집에 못가고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같은 시간에 낮잠을 자는 경험을 하게 되면 점점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가 크면 코야 사탕을 기억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만약 기억한다면 아빠의 착한(?) 거짓말에 대해서 미안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다 너를 위한 거였다는 뻔한 멘트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