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대한민국을 살아온 마씨 집안 이야기. 1910년 태어나 1979년 세상을 떠난 마동수의 이야기를 세상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돌던 아버지를 외면하고 싶었던 두 아들 마장세, 마차세가 이어간다. 시대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던 세대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이북에서 피난 길을 나서야했던 나의 할아버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집안을 일으켜야했던 나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선대의 노력 덕분에 나와 동생 세대는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어쩌면 당연한 권리를 누리고 있지만, 아버지 세대를 바라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우리의 다음 세대는 마음에 작은 티끌하나 없이 자신의 삶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카테고리:] 독서
종의 기원
『7년의 밤』을 읽은 후 정유정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중간 쯤 읽었을 때 제목이 왜 『종의 기원』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종의 기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무엇이 악인을 탄생시켰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고, 그 사실이 나를 두렵게 했다. 책의 주인공 유진이 악인이 된 원인이 오로지 자라온 환경에 있기를 바랬지만, 유전적인 영향을 완전히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 말미 작가의 말에서 소개된 프로이트의에게서 악의 기원에 대한 미약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도덕적이고 고결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깊은 무의식 속에서는 금지된 행위에 대한 환상, 잔인한 욕망과 원초적 폭력성에 대한 환상이 숨엉 있다. 사악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차이는 음침한 욕망을 행동에 옮기는지, 아닌지의 여부에 따라 달려 있다.”
누구나 어느정도 악의 본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느냐 마느냐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에 달려있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사회인이 되기까지 부모의 교육, 학교의 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 되어야 한다. 사이코패스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인의 감정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채 날이 서린 말들을 쉽게 내뱉는 사람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기브앤테이크
흔히 남을 잘 돕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남을 이용해서라도 자기 것을 챙기는 사람은 성공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자를 기버, 후자를 테이커라고 부르며 우리가 가진 통념이 틀렸음을 증명한다.
기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작게는 호감 크게는 존중과 존경을 얻는다.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 등으로 한 사람의 평판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전파된다. 자기 자신보다 늘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기버의 행동은 성공의 씨앗을 미리 뿌려두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일에서 기버는 주변사람들의 진심이 담긴 협력과 응원을 받게 될 것이다.
모든 기버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테이커를 가려낼 줄 알아야하고 때로는 받는 만큼만 베푸는 매처처럼 행동할 줄도 알아야한다. 성공한 기버는 야심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사람을 돕는 활동으로 인해 자신의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리더는 기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시대의 리더는 자신을 감추고 공동의 목표에 집중하며 구성원들을 지원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에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었다고 느꼈고, 리더의 역할을 그만두고 예전의 역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던 참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작은 노력으로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서 열정을 느끼고 즐겁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보람이었지만, 자신의 커리어는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겹쳐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이 책의 조언을 받아들여 앞으로는 구성원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자신의 복지에도 신경쓰고 상황에 따라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탈진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더 오랫동안 리더로서 기버로서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정신자살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재밌게 읽어서 도진기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구성도서관에 있는 『정신자살』을 상호대차하여 읽게 되었는데 계속 손이 갈 정도로 재미있었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는 too much라는 느낌이 강했다. 오답률 100%에 도전한다는 책 소개 문구가 책을 덮은 후에 더 와닿았달까.
소설을 읽을 때 인물을 파악하는 것이 여긴 귀찮은 게 아닌데, 『악마는 법정에 서지 않는다』에 만났던 변호사 고진과 형사 이유현이 등장해서 처음부터 읽기가 편했다. 이 두 사람과 미녀가 등장하는 점이 도진기 작가 작품의 공통적인 요소가 아닐까 싶다.
재미로 읽기에 나쁘진 않았지만 남는 건 그다지 없는 것 같아서 추리소설에는 당분간 손을 대지 않을 생각이다.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
대학교 다닐 때 만원 버스, 만원 전철타고 학교 다니는 것이 힘들어 대학원은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진학하고 싶었다. 대학원 기숙사 생활이 끝나고 10년이 지난 지금 수원에서 서울까지 약 30km 거리를 매일 출퇴근 한다. 플렉서블 타임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차가 막힐까봐 매일 새벽같이 출근한다. 야근이라도 안 하면 그나마 다행.
팍팍한 일상이 이제는 좀 지겨워 대안을 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 지방에서도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디지털 노마드』에 이어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을 읽게 되었다.
제주도,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로 떠난 9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그들의 직업은 의외로 예술, 문화 쪽이 많았다. 이 책의 출판사 남해의 봄날은 통영에 위치한 지역 출판사인데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출판사의 사장님이어서 흥미로웠다. 한편으론 나와 같은 SW 개발자의 이야기가 없어 아쉬웠다. SW 개발자가 지방에 정착한 사례를 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귀농, 귀촌 이야기가 아닌 서울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용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 용기 덕분에 그들은 서울보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웃들과 함께 진짜 삶을 살아가고, 누군가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출퇴근이 조금 힘들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고 감사하지만, 언젠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나도 그들과 같은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경제적인 여유과 삶의 여유를 바꿀 수 있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하고 내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선택할 수 있는 삶이 곧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기에 먼 미래에 예상되는 일이라도 미리 관심을 가지고 틈틈히 준비를 해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