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내소사 템플스테이에 갔을 때 읽은 책으로 오대산 월정사 출가학교를 거쳐간 도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출가학교에 들어가지만, 일상에서 찾지 못한 인생의 진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공통의 목적일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23일간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24시간 중 2시간을 제외하곤 철저히 통제된 생활속에 묵언하며 삼보일배, 삼천배 등으로 육신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도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저마다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세상에 휩쓸려 자신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 때, 이 책을 통한 출가학교 간접체험을 떠올린다면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청춘의 문장들

소설가 김연수의 산문집으로 은나래 책임님께서 빌려 주셔서 읽게 된 책이다. 한 편의 시와 연결된 청춘의 기억을 덤덤히 고백하는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가 지금의 나보다 어릴 때 이 책을 썼는데, 나는 이런 책을 쓸 만큼의 컨텐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단조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 생각의 깊이가 얕기 때문일까? 더 많이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

시골의사 박경철이 회사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라면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실제로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전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올해 초여름 아내와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즉흥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 오기로 했고, 그렇게 처음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빌려 읽게 되었다. 3분의 1쯤 읽고 반납기한이 다 되어 읽기를 중단했다가, 약 한 달 후에 구입해서 나머지를 읽게 되었다.

그렇게 한 번을 다 읽기가 힘들었는데, 다 읽고 나니 왜 많은 사람들이 인생책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책에 집착하고 이상을 쫒는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었고, 그런 주인공을 한심히 여기는 조르바가 꼭 나에게 호통치는 것 같았다.

두 다리를 단단히 땅에 뿌리 내리고 자연과 사람들과 온전히 호흡하는 조르바의 삶이 당당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상상 속에서 스스로 그린 자신의 이미지는 그저 허상일 뿐,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는지, 내 눈 앞에 어떤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달빛을 받고 있는 조르바를 보고 있으려니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어쩌면 저렇게 쾌활하고도 단순하게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는지! 그의 몸과 영혼은 얼마나 조화로운 하나를 이루고 있는지! 또 여자와 빵과 물과 고기와 잠 등 모든 것은 그의 몸과 너무도 행복하게 결합하여 저 조르바를 이루고 있다! 나는 우주와 인간이 그처럼 다정하게 맺어진 예를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p194)

나는 자유를 원하는 자만이 인간이라고 생각합니다. (p222)

어린아이처럼 그는 모든 사물과 생소하게 만난다. 그는 영원히 놀라고, 왜, 어째서 하고 캐묻는다. 만사가 그에게는 기적으로 온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서 나무와 바다와 돌과 새를 보고도 그는 놀란다. (p223)

나는 조르바라는 사내가 부러웠다. 그는 살과 피로 싸우고 죽이고 입을 맞추면서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들을 고스란히 살아온 것이었다. (p327)

두목! 당신에게 할 말이 아주 많소. 사람을 당신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말이 쌓이고 쌓였지만 내 혀로는 안 돼요. 춤으로 보여 드리지! 자, 갑시다! (p415)

프랭클린 자서전

정규교육을 2년밖에 받지 못한 프랭클린은 평생 수 많은 업적을 이루어냈고 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그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정리해 보았다.

  1. 인간에 대한 이해
  2. 완벽한 삶 추구
  3. 끊임없는 자기계발

프랭클린은 인간의 속성을 잘 파악했고 이를 잘 활용했다. 회원제 공공 도서관의 회원을 모집할 때 그는 아무리 유익한 계획이라도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가능한 자신을 숨기고 몇몇 친구들의 계획이라고 말했고, 이 방법은 잘 먹혔다. 그는 논쟁을 함에 있어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협조를 구해야 하는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또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였다.

프랭클린은 도덕적으로 완벽해지고자 하는 계획을 마음에 품고, 책에서 보았던 수많은 덕목들을 열거하고 자신만의 기준으로 정리했다.

절제, 침묵, 질서, 결단, 절약, 근면, 진실, 정의, 중용, 청결, 평정, 순경, 겸손

그리고 종이에 날마다 지키지 못한 덕목을 표시하면서 완전히 몸에 익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자신의 삶을 완벽에 가깝게 통제하면서, 독학으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아랍어를 익혔고, 도서관과 대학을 설립했고, 피뢰침, 시계초침 등을 발명하였으며, 정치인, 외교인으로도 활약했다. 스스로에게도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이었고 후손들도 그 길을 따르길 바랬다.

그의 성공요인을 하나로 압축하면 언제나 더 나은 삶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모든 영역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고민했고 그렇게 찾은 방법을 기록하고 실천에 옮겼다.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서 그의 삶을 따르고 싶지만 너무나 높은 경지여서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삼십살

여름휴가기간 묵었던 그랜마 스테이 2F에 있던 만화책으로 앙꼬라는 작가의 서른 살 무렵 그림일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저 깔깔대며 볼 수도 있는 책이지만 나는 이 그림일기에서 작가의 아픔을 보았고 그것이 한편으로는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고 그것을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이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람직한 이상향을 자신으로 착각하고 그렇지 않음에 괴로워하며 진짜 자신을 외면하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출발점으로 두고 거기서 한 걸음씩 내딛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