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보스 배드보스

보통은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는데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밑줄을 긋지 않았다. 최근에 리더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 책을 두 번 이상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빠르게 이 책을 읽으면서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한 내용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리더는 굳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도 구성원들의 성과가 좋으면 빛이 난다.
  2. 제일 중요한 것은 구성원을 위하는 마음이다.
  3. 권력을 가진 리더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지 않으면 또라이가 되기 쉽다.

다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하나만 기억하면 될 것 같다. 그것은 리더는 구성원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진중권의 테크노 인문학의 구상

이제는 진득하게 긴 글을 읽어내는 사람을 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짧은 문자, 이미지, 영상이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오고 간다. 이 책은 이런 환경에서 인문학은 어떻게 포지셔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중권 교수의 의견이 담겨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인문학이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 처럼 보일 수 있지만, 외려 인문학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의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기계에 인간이 맞췄지만, 오늘날에는 기계를 인간에 적응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존감 수업

나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이었다. 대학교 입학 당시 뚱뚱한 외모도 한 몫 했겠지만, 나를 좋아하는 이성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에는 제법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대학교, 대학원 시절의 경험과 독서가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30대에는 법륜스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30대 중반에 이른 지금의 나는 성격검사에서도 나타난 것 처럼 누구보다 자존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나르시즘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나에게 큰 반향을 가져오진 못했다. 그러나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실천법은 그대로 따라하면 방향을 바꾸는데 효과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배운 점을 몇 가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자존감은 ‘내가 내 마음에 얼마나 드는가’에 대한 것으로 타인의 평가보다 자신의 평가에 집중해야 한다.
  • 세련된 의존이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보다 강한 상대에게 투명하게 배우고 보답하는 것이다.
  • 생각만 해서는 절대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작은 행동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 어떤 결정을 하느냐보다 결정 후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 문제 해결은 현재에 집중하는 데에서 시작한다. 실패에 대한 걱정은 미래고,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는 과거다. 현재에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루 1시간이라도 노력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글쓰기

함량 미달의 대통령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주말마다 고생하는 최근에, 국민에게 과분했던 두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2014년 초에 출간된 이 책이 최근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책의 끝부분에서 이 책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탁으로 만들어 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글쓰기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공직자들이 그래야 합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세요. 연설비서실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을 쓰세요.”

저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3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5년, 총 8년 동안 두 대통령의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두 대통령으로부터 글쓰기를 배웠다고 고백한다. 두 대통령은 연설비서실에서 올라온 글을 그대로 수용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대통령이 각자 선호하는 연설문의 스타일은 달랐지만, 글에 대한 기준은 엄격하고 높은 것이어서 배울점이 많았다. 이 책은 그 내용을 꼼꼼히 담고 있다. 앞으로 글을쓸 때 좋은 지침서로 삼을 생각이다.

글쓰기에서 꼭 놓쳐서는 안 되겠다 싶은 내용들을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 글의 목적부터 명확히 하기
  • 이해하기 쉽게 쓰기
  • 글을 읽는 사람을 의식하기

두 대통령 모두 추상적이고 현란한 표현을 싫어했다. 간결하고 명확하며 구체적인 표현을 좋아했다.

최대한 단문으로 써라. 쪼갤 수 있는 데까지 쪼개서 써라. 주어와 서술어 사이의 거리를 짧게 하자. 그래야 읽는 사람이 이해가 빠르다.

글은 쉽게 써야 한다. 말과 글은 듣는 사람, 읽는 사람이 갑이다. 설득당할 것인가, 감동할 것인가의 결정권은 듣는 사람, 읽는 사람에게 있으니까.

민주주의 시대에서 리더의 영향력은 말과 글에서 나온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남기신 말씀은 지금 여기에 큰 울림을 준다.

“지도자는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쉽고 간결하게 말하고 글로 쓸 줄 알아야 합니다.”

실리콘밸리 견문록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이동휘님이 쓰신 책으로 실리콘밸리의 탄생배경, 구글의 문화, 미국생활 적응기를 알차게 다루고 있다. 2015년 11월에 LG전자 코딩전문가들과 함께 구글 본사에 방문하여 이동휘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었는데, 책으로 다시 뵙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구글이 일하는 방식, 구글의 문화는 이미 책으로 접해보아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인터뷰 팁, 레쥬메 작성법 등 언젠가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 지원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실리콘밸리의 탄생과정을 소개한 1부다. HP 탄생에 일조한 프레더릭 터먼 교수는 한국의 KAIST 설립에도 기여했다. 전자공학계의 거장 윌리엄 쇼클리는 고향인 캘리포니아에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를 세웠고, 괴팍한 그의 밑에서 견디지 못해 독립한 8인의 배신자는 페어차일드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여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만들면서 실리콘밸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제자들에게 기술의 최전방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라고 조언했던 프레더릭 터먼 교수 덕분에 직원들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HP가 탄생했고, HP의 문화와 정신은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 계승되었다. 8인의 배신자 중 한 명인 로버트 노이스는 인텔을 창업했고,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많은 후배들에게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아낌없이 후원했다. “Pay it back”이 아닌 “Pay it forward” 정신과 합리적인 문화가 실리콘밸리의 선순환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틀에 박힌 “혁신”을 이야기하고, 실리콘밸리 기업의 껍데기만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과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