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견문록

구글 본사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이동휘님이 쓰신 책으로 실리콘밸리의 탄생배경, 구글의 문화, 미국생활 적응기를 알차게 다루고 있다. 2015년 11월에 LG전자 코딩전문가들과 함께 구글 본사에 방문하여 이동휘님을 만나 인터뷰를 했었는데, 책으로 다시 뵙게 되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구글이 일하는 방식, 구글의 문화는 이미 책으로 접해보아서 크게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인터뷰 팁, 레쥬메 작성법 등 언젠가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 지원한다면 크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제일 재밌었던 부분은 실리콘밸리의 탄생과정을 소개한 1부다. HP 탄생에 일조한 프레더릭 터먼 교수는 한국의 KAIST 설립에도 기여했다. 전자공학계의 거장 윌리엄 쇼클리는 고향인 캘리포니아에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를 세웠고, 괴팍한 그의 밑에서 견디지 못해 독립한 8인의 배신자는 페어차일드 반도체 회사를 설립하여 실리콘 트랜지스터를 만들면서 실리콘밸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제자들에게 기술의 최전방에서 다른 사람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하라고 조언했던 프레더릭 터먼 교수 덕분에 직원들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HP가 탄생했고, HP의 문화와 정신은 실리콘밸리의 IT기업에 계승되었다. 8인의 배신자 중 한 명인 로버트 노이스는 인텔을 창업했고, 새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많은 후배들에게 정신적으로 금전적으로 아낌없이 후원했다. “Pay it back”이 아닌 “Pay it forward” 정신과 합리적인 문화가 실리콘밸리의 선순환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틀에 박힌 “혁신”을 이야기하고, 실리콘밸리 기업의 껍데기만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정신과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배우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유시민의 공감필법

유시민 작가는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고 소개한다. 그가 쓴 책을 읽어보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정치인으로서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작가로서는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그가 추천하는 방법은 감정 이입이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을 때 글쓴이의 생각과 감정을 읽으려고 노력하면 풍부한 간접 체험이 되어 책 읽기가 공부가 되고, 글을 쓸 때도 가상의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써야 그 글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읽을 사람을 생각하며 이메일을 쓰고, 청중을 생각하며 세미나를 준비해 왔지만, 주로 배경지식과 관심사를 고려해왔다. 이 책을 읽은 덕분에 앞으로는 감정까지 고려하여 타인과 소통할 때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공부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먼저, 공부가 뭘까요? ‘인간과 사회와 생명과 우주를 이해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는 작업’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공부의 개념이에요.

공부는 결국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입니다.

세상과 사람과 인생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가 조금 또는 크게 달라지는 순간을 체험할 때, 저는 공부가 참 좋다는 걸 실감합니다.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과 감정을 가질 수 없었을 테니까요.

공부는 인간으로서 최대한 의미있게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겁니다. (…) 공부의 근본은 인생의 의미를 만들고 찾는 데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할 때는 내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결정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합니다.

퇴근 후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이렇게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하면서 가끔은 ‘공부할 것이 산더미인데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가지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러한 과정이 무엇보다도 훌륭한 공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독후감을 작성하기 전에 책의 내용을 한 번더 훓어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나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그러한 즐거움을 놓치지 않도록 부지런히 책을 읽고 글을 써야겠다.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한 “국부론”의 저자로 유명하지만 “국부론”은 그의 두 번째 책이고,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첫 번째 책 “도덕감정론”도 18세기 당시에는 대단한 성공작이었다고 한다. 이책은 경제학자이자 스탠포드대학 교수인 러셀 로버츠가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에서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했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여기서 말하는 이기심은 자기 자신 이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단순한 개념의 이기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의 야심이 사회의 이익도 증진시킨다고 보았고, 개인은 특별히 사회의 이익을 증진시키려는 의도를 가지지 않았으므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했다고 표현한 것이다.

애덤 스미스, 그는 이 책을 통해 도덕적인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왜 사람들이 자기 이익과 상관없는 일에도 예의바르고 선하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책은 본능적으로 개인의 이익을 중시하는 인간이 어떻게 도덕적인 마음을 갖고 선하게 행동하게 되는가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는 그 이유를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또 다른 본성에서 찾았다. 이러한 본성으로인해 우리 주변에는 가상의 공정한 관찰자가 있어서 소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게 하고, 적극적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배풀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미스는 우리가 공정한 관찰자를 자주 떠올릴 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스미스는 주위에서 우리의 행동이나 본모습을 관찰한 사람들이 ‘당신은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해.’라고 말해줄 때,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무심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완전히 떨쳐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어떻게 현명한 방법으로 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의 답을 구할 수 있었다.

스미스는 부자가 되거나 유명해지려고 하는 욕망을 인생에 있어 반드시 피해야 할 독약으로 보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한 방법으로 부, 명예, 지위, 권력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영원히 만족할 수도 멈출 수도 없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인생의 만족에 이르는 길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돈과 명예 말고도 우리가 사랑받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존재한다. 재산이나 명예, 권력을 통해 세인의 관심을 추구하는 대신, 지혜롭고 선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하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누구나 우러러볼만한 업적을 만들고 지위를 얻는 과정에서 타인을 불행하게 만든다면 그래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없다면 세속적인 성공은 빛을 잃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스미스의 권고를 받아들여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혜롭고 선하게 사는 것으로 인생의 방향성을 정하였다. 그 과정에서 운이 좋아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 자체를 추구하지 않기로 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랑스럽지 않다. 나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사랑스럽지 않다. 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무능함, 자신이 실제보다 더 사랑스럽고 도덕적이라는 착각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결점을 고치지 못한다.

우리는 스스로를 속여 자신이 사랑스럽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면서 정작 진짜로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또한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사랑받으려는 인간의 욕구 자체가 위험하다는 스미스의 말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무서운 이야기다.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이 지나치면 자기기만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결점을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을것이라 생각해 실제로 부탁을 하기도 하였다. 스스로 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계속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자기 성찰을 지속적으로 하는 일일 것이다.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김영란법”의 주인공, “김영란” 전 대법관이 지은 책으로 “정혜신의 사람 공부”와 마찬가지로 공부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다. 평생 지식과 상관없는 책 읽기를 해왔고 그것이 쓸모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돌아보니 유년시절 사고관의 틀을 형성해 주었고, 법관으로 일할때도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하지 않았을 법한 마음속 이야기를 꾸밈없이 솔직히 들려주셔서 책을 읽는 내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문학작품을 잘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문학작품으로부터 삶의 문제에 대해서 깊이 사고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그 어떤 장르의 책보다 문학작품이 삶에 더 큰 울림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정혜신의 사람 공부

올해 초 출판사 창비는 “창작과 비평” 50주년을 기념하여 지식인 5명을 초청하여 “공부의 시대”라는 특별강연을 열었고, 강연 내용을 정리하여 5권의 단행본으로 펴냈다. 이 책은 그 중 하나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치유하고 계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전국에서 수많은 상담 전문가들이 좋은 뜻으로 팽목항에 모였지만 사실상 유가족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들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유가족을 돕고자 했으나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유가족에게 상처를 안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한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심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오랜시간 공부했지만,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짜 공부는 무엇일까?

모든 인간은 개별적 존재다. 그걸 아는 게 사람 공부의 끝이고 그게 치유의 출발점입니다. 그게 사람 공부에 대한 제 결론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을 대하는 분야일수록 세상에 하나뿐인 우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 오랜시간 자신이 배운 것에 대한 교조적인 믿음을 버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치유해야 한다는 업의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한다. 어느분야에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루고 치유하는 일은 하는 사람은 자기점검과 자기성찰을 숙명이나 업보처럼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선입견이나 편견, 내 가치관과 세계관, 내 언행이 혹여 상처입은 사람에게 상처를 더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두려움을 가져야 합니다. 자기가 가진 자격증의 권위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도 유가족을 돕는 과정에서 마음에 상처를 입고 혼란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에요.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인간에게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전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걸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도 비난하지 않아야 해요. 그러면서도 내가 왜 그런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그 과정이 없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려고 시작한 일이 도움도 못 줄 뿐더러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누군가를 돕고자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자기성찰을 해야만 스스로 지치지 않고 타인을 돕는 노력을 이어나갈 수 있고 실제로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공부는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