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어떻게 의욕을 불태우는가

일본의 3대 기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교세라 창립자이자 명예회장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이다. 2010년에 그가 쓴 책 “왜 일하는가”를 읽고 예전 블로그에 독후감을 남긴 바 있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직원들의 의욕을 일으키는 방법에 대한 이나모리 가즈오의 생각을 담았고, 두 번째는 젊은 경영자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세이와주쿠’라는 경영연구회에서 있었던 ‘경영 문답’을 정리하였다. 두 주제가 서로 다른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으나 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다르지 않았다. 경영 문답 내용 중 기본 줄기를 벗어나는 지엽적인 내용은 건너뛰면서 읽었다.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어떤 비밀이 있을까? 늘 궁금했다. 오랫동안 그 비밀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명쾌한 답을 얻진 못하였고 그저 하루하루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작은 노력을 반복할 뿐이다. 아쉽게도 이 책은 개인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 아니다. 경영자의 입장에서 직원들의 열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직원들의 의욕을 일으키는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직원들을 파트너로 받아들이고
  2. 마음 깊이 경영자에게 이끌리게 하며
  3. 업무의 의의를 설명하고
  4. 비전을 높게 세우고
  5. 대의명분이 분명한 미션을 확립하며
  6. 철학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7. 경영자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는다.

비전과 미션을 제시하는 것은 경영자에게 기대되는 기본적인 역할이라 특별할게 없었지만, 나는 마음 깊이 경영자에게 이끌리게 해야 한다는 항목에 주목했다.

‘흉금을 털어놓고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것이 직원들의 의욕에 불을 지피는 첫걸음입니다.
사장인 당신에게 매료되어 어디까지라도 따라와주는 사람을 만들고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경영자의 의무입니다.

나는 이 책에서 사장, 경영자를 리더로, 직원을 후배, 동료로 바꿔서 읽었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회사 안에서 작은 프로젝트를를 이끄는 것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충 만든 것과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은 처음에는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차이를 드러낸다.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 리더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구성원들의 의욕을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동기를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경력이 쌓여 프로젝트를 리딩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열정을 불러일으킬 대상이 나 자신에서 프로젝트 구성원으로 달라졌고, 늘 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나름의 답을 찾는데 도움을 주었다. 열쇠는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실력면에서 뿐만아니라 인성면에서도 함께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나 자신이 아닌 구성원들을 위하는 마음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하는 모든일의 흥망성쇠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 달려 있다. 큰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사람은 평생 자신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풀꽃도 꽃이다

평생을 문학이라는 도구로 사회문제에 당당히 맞서고 계시는 조정래 선생님께서는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2016년 7월 “풀꽃도 꽃이다”를 출간하셨고, 현재는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국의 교육을 바꿔야 한다는 당위에 동의하고, 고통받는 학생들을 구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접한 학생들의 현재 상황와 사교육 시장의 병폐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 반대로 혁신학교, 대안학교의 모습은 꿈 같은 이야기로 들렸다. 그러나 소설을 쓰기 이전에 몇 년에 걸쳐 현장을 방문하고 관련자를 인터뷰하는 등 철저히 자료를 준비하시는 조정래 선생님의 노력을 알고 있기에 이 책의 이야기는 현실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이 소설은 2권의 분량으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많은 인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 이야기들 속으로 들어가보면 다양한 원인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어른들의 이기심이다. 학생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교육이 어른들의 욕심을 채우는 방향으로 흘러가니 학생들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스스로 불행을 찾는 어리석음이 숨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성심껏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그럭저럭 먹고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요 성공적인 삶이다. 거기에 남을 위하는 마음과 실천이 따른다면 훌륭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이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소설 내용 중 학교에서 왕따와 학교폭력을 당하던 딸이 혁신학교로 전학가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이야기하자, 아버지는 딸이 전학가서 텃세를 당할까봐 걱정하는 장면이 있다. 혁신학교는 체육대회에서 아이들이 장애아의 휠체어를 밀며 함께 뛰니 늘 장애아가 1등 하는 곳이라고 딸이 아버지를 안심시키자, 아버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렇담 거긴 천국이게?”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우리 아이들이 경쟁에 내몰려 인간성까지 잃어가는 사이에,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어야 할 장면이 현실에서 마주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부디 이 소설이 마중물이 되어 한국 교육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길 바란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복잡하고 어려운 지식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 하여 설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그 어려운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고 생각한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이렇게 넓은 영역을 다루면서도 시종일관 간결함과 명쾌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반드시 곱씹어 보아야 할 내용을 다루고 있기에,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여졌다는 측면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오래전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책을 읽어 왔고, 작년부터 방통대 경제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 쌓은 지식 덕분에 이 책의 내용은 낯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있던 지식들을 빠르게 정리해볼 수 있어서 유익했고, 몇몇 주제들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쉬운 예제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에서는 세계를 단순화하여 이해하기 위해 이분법을 사용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로 대표되는 양쪽의 입장을 균형있게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진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보수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쪽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만한 정치제도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욕먹고 비난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나 정당이 아니라, 어떤 정당이 자신을 대변하는지 모르고 투표를 하는 사람들이다.

엉뚱한 생각인지 몰라도, 전 국민이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노동자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원인에 대해서 명쾌하면서도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 기업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미디어가 보여주는 세상을 비판 없이 수용한다면 우리는 수준 이하의 보수 정당에게 정권을 맡기게 될 것이고 우리의 삶은 더 어려워 질 것이다.

새벽의 나나

사내 독서 모임을 통해 읽게 된 소설. 동료들과 함께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읽다가 중단했을 것이다. 밝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 소설의 첫 인상은 너무 어두웠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스토리보다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하며 읽어나갔다.

망막에 맺히지 못한 가로수들이 환영처럼 녹아 뒤편으로 흘렀다. 시간이 바람을 타고 귓가에 스쳤다. 레오는 계속해서 걸었다. 뺨에 닿는 공기가 낯익은 숨결처럼 차분히 느껴질 때, 레오는 자신이 십오 년 전의 그날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조금씩 꾸준하게 읽던 중 나도 모르게 소설에 빠져들었다. 나는 레오가 되었고, 답답할 때면 우웨를 만나러 갔고, 때로는 에릭의 충고를 듣기도 했다. 플로이를 포함해 레오가 태국에 있던 시간동안 함께 했던 매력적인 주변인물을 언제든 원하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설을 끝까지 읽었을 땐 그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슬픔을 느꼈다.

같은 작품을 읽고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것을 배울 것이다. 나의 경우 이 소설을 통해 깨달은 것은 그 누구도 타인의 삶을 재단할 수 없고, 재단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레오가 전생의 전생을 보게 되는 순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슬펐다. 그토록 한계가 빤히 보이는 능력을 가졌다는 게 슬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었다. 우리 중에 살인자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중에 배신자가 아니었고 도둑이 아니었고 희생양이 아니었던 자는 없기 때문이다. 윤회의 풍차에서 불어오는 영겁의 바람은 모든 영혼의 이력을 평평하게 만들어놓았다. 단지 순서가, 오늘 여기서 맡은 배역이 다를 뿐이다. 우리 중에서 매춘부로 살아보지 않은 자는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믿는 우리들에게 매춘부, 게이, 성전환자인 소이 식스틴의 친구들의 삶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며 그들과 친구가 된 후에는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려는 생각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힘들게 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소설을 다시 읽은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이 작품은 예외적으로 언젠가 다시 읽게될 것 같다. 소이 식스틴의 친구들이 그리워질 때…

만화 김대중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서 지난 총선 여수을에 출마한 백무현 후보가 암으로 선거 운동을 중단했고 낙선했으며 지금도 암과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오래전에 구입해서 읽었던 ‘만화 박정희’, ‘만화 전두환’을 그린 화백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만화 김대중’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거실 책장에 ‘김대중 자서전’이 있고, 4분의 1 정도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알게된 김대중은 동시대를 살았다는 사실이 영광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면에서 뛰어난 인물이었다. 2013년 광주 여행에서 김대중 박물관을 방문했던 기억까지 더해져, 그가 주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너무 어려서 그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것이 아쉽게 느껴졌다.

방대한 ‘김대중 자서전’을 다 읽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는데, 5권의 만화로 구성된 ‘만화 김대중’ 덕분에 그의 삶을 부담없이 짧은 시간 내에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참고했던 수 많은 참고서적 만큼이나 김대중 대통령의 과오까지 빠짐없이 드러내는 등,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근대사를 빠르게 훓어보면서 아쉬움을 느낀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가 아닌 김대중이 당선되었더라면,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김영삼이 힘을 합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을 했던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하는 정치인은 저마다 다른 해석과 해법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삶이 아닌 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본 이상의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정치인 중 정점에 서 있는 대통령에게는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과거에 우리는 좋은 대통령을 가졌었고, 그 사실에 자부심을 느낌과 동시에 다음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