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6점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민음사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서 주인공은 ‘위대한 개츠비’를 최고의 작품이라 칭하며 즐겨 읽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도 이 소설은 현대의 고전이라 불릴만큼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문학적 감식력이 형편없는 저에게는 개츠비와 데이지의 만남을 그린 장면을 제외하고는 영 지루하고 따분함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물론 인물, 배경을 묘사하는 기막힌 은유적 표현에 감탄하긴 했지만, 스토리만 놓고 보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장면의 분위기나 느낌을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데, 늘 스토리 위주로 작품을 읽는 습관이 베어있어 문학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것 같네요. 좀 더 무난한 작품부터 천천히 내공을 쌓아야겠습니다.

이방인

이방인8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2010년 들어 첫번째로 도전한 문학작품은 알베르 카뮈의 처녀작 ‘이방인’입니다. 여자친구가 읽고 있길래, 호기심에 이 작품을 읽게 되었습니다.
다 읽고 난 후의 든 생각은… 아 리뷰를 어떻게 쓰지… 그 만큼 문학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에 저는 너무나 현실적인 공돌이일까요… 그래도 조금 고무적인 것은 인물, 사물, 풍경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그 묘사가 풍겨내는 분위기에 취해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의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작품입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발적인 사고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주인공 뫼르소가 사형을 선고받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집니다. 그냥 쓸쓸했습니다.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방인’이 되어야 하는 현실이…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가끔 상식을 이야기해도 ‘이방인’ 취급을 당해야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약간은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검찰에 소환된 해철이 형은 이 사회의 ‘이방인’일까요? 나와 다른 남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회적 관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불제 민주주의

후불제 민주주의10점
유시민 지음/돌베개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을 중심에 놓고, 여러가지 사회, 정치 현상에 대한 그 나름의 해석과 논평을 담고 있습니다. 대략 어떤 주제들이 다루어지고 있는지 소개하기 위해, 소제목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 자유, 주권, 유신헌법, 진보와 보수, 파시즘, 국가, 복지, 국가 정체성, 법치주의, 지역주의, 민주당, …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이른바 ‘행복추구권’은 대한민국에서 잘 동작하고 있을까요? 저자는 행복추구권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가 대한민국에서 잘 발현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답을 주고 있습니다. 사회, 정치 현상의 이면에 깔려 있는 원리를 통찰하여, 알기 쉽게 설명해 줍니다. 게다가 헌법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주고 있는,현 정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주의자로서 유시민이 정치, 사회 현상에 대하여 상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의견이 진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주제에서 그의 견해에 동감하였습니다.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그의 논리는 빈틈이 없어보입니다. 
결국은 이상적인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하셨듯이,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한민국이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이로움을 챙기기 위해서는 현실왜곡도 서슴치 않는 일부 언론에 국민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때문에 저는 이러한 책이 많이 나와야 하고, 많이 읽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의 대통령은 헌법의 가치를 과연 잘 이해하고 있을까요?

나는 달린다

나는 달린다10점
요쉬카 피셔 지음, 선주성 옮김/궁리

정식으로 독서 후기를 남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실은 여러번 읽은 책입니다. 앞으로는 5권중에 한권 정도는 그 동안 읽었던 책들 중에 괜찮았던 책들을 다시 읽어보려 합니다. 책으로부터의 배움을 단단히 하기 위해…

제가 가진 이 책에 마지막 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이 도서는 베텔스만 북클럽 회원용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제가 산 책도 아니요, 가족 중 누가 산 책도 아닌 이 책이… 우연히 집에 있었고… 그렇게 우연히 이 책을 접한 이후로… 대학생이였던 당시 101kg이였던 저의 체중은 두 달만에 80kg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만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지요.
이혼이라는 인생의 위기에 112kg이라는 거대한 체구를 지닌 독일 외무부장관 요쉬가 피셔, 1년 9개월 뒤 75kg의 균형잡힌 몸으로 마라톤을 완주하기까지의 과정이 솔직하게 쓰여 있습니다. 달리기를 결심하기까지의 정신적 고민의 흔적이, 마라톤을 준비하는 체계젹인 훈련 과정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의 환희가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한마디로 마음에 와닿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지금 스스로의 나태한 모습이 부끄러워서인지, 그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여서인지 몰라도, 마라톤을 완주하는 순간의 환희를 접할 때, 내안에 뜨거운 무언가가 가득한 것을 느꼈습니다. 50세의 피셔도 의지로 해내는 것을… 나는 몇년 동안 미루고만 있었다는… 부끄러운 현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바가 한가지 있다면, 삶의 프로그램에 대한 통찰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특정한,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하루를 살아간다. 그 프로그램은 상황마다 표현되는 개인의 인격적 특성과 자신이 살아온 삶의 우연과 주어진 환경이 결합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또한 의식적인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대부분 개인과 집단을 둘러싼 생활환경에서 나타나는 많은 우연의 결과다. 우리는 모든 행동에서 매일같이 이런 프로그램을 따르게 된다. 어떤 변화된 생활 환경에서는 부분적으로 그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통찰의 결과로, 피셔는 다이어트를 위해 삶의 프로그램 전체를 완전히 새롭게 작성하기로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거죠. 
나를 지배하는 삶의 프로그램은 과연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지에 대하여 자문해 봅니다. 그 것이 잘못된 혹은 의미없는 방향으로 나를 이끌어도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못된 습관으로, 환경의 영향으로 혹은 우연의 결과로 빚어진 프로그램이 나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이 상황을 벗어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새롭게 짜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프로그램으로 삶을 영위하던 시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있습니다. 근래에는 부끄럽게도 후자에 해당하는 것 같네요. 언젠가 인터넷을 통해 요시카 피셔가 재혼 후 다시 살이 쪘다는 소식을 접하고 굉장히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저 역시 다시 살이찐 요시카 피셔처럼 대학원 시절 꾸준한 달리기로 73kg까지 감량했던 체중이 불어나 최근엔 85kg에 육박한 상태입니다. 그에게 실망할 자격이 없는 것이지요. 소중한 내 인생의 프로그램을 다시 짜야할 시간이 온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에는 달리기를 쉬어야겠다는 나약한 생각을 버리고, 지금 쌓인 눈이 녹는대로, 겨울에 적합한 트레이닝복이 준비되는대로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나를 변화시켰던 요쉬가 피셔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달리기를 통해 ‘정신과 육체가 하나로 되는 자아여행’을 하고 있기를 바랍니다.

이건희의 인재공장

이건희의 인재공장10점
신현만 지음/새빛에듀넷(새빛인베스트먼트)

삼성으로 이직한 입사동기 형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삼성이라는 국내 대표 대기업이 인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많이 되더군요. 차분히, 그리고 분석적으로 이 책을 읽다보면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인재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내가 얼마나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지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병철, 이건희, 그리고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1, 2, 3세대 삼성의 핵심 키워드로 저자는 각각 관리, 기술, 마케팅을 꼽고 있습니다. (물론 이재용의 시대가 펼쳐질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습니다만.) 시대별로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오너와 함께 그 시대를 이끌어온 CEO의 전공, 출신, 부서가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더군요. 
삼성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던 대학원 동기들의 말이 그냥 엄살처럼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하소연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냉정하고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100%를 쏟아 부어야 할 것 같더군요. 가정을 돌보는 것, 일과 여가의 조화로움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저에게는 조금 맞지 않는 기업문화인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일 것 입니다. 
개인이 노력한다면 훌륭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 
치열한 경쟁속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잘 짜여진 시스템 속에서 체계적인 일처리를 배울 수 있다는 점 
능력이 인정받았을 때,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경력관리에 유리하다는 점 
경영자를 꿈꾸고 있는 저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이였습니다.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먼 훗날의 일이라고, 막연히 꿈만 꿀 것이 아니라, 조금씩이라도 실천적인 노력을 시작할 때 인 것 같습니다.